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87주년 ..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중앙일보 이상화 입력 2013.10.05 00:45 수정 2013.10.05 05:52
"부셔 버릴 거야." 그는 감정이 북바쳐 눈물을 흘렸다. 교재한 지 한 달. 이렇게 금새 헤어질지 몰랐다. 설레임은 �구치는 분노로 변했다. 애시당초 잘못된 만남이었을지도 몰랐다. 연인과 함께 했던 인터넷 카페 계시판의 글과 사진을 지웠다. 희안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듯했다.
위 문장에서 틀린 맞춤법 9개, 찾아보세요
위 단락은 가공의 글이다. 언뜻 보면 의미는 통한다. 곰곰이 살펴보면 함정이 숨어 있다. 우리말 맞춤법 문제다. 최근 출간된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500』(인이레 출판사)에 실린 용례들을 조합해 만들었다. 이 짧은 문단 속에 흔히 실수하는 단어 9개가 들어 있다.
'부셔'는 '부숴'가 맞다. '부셔'는 '눈이 부시다'고 할 때 쓰인다. '북바쳐'는 '북받쳐'로, '교재'는 '교제'로, '금새'는 '금시에'의 준말인 '금세'로 써야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설레임'은 '설레이다'가 아니라 '설레다'가 표준어이기 때문에 '설렘'이 올바른 명사형이고, '�구치는'은 '솟구치는'으로 써야 맞다. '애시당초'는 '애초'의 강조 형태인 '애당초'로 써야 한다. '계시판'은 '게시판'이, '희안하게'는 '희한하게'가 맞다.
틀린 표현이 많이 쓰이다 보니 무엇이 바른 글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인터넷과 SNS에서 그런 현상이 자주 발견된다. 지난달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은 아파 보이는 모습의 사진들이 보도된 후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이 사진들이 '아이돌 출산설'이란 소문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팬들이 '낫다'가 아니라 '낳다'란 댓글을 쓴 것을 보고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출산설'이 올랐다. 그 후 양요섭은 '낳다가 아니라 낫다임. 뭘 그렇게 낳아'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한 아이돌 그룹 팬은 다른 아이돌 팬에게 '○○가 ◆◆보다 낮지 않나'라는 글을 써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및 반포를 기념하는 날이다. 1926년 첫 한글날을 제정했다. 당시엔 '가갸날'이라 했다. 올해는 한글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23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해 맞이하는 첫해이기도 하다.
한자 몰라 '교향곡 → 교양곡' 헷갈려
맞춤법 오류의 문제가 SNS나 블로그처럼 비교적 개성이 중시되는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속보 경쟁 속에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들에서도 실수가 종종 발견된다.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500』의 저자 여문주씨는 일례로 '봄기운 만연'이란 표현을 지적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만연(蔓延)'은 식물의 줄기가 널리 뻗는다는 뜻으로, 전염병이나 나쁜 현상이 널리 퍼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씨는 "꽃 풍경을 찍어 '봄기운 만연'이란 제목을 붙인 사진기사가 많은데, 이 경우엔 '봄기운 완연(宛然)'으로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묘령(妙齡)'이라는 단어도 비슷한 경우다. '묘령'은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뜻한다. 그럼에도 '묘령의 남성'이나 '묘령의 중년여성'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겨드랑이 땀'을 줄인 '겨땀'도 표준어가 아닌데 많이 쓰이고 있다. 가수 싸이가 무대 위에서 격렬히 춤을 춘 후 겨드랑이에 땀이 흥건히 배어있을 때 이 말을 많이 사용했다. 마치 신조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겨드랑이 땀을 뜻하는 말로는 '곁땀'이란 표준어가 있다. 잘못된 단어가 널리 퍼져나간 셈이다. '명예회손(명예훼손)' 같은 경우도 자주 틀리는 용어다. 많은 사람이 잘못 사용하다 보니 '명예회손'이라고 인터넷에 입력을 해도 검색이 가능하도록 한 법률사무소가 있을 정도다.
