본문 바로가기
▣산행·도보여행정보☞/♡ 산행·여행 지도 & 정보

[억새 종주 코스가이드ㅣ 함양 대봉산] 봉황 깃털처럼 빛나는 함양의 숨은 억새 산행지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10. 12.

[억새 종주 코스가이드ㅣ 함양 대봉산] 봉황 깃털처럼 빛나는 함양의 숨은 억새 산행지

  • 글·신준범 기자ㅣ사진·허재성 객원기자   > 월간 산 <

 

억새물결 사이로 보이는 지리산 줄기 환상적
 

함양 대봉산은 알려지지 않은 억새명산이다. 여느 억새 명산들과 다른 점은 밀도 높은 아름다움을 갖췄다는 것이다. 억새밭이 짧은 편이지만 억새밭 너머 지리산 주능선이 넘실대는 황금비율의 산그림을 볼 수 있다.

대봉산의 원래 이름은 괘관산이었다. 걸 괘(掛)자에 갓 관(冠)자를 쓰는 괘관산은 ‘갓걸이산’ 이라는 뜻을 가졌다.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났을 때 산 정상의 바위지대에 갓을 걸어둘 만큼만 남고 모두 물에 잠겨 붙은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함양군은 괘관산이란 이름이 의관을 걸어놓고 쉰다는 의미라 함양에 큰 인물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 대봉산으로 개명했다. 대통령 같은 큰 인물이 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큰 봉황의 산이라 이름을 바꾼 것이다. ‘대봉산’은 2009년 국토지리정보원 승인을 받아 공식 지명이 되었다.

 
▲ 생태숲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진 등산로 초입의 억새밭. 뒤로 지리산 줄기가 그림처럼 배경을 장식하고 있다.
대봉산은 두 개의 큰 봉우리가 있는데 두 봉우리 역시 이름을 바꿨다. 괘관봉이라 불리던 정상은 걸 괘(掛)에서 닭 계(鷄)로 바꿔 계관봉이라 하고, 천황봉은 천왕봉으로 개명했다. 산행은 보통 원통재(빼빼재)에서 시작해 능선 종주해 계관봉과 천왕봉을 거쳐 휴양림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대봉산자연휴양림을 들머리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휴양림에서 1박 후 바로 산행을 시작할 수 있는 점 외에도 억새명소인 천왕봉까지 최단거리이며 오름길도 완만해 산행이 수월하다. 반면 원통재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오르막이 길고 초반 볼거리가 없어 상대적으로 산행이 힘들다.

대봉산은 산행 시작부터 바로 억새밭이다. 들머리인 대봉산 생태숲에서 뒤를 돌아보면 지리산이 보인다. 파란 하늘과 신비로운 운해, 산뜻한 코스모스, 부드러운 억새가 어우러져 지리산의 장엄함을 완성한다. 광활함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억새산들과는 확연히 다른 완성도 높은 감미로운 풍경이다. 고도를 높이면 억새와 나무가 섞인 부드러운 잔디밭길 앞에 백자처럼 티 없이 빛나는 바위가 솟아 있다.

항아리처럼 부드럽게 튀어나온 바위는 산을 올라갈수록 잘난 맵시를 뽐낸다. 잔디가 깔려 디딤이 편한 산길에는 억새며 구절초가 피어 가을 산행의 진수를 보여 준다. 오르막을 오르다 잠깐 서서 뒤돌아보면 언제든 운해가 깔린 지리산 줄기가 현실의 풍경이 아닌 것 마냥 신비롭게 펼쳐진다. 걸음걸음이 달콤해 느리게 걸을 수밖에 없는 즐거운 오르막이다.

오르막은 조금씩 높아지지만 경치의 감미로움은 줄지 않는다. 알록달록 곱게 물든 단풍이 터널을 이룬다. 산행 시작 40분 정도면 경치 좋은 바위에 닿는다. 해발고도 1,103m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고도를 쑥 끌어올린 건 생태숲 콘크리트도로 덕분이다. 산길이 시작되는 들머리의 고도가 783m다.

대봉산 천왕봉 가는 길은 억새와 철쭉이 군락을 이뤘다. 덕분에 시야가 뻥 트인다. 봄이 되면 봉황이 날아오르듯 화려한 날갯짓의 철쭉이 천왕봉을 가득 메울 것이다. 철쭉 터널을 지나 두꺼비 배처럼 불룩 튀어나온 천왕봉 꼭대기에 서면, 지리산 천왕봉이 부럽지 않은 전망대가 나타난다. 파노라마로 뚫려 있어 묵은 도시의 체증이 싹 가신다.


