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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과 지도|고수의 독도법 노하우] 독도능력은 90%가 ‘감’ 수많은 알바가 고수를 만든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3. 28.
[등산과 지도|고수의 독도법 노하우] 독도능력은 90%가 ‘감’ 수많은 알바가 고수를 만든다
 
 
  • 글·신준범 기자 
  • 사진·김종연 기자 

 

산줄기 1만7,000km 걸은 신경수 선생
 
▲ 독도법을 설명하는 신경수 선생.

신경수(63)씨는 골수 산꾼들이 인정하는 독도 전문가다. 백두대간과 9개 정맥, 19개 기맥, 100개가 넘는 지맥을 다 탔으며 이외에도 400여 개의 산줄기를 완주했다. 1만7,000km를 걸은 산줄기 종주 전문가인 것이다. 제대로 된 등산로나 이정표 없는 산줄기를 혼자 산행했기에 섬세한 독도능력은 필수였다. 또한 GPS의 도움 없이 지도와 나침반만으로 산행을 해왔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18년 동안 전국의 산줄기를 탔습니다. 저는 오직 나침반과 지형도만 가지고 산행을 해왔습니다. 지금은 GPS가 대중화되어 속칭 ‘알바’(가려는 길에서 벗어나 엉뚱한 곳으로 잘못 가는 것)를 덜하며 산줄기 완주를 하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산꾼들은 나침반이나 지형도가 그리 필요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능선을 읽을 줄 모르면 아무리 훌륭한 GPS도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고전적인 지도와 나침반을 통한 독도 능력은 세월이 흘러도 필수입니다.”

그는 GPS의 활용으로 산행이 수월해졌지만 고전적인 독도능력은 기본이라 말한다. GPS트랙만 무심코 따르게 되면,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배터리가 떨어지거나, 고장·분실했을 경우 대처능력이 떨어져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산행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들은 이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지형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산행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산행의 기초도 탄탄히 다질 수 있다. 지형도상에 현재 내가 어느 위치에 있다는 것을 항시 대조해 가며 산줄기를 완주했을 때에는 엄청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GPS트랙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완주할 경우 이런 재미가 덜하다. 안내산악회의 안내인 발뒤꿈치만 보며 산행하는 것과 다를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GPS가 불필요하다는 건 아니다. 지형도와 나침반, GPS를 적절히 조화시켜 사용하면 더욱 재미있는 산행을 할 수 있다.

신경수씨의 산행법은 먼저 갈 산줄기를 정하고, 지형도를 구해 능선을 선으로 긋는 것에서 시작한다. 가려는 산줄기를 제대로 그렸다고 해서 알바 없이 답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수씨는 지맥 이하의 짧고 낮은 산줄기 산행을 하고 있는데, 지리산 주능선처럼 능선이 크고 선명한 곳은 드물다. 야산처럼 낮은 산줄기가 두루뭉술하게 흐르는 곳이 많아 아무리 독도 고수라 해도 전혀 알바를 하지 않고 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솔로 산행의 달인인 신경수씨조차 가끔 알바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지형도에 선을 제대로 그었어도 실제 능선과 접목 시키는 데에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지형도 상에 똑같은 모양의 능선이라도 실제 지형에서 나타나는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고수들은 이런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오랜 산행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적용해 제대로 된 길을 찾는다.

그러나 대간이나 정맥 같은 산줄기 종주 산행에 있어 산자분수령에 의한 마루금은 반드시 있고 그 길은 오직 하나뿐이기에 종주꾼들은 그 길을 찾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그는 독도 노하우를 전해 주기 전에 갖춰야 할 전제 조건이 세 가지 있다고 강조한다.

1. 5만 분의 1 지형도에 능선을 그리고 읽을 줄 알아야 한다.

2. 자신의 평균 속도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

3. 5~10m 정도 되는 튼튼한 보조로프 하나쯤은 비상용으로 항시 휴대해야 한다.

종주산행의 독도 능력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지금 어디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정확하게 알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근접하게라도 알아야 한다. 이를 파악하는 독도법을 말로 설명한다는 건 어렵다. 오랜 경험에 의해 스스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쌓이면 지도와 실제 산줄기의 내가 일체가 되어 진행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려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며 90% 정도까지는 ‘감’으로 알 수 있다. 여기서 ‘감’은 숱한 경험으로 배우는 동물적인 노하우다.

산행에서 가장 많이 쓰는 5만 분의 1 축척 지형도를 예로 설명하면, 5만 분의 1지도는 지도상의 1cm가 실제 500m 거리다. 등고선 한 개는 높이가 해발고도 20m다. 그러나 능선의 경우 1,000m로 그려져 있고 그 위에 더 이상 등고선이 없다면, 그 높이를 1,010m로 보는 것이 옳다. 등고선이 하나 그어지기 위해선 아래 등고선에서 20m 이상이고, 40m 이하의 높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균값인 30m로 높이를 기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래픽] 도상거리와 실제산행 거리의 예
신경수씨는 등고선이 촘촘하거나 멀거나 상관없이 무조건 도상거리를 재어 거리를 계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1cm(500m) 안에 등고선이 하나밖에 없다면 엄청 완만한 산줄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산해 보면 밑변 500m, 높이 20m이니 환산해 보면 빗변의 길이가 500.4m다. 거의 평지길이라고 보아야 한다.