대학도 맞춤법 오류 청정지대가 아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에서 교양 대학국어를 가르치는 김모(32) 강사는 "스마트폰 등에 쓰던 말을 그대로 쓰다 보니 이게 대학생이 쓴 글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햇다' '먹엇다'같이 받침을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학점과 관계된 리포트에서까지 그런 표현이 튀어나온다.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정희창 교수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 등 과거에 비해 읽는 것들은 많지만 좋은 문장에 노출될 기회가 적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학습이 많지 않다"며 "졸업반이 되면서 따로 자기소개서나 서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국어 맞춤법을 공부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자를 몰라 틀리는 경우도 많다. '교향곡(交響曲)'을 '교양곡'으로 잘못 쓰거나, '악천후(惡天候)'를 '악천우'로 착각하는 경우들이다. 클래식 음악이니까 교양과 연결시켜 '교양곡'으로 쓰거나, 나쁜 기후에 비가 내리는 것을 생각해 '악천우'로 쓰는 것이지만 엄연히 잘못된 것이다. '부가세(附加稅)'를 '부과세'로 잘못 쓰거나, '독거노인(獨居老人)'을 '독고노인'이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실수 사례다. 사자성어에선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환골탈퇴'로 쓰거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흥망성세'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키보드 자판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겹글자를 생략해 틀리는 경우도 있다. '깔대기'가 아니라 '깔때기'다. 여씨는 "잘못 아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판에서 겹글자 입력을 불편해하면서 오타를 내는 경우가 많은 글자"라고 설명했다.
신체를 나타내는 용어도 자주 틀린다. '임파선'은 '인파선'으로, '췌장암'은 '체장암'으로 착각하곤 한다. 과거에 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서 자주 쓰이게 됐지만 정확히 사용되지 않는 단어다. 물건을 높이는 어색한 높임법도 고쳐야 한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하는 등이 그런 사례다.
유명 정치인 맞춤법 틀려 망신도
침대에 누워서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SNS 서비스를 이용해 글을 올리고 읽을 수 있는 시대다. 정 교수는 "요즘 첫 의사소통 수단은 음성언어가 아니라 문자언어"라고 말했다. 과거엔 주로 음성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편지를 쓰거나 전문 영역에서 문자언어를 사용했다면 지금은 문자언어를 쓰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게 되었다는 얘기다. 문자언어로 대화하는 경우는 늘었지만 제대로 된 글은 줄어들게 된 것이 현재 국어 사용 환경의 현주소라고 그는 지적한다. "생각을 문자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인 맞춤법의 역할이 커졌지만 역설적으로 맞춤법은 더 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최근엔 인터넷 등에서 맞춤법을 강조하는 반대 사례도 나타나기도 한다. 맞춤법에 어긋나는 글들이 늘어나자 자정을 요구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은 "서로 글로 통신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맞춤법 때문에 대화가 불편할 정도다 보니 이를 고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맞춤법 오류에 대해 지적하는 댓글이 늘어나거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맞춤법을 잘 지켜달라는 공지도 늘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의 맞춤법을 문제 삼다가 갈등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22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바이크 앤 튜닝매니아' 카페에는 지난해 7월 "게시판에 글을 쓸 때 띄어쓰기, 오타, 맞춤법에 대해 조금만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게시판 클린캠페인을 함께 하실 분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을 올린 레드호크(카페 내 별명)는 "입이 내뱉은 말은 흔적이 남지 않지만, 손가락이 내뱉은 말은 흔적을 남긴다"며 "맞춤법에 신경 쓰다 보면, 단어와 문맥에 신중하게 되고 결국 내 손가락이 내뱉는 말에 신중하게 된다"고 했다.
그가 제안한 캠페인은 ▶다른 사람의 오타는 절대 지적하지 않기(거슬릴 경우 쪽지로 보내기) ▶내가 쓴 글 올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정독하기 ▶수많은 사람이 읽었더라도 뒤늦게 오타가 발견되면 고치기 등이었다.
정치인의 맞춤법이 인상을 좌우할 때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정치인들이 공공 장소를 방문해 방명록에 글을 남기면서 맞춤법이 틀려 지적을 받기도 한다.
맞춤법을 모두 숙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http://www.korean.go.kr)에선 표준국어대사전 검색이 가능하다.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해 법률 및 규정의 해석이나 시험 문제의 정답 등을 제외한 맞춤법, 어문 규범, 어법 등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국어생활종합상담실(가나다전화, 1599-9979)을 이용하면 무료로 국어 전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트위터를 이용해도 된다. 맞춤법검사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부산대와 나라인포테크가 함께 개발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제공한 맞춤법검사기를 이용하면 된다.
※정답 : 부셔 → 부숴, 북바쳐 → 북받쳐, 교재 → 교제, 금새 → 금세, 설레임 → 설렘, 구치는 → 솟구치는, 애시당초 → 애당초, 계시판 → 게시판, 희안하게 → 희한하게
이상화 기자 < sh9989joongang.co.kr >
위 문장에서 틀린 맞춤법 9개, 찾아보세요
위 단락은 가공의 글이다. 언뜻 보면 의미는 통한다. 곰곰이 살펴보면 함정이 숨어 있다. 우리말 맞춤법 문제다. 최근 출간된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500』(인이레 출판사)에 실린 용례들을 조합해 만들었다. 이 짧은 문단 속에 흔히 실수하는 단어 9개가 들어 있다.
