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비슷비슷 단풍나무 알고보세요… 5고·7단·9당,
잔잎 5개면 고로쇠, 7개 단풍, 9개 당단풍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식물도 물질대사를 하기에 노폐물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처럼 콩팥 같은 배설기가 따로 없는지라 세포 속 액포(液胞)라는 작은 주머니에다 배설물을 모조리 모았다가 진 잎에 실어 내버린다. 따라서 늙은 세포일수록 액포가 크고 많다. 이 주머니에는 물과 함께 화청소(花靑素·안토시아닌)·당류·유기산·단백질·색소와 숱한 무기물이 들었다. 그리고 이는 쓰다 버린 해로운 물질을 분해 저장하고, 쳐들어온 세균을 무찌르며, 세포를 팽팽하게 부풀게 하는 팽압과 산성도(pH)도 일정하게 지탱한다.
그런데 눈부시게 가을을 수놓는 여러 단풍의 아름다움이 이 액포에 있다면 여러분은 믿겠는가. 터질 듯 부푼 액포 안에는 카로틴(carotene)·크산토필(xanthophyll)·타닌(tannin) 같은 광합성 보조 색소는 물론이고 화청소에다 달콤한 당분도 녹아 있어 잎을 물들인다.
단풍 빛깔의 생성은 꽤 복합적이다. 이런 보조 색소는 봄여름 내내 짙푸른 엽록소에 가려 있다가 난데없이 나타난 추상같은 냉기에 초록빛 잎파랑이가 흐물흐물 녹으면서 시나브로 겉으로 드러난다. 하여 카로틴은 감잎을 누렇게, 크산토필은 은행잎을 샛노랗게, 타닌은 참나무 잎사귀를 갈색으로 염색한다. 그런데 빨간색은 좀 달라서, 과일이나 꽃의 빛깔을 이루어 자외선으로부터 세포를 지켜주는, 또 항산화물로 암이나 노화에 그리 좋다는 화청소 때문이다. 광합성 보조 색소를 보호하기 위해 생긴 이것은 액포가 산성이면 붉은색, 중성이면 보라색, 알칼리성이면 푸른색을 낸다. 근데 액포의 당분이 화청소와 만나 단풍을 훨씬 맑고 밝게 발색(發色)하니, 가을에 청명한 날이 길수록 당이 많이 만들어져 단풍이 더 산뜻하고 화사한 것. 거참 눈을 홀리는 알록달록, 붉으락푸르락 고운 단풍도 알고 보니 서넛 색소와 안토시아닌(anthocyanin), 당분이 부린 수리수리 마술이었구나!
그리고 그지없이 황홀케 하는 새빨간 단풍잎은 주로 갈잎큰키나무(낙엽교목)인 단풍나무과(科)의 것들로, 세세히 나누면 더 많지만 크게 보아 5종이 있다.
어느 시인은 "손을 움켜쥐면 주먹이요, 펴면 단풍잎입니다"라 하였겠다.
여태 내 손이 단풍잎인 것도 모르고 살았네그려.
잎사귀 둘레에 손가락에 해당하는 기름한 삼각형의 잔잎(열편·裂片)이
3개면 신나무, 5개는 고로쇠 액을 뽑는 고로쇠나무, 7개면 단풍나무,
9개는 당이 많아 유난히 붉고 화려한 당단풍, 11개는 섬단풍이다.
벌로 하는 빈말이 아니다. 풋나무도 살갑게 제 이름을 불러주면 어김없이 살래살래 고개 흔들고 쌍긋빵긋 웃으며 반기다가,
얼결에 뿌리째 확 뽑아 열쌔게 당신께 후다닥 마구 달려올 것이다.
느닷없이 마누라가 예뻐 보이면 치매기가 있고, 단풍이 눈에 성큼 들면 늙었다는 징조란다.
어쨌거나 저 맵시 곱고 아리따운 단풍잎에 저무는 만추(晩秋)의 황혼과 쇠한 조락이 깃들었다.
하지만 다시 못 올 찬란한 이 한가을을 한껏 즐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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