	곱게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대봉산 주능선.
▲ 곱게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대봉산 주능선.
지리산, 장안산, 백운산, 황석산, 거망산 등 대형 명산들로 꽉 찬 경치가 펼쳐지는 명품 전망대다. 맞은편에는 계관봉, 즉 대봉산 정상이 있다. 닭벼슬 흰 바위가 능선을 따라 돋아 있어 거친 매력으로 발길을 설레게 한다.

계관봉 가는 길에는 누구나 멈춰 기념사진을 찍는 명물 나무가 있다. 보호수 비석까지 있어 평범한 나무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수령이 1,000년에 이른다는 천년철쭉이다. 계관봉 암릉구간 입구에 정상 표지석이 있다. 정상이 아닌 곳에 정상 표지석이 있는 건, 바위 구간을 가기 힘든 이들을 위한 배려다.

불끈불끈 힘이 넘치는 리지 구간이지만 오르내림이 위험한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부여잡고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바위 꼭대기인 실제 정상에는 삼각점과 압도적인 경치가 기다리고 있다. 능선을 따라 눈길을 두면 정상에서 북쪽으로 흘러내리는 용의 등골 같은 암릉 줄기가 매력적이다. 용의 등골에서도 뿔처럼 불쑥 솟은 봉우리가 내중산이다.

다시 주능선으로 돌아가면 길은 원통재로 이어진다. 태양열 안테나를 지나면 능선은 급격히 고도를 낮춘다. 이후로는 트인 곳이 드문 소박한 육산 산행이다. 지소마을로 이어진 갈림길 안부와 헬기장이 여럿 이어진다. 마지막 봉우리인 감투산에서 호흡을 정리하고 내려서면 원통재다. 휴양림과 계관봉~원통재를 잇는 코스는 8.3km에 4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대봉산 생태숲 간이화장실까지 콘크리트 임도가 나 있어 고도 783m 지점까지 차로 오를 수 있다. 휴양림과 생태숲 갈림길이 있는 대봉교에서 왼쪽으로 1.5km 오르면 들머리다. 정상에서는 그대로 북릉을 타고 내중산을 지나 내려서는 길이 조망으로 따지면 가장 좋다. 정상에서 원통재로 이어진 능선길은 트인 곳이 드물어 산행이 지루한 편이다. 헬기장 사이의 안부 갈림길에서 지소마을로 하산하는 것도 괜찮다. 휴양림으로 원점회귀해야 한다면 계관봉에서 온 길로 되돌아가면 된다.



	대봉산 개념도
▲ 대봉산 개념도

교통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1일 4회(06:50~18:30) 운행하는 대광행 버스를 타고 휴양림 입구에서 하차한다. 휴양림 안내판을 따라 2km를 걸어 올라가면 대봉교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왼편 생태숲 쪽으로 1.5km 오르면 대봉산 들머리다.

함양읍내에서 택시를 이용해 오는 것이 더 편하다. 터미널에서 대봉산 생태숲까지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산행이 끝나는 원통재에서 택시로 함양읍내로 돌아올 경우 2만~2만5,000원이 나온다.

원통재에는 버스편이 없으므로 도로를 따라 3.5km 정도 걸어 신촌마을에서 1일(07:40~19:40) 9회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함양읍으로 돌아와야 한다.

숙식(지역번호 055) 들머리에 대봉산자연휴양림(964-1090)이 있다. 8인실 숲속의 집은 10만 원, 10인실 숲속의 집은 12만 원, 산림휴양관 7인실은 8만5,000원이다. 홈페이지(
www.daebongmt.or.kr)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미리 신청하면 무료로 숲해설이 가능하다. 휴양림 주변에는 식당이 없으며 함양읍내로 나가야 한다. 읍내에는 한정식이 유명한 대장금식당(964-9000), 옥연가(963-0107), 대성식당(963-2089) 등이 있다. 늘봄가든(962-6996)은 대보름 사찰음식인 오곡정식이 별미다. 된장찌개, 더덕구이와 10여 가지의 제철나물이 나온다.

>'월간 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