'부셔'는 '부숴'가 맞다. '부셔'는 '눈이 부시다'고 할 때 쓰인다. '북바쳐'는 '북받쳐'로, '교재'는 '교제'로, '금새'는 '금시에'의 준말인 '금세'로 써야 맞춤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설레임'은 '설레이다'가 아니라 '설레다'가 표준어이기 때문에 '설렘'이 올바른 명사형이고, '�구치는'은 '솟구치는'으로 써야 맞다. '애시당초'는 '애초'의 강조 형태인 '애당초'로 써야 한다. '계시판'은 '게시판'이, '희안하게'는 '희한하게'가 맞다.
틀린 표현이 많이 쓰이다 보니 무엇이 바른 글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인터넷과 SNS에서 그런 현상이 자주 발견된다. 지난달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멤버 양요섭은 아파 보이는 모습의 사진들이 보도된 후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이 사진들이 '아이돌 출산설'이란 소문의 진원지가 된 것이다. 팬들이 '낫다'가 아니라 '낳다'란 댓글을 쓴 것을 보고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출산설'이 올랐다. 그 후 양요섭은 '낳다가 아니라 낫다임. 뭘 그렇게 낳아'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한 아이돌 그룹 팬은 다른 아이돌 팬에게 '○○가 ◆◆보다 낮지 않나'라는 글을 써서 놀림을 받기도 했다.
9일은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및 반포를 기념하는 날이다. 1926년 첫 한글날을 제정했다. 당시엔 '가갸날'이라 했다. 올해는 한글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23년 만에 공휴일로 다시 지정해 맞이하는 첫해이기도 하다.
한자 몰라 '교향곡 → 교양곡' 헷갈려
맞춤법 오류의 문제가 SNS나 블로그처럼 비교적 개성이 중시되는 글쓰기에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속보 경쟁 속에 인터넷에 올라온 뉴스들에서도 실수가 종종 발견된다.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500』의 저자 여문주씨는 일례로 '봄기운 만연'이란 표현을 지적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만연(蔓延)'은 식물의 줄기가 널리 뻗는다는 뜻으로, 전염병이나 나쁜 현상이 널리 퍼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씨는 "꽃 풍경을 찍어 '봄기운 만연'이란 제목을 붙인 사진기사가 많은데, 이 경우엔 '봄기운 완연(宛然)'으로 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묘령(妙齡)'이라는 단어도 비슷한 경우다. '묘령'은 '스무 살 안팎의 여자 나이'를 뜻한다. 그럼에도 '묘령의 남성'이나 '묘령의 중년여성' 같은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겨드랑이 땀'을 줄인 '겨땀'도 표준어가 아닌데 많이 쓰이고 있다. 가수 싸이가 무대 위에서 격렬히 춤을 춘 후 겨드랑이에 땀이 흥건히 배어있을 때 이 말을 많이 사용했다. 마치 신조어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겨드랑이 땀을 뜻하는 말로는 '곁땀'이란 표준어가 있다. 잘못된 단어가 널리 퍼져나간 셈이다. '명예회손(명예훼손)' 같은 경우도 자주 틀리는 용어다. 많은 사람이 잘못 사용하다 보니 '명예회손'이라고 인터넷에 입력을 해도 검색이 가능하도록 한 법률사무소가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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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도 맞춤법 오류 청정지대가 아니다. 수도권 4년제 대학에서 교양 대학국어를 가르치는 김모(32) 강사는 "스마트폰 등에 쓰던 말을 그대로 쓰다 보니 이게 대학생이 쓴 글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빠르게 문자를 보내는 과정에서 '햇다' '먹엇다'같이 받침을 잘못 쓰는 경우가 있는데 학점과 관계된 리포트에서까지 그런 표현이 튀어나온다.
동덕여대 국어국문학과 정희창 교수는 "요즘 학생들을 보면 개인 블로그나 트위터 등 과거에 비해 읽는 것들은 많지만 좋은 문장에 노출될 기회가 적고,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학습이 많지 않다"며 "졸업반이 되면서 따로 자기소개서나 서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국어 맞춤법을 공부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자를 몰라 틀리는 경우도 많다. '교향곡(交響曲)'을 '교양곡'으로 잘못 쓰거나, '악천후(惡天候)'를 '악천우'로 착각하는 경우들이다. 클래식 음악이니까 교양과 연결시켜 '교양곡'으로 쓰거나, 나쁜 기후에 비가 내리는 것을 생각해 '악천우'로 쓰는 것이지만 엄연히 잘못된 것이다. '부가세(附加稅)'를 '부과세'로 잘못 쓰거나, '독거노인(獨居老人)'을 '독고노인'이라고 하는 것도 비슷한 실수 사례다. 사자성어에선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환골탈퇴'로 쓰거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흥망성세'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키보드 자판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겹글자를 생략해 틀리는 경우도 있다. '깔대기'가 아니라 '깔때기'다. 여씨는 "잘못 아는 경우도 있겠지만 자판에서 겹글자 입력을 불편해하면서 오타를 내는 경우가 많은 글자"라고 설명했다.
신체를 나타내는 용어도 자주 틀린다. '임파선'은 '인파선'으로, '췌장암'은 '체장암'으로 착각하곤 한다. 과거에 비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서 자주 쓰이게 됐지만 정확히 사용되지 않는 단어다. 물건을 높이는 어색한 높임법도 고쳐야 한다. 커피전문점에서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하는 등이 그런 사례다.
유명 정치인 맞춤법 틀려 망신도
침대에 누워서나 차를 타고 이동할 때도 SNS 서비스를 이용해 글을 올리고 읽을 수 있는 시대다. 정 교수는 "요즘 첫 의사소통 수단은 음성언어가 아니라 문자언어"라고 말했다. 과거엔 주로 음성언어를 많이 사용하고, 편지를 쓰거나 전문 영역에서 문자언어를 사용했다면 지금은 문자언어를 쓰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게 되었다는 얘기다. 문자언어로 대화하는 경우는 늘었지만 제대로 된 글은 줄어들게 된 것이 현재 국어 사용 환경의 현주소라고 그는 지적한다. "생각을 문자언어로 전달하는 능력인 맞춤법의 역할이 커졌지만 역설적으로 맞춤법은 더 틀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최근엔 인터넷 등에서 맞춤법을 강조하는 반대 사례도 나타나기도 한다. 맞춤법에 어긋나는 글들이 늘어나자 자정을 요구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조남호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은 "서로 글로 통신하는 일이 많아졌는데 맞춤법 때문에 대화가 불편할 정도다 보니 이를 고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맞춤법 오류에 대해 지적하는 댓글이 늘어나거나 인터넷 카페 등에서 맞춤법을 잘 지켜달라는 공지도 늘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이 쓴 글의 맞춤법을 문제 삼다가 갈등 상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22만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는 '바이크 앤 튜닝매니아' 카페에는 지난해 7월 "게시판에 글을 쓸 때 띄어쓰기, 오타, 맞춤법에 대해 조금만 더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게시판 클린캠페인을 함께 하실 분을 모집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을 올린 레드호크(카페 내 별명)는 "입이 내뱉은 말은 흔적이 남지 않지만, 손가락이 내뱉은 말은 흔적을 남긴다"며 "맞춤법에 신경 쓰다 보면, 단어와 문맥에 신중하게 되고 결국 내 손가락이 내뱉는 말에 신중하게 된다"고 했다.
그가 제안한 캠페인은 ▶다른 사람의 오타는 절대 지적하지 않기(거슬릴 경우 쪽지로 보내기) ▶내가 쓴 글 올리기 전에 한 번만 더 정독하기 ▶수많은 사람이 읽었더라도 뒤늦게 오타가 발견되면 고치기 등이었다.
정치인의 맞춤법이 인상을 좌우할 때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정치인들이 공공 장소를 방문해 방명록에 글을 남기면서 맞춤법이 틀려 지적을 받기도 한다.
맞춤법을 모두 숙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http://www.korean.go.kr)에선 표준국어대사전 검색이 가능하다. 온라인 게시판을 이용해 법률 및 규정의 해석이나 시험 문제의 정답 등을 제외한 맞춤법, 어문 규범, 어법 등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
전화상담도 가능하다. 국어생활종합상담실(가나다전화, 1599-9979)을 이용하면 무료로 국어 전반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 트위터를 이용해도 된다. 맞춤법검사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부산대와 나라인포테크가 함께 개발한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나 포털사이트 등에서 제공한 맞춤법검사기를 이용하면 된다.
※정답 : 부셔 → 부숴, 북바쳐 → 북받쳐, 교재 → 교제, 금새 → 금세, 설레임 → 설렘, 구치는 → 솟구치는, 애시당초 → 애당초, 계시판 → 게시판, 희안하게 → 희한하게
이상화 기자 < sh9989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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