절벽은 90도 각도이므로 1cm 안에 등고선이 무한대로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으므로 일단 높이와 거리가 같은 500m라고 한다면 등고선의 개수는 25개가 되며 그 경사도는 탄젠트(tan)의 값이 1이 나오는 각도가 되므로 45도가 된다. 그러므로 빗변의 길이, 즉 사람이 이동하는 거리는 707m가 된다.

이 정도 각도를 가진 산의 실제 등고선을 보면 1cm 안에 25개를 그려 넣어야 하므로 등고선의 간격은 0.4mm 간격이다. 얼핏 봐서는 두꺼운 선 하나처럼 중첩되어 보이게 된다. 즉 45도 각도만 되어도 실제로는 절벽 같은 급경사로 보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실제 빗변의 길이가 707m이므로 밑변 500m에 대한 비율로 계산하면 1.414배이다.

신경수씨는 국내 지형도를 바탕으로 등고선이 촘촘한 곳을 세어보았다. 보통 1cm 안에 15개 정도 있다고 한다. 등고선 1개의 높이가 20m이므로 15개면 해발고도 300m다. 이에 대한 빗변의 길이는 583m로 도상거리의 1.17배다. 그러므로 평균 실거리를 보면 도상거리의 1.2~1.25배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즉 도상거리 10km를 답사했을 경우 실제로는 약 12.5km를 답사한 것이 된다.

산줄기 종주 시 길 찾기 주의해야 하는 지형


	[그래픽] 산줄기 종주 시 길 찾기 주의해야 하는 지형
1 폭이 좁은 긴 막대 모양의 등고선 하나만 있는 경우

지형도상으로는 거의 높낮이가 없는 평지성 능선을 가는 것이지만, 실제로 답사해 보면 그 안에는 둔덕 수준의 봉우리들이 여러 개가 있는 경우가 많다. 1~2개 봉우리부터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있기도 하다. 이 경우 지형도상의 길쭉한 폐쇄곡선(등고선) 안에 있는 봉우리 중 어느 것이 등고선이 말하는 정상인지 알 수 없어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해 알바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안부에서부터 봉우리 정점까지 올라가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린 봉우리를 정상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올라가는 봉우리들이 많을 경우 제일 높이 올라간 봉이 정상임은 자명한 일이다.

2 폭이 넓은 긴 막대 모양의 등고선이 하나만 있는 경우

1번의 내용과 같지만 너른 운동장 같은 폭 안에서 올챙이가 헤엄치듯 역동적으로 수없이 많은 산줄기를 형성하고 있어 도상거리보다 실제 거리가 훨씬 더 길어진다. 정상을 찾는 방법은 1번과 같다.

3 등고선의 고도 간 간격이 촘촘하며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경우

촘촘함이 심해지면 결국 절벽이 된다. 이런 지형을 만났을 경우 우회하는 길의 흔적이 대부분 있으니 잘 찾아서 진행해야 한다. 없다면 사면으로 가는 루트를 만들어 개척산행해야 한다. 이마저도 위태로울 경우 절벽 바위를 뿌리째 도는 방법이 있고, 아예 계곡까지 떨어졌다가 그곳을 지난 능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복귀한 곳이 어디인지 모를 경우가 생긴다. 이 경우 진행하면서 등고선상의 어느 특정한 지점(주위보다 높은 봉우리나 제일 낮은 안부)을 찾아 그곳에서부터 다시 지형도와 일치시키며 진행하면 된다.

4 등고선 간격이 촘촘하고 모양이 원을 그리고 있을 경우

지형도에 능선을 그을 경우 정점에서부터 한없이 많은 마루금을 그을 수 있는 아리송한 산줄기가 된다. 완만한 능선이 있는 곳에서부터 능선을 그어 역으로 올라와 능선을 가늠해야 한다. 아니면 적당히 방향을 잡고 신경을 곤두세워 내려가며 좌우를 유심히 살펴 조금씩 트래버스하면서 본래 능선을 찾아 가면 된다.

5 지도상 거리 훈련하기

가고자 하는 능선의 흐름이 확 꺾이는 곳이 있다면 그 꺾이는 지점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현 위치에서 도상거리 얼마를 더 가서 방향을 바꾸는지 알면 수월하다. 도상훈련을 하여 몸으로 익혀 실제로 그만큼 진행한 다음 꺾어지는 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보폭을 사용해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 동네 평지 길을 갈 때 성인남자의 경우 보통 보폭이 0.7m다. 산에서는 0.5m 정도 된다고 가정했을 때 도상 200m를 가서 꺾인다고 하면 약 400(200/0.5)번 발걸음을 세면서 걸어가 그 지점에서 방향을 바꾸면 된다.

6 고속도로나 채석장 등의 까마득한 절개지를 만날 경우

일단 조망이 뛰어나므로 사방을 둘러보며 내려갈 수 있는 길을 가늠해야 한다. 보통은 수로를 따라 내려가면 되지만 그 다음이 문제가 된다. 고속도로를 지나야 하는데 대책 없이 목숨 걸고 무단 횡단할 수는 없다. 보통 멀지 않은 곳에 지하통로가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야 한다. 절개지 위에서 내려서기 전에 지형을 살펴 지하통로를 찾아야 한다. 고개 좌우로 고속도로가 내리막을 형성하고 있는데 잘 살펴보면 낮은 지형을 이루며 길 옆 논밭 혹은 일반도로가 지나가는 통로가 보인다.

7 우회길 선택시

절벽이 있어 우회할 경우 정점의 시야가 트인 곳에서 우회할 코스를 택해야 한다. 이때 계곡 밑바닥까지 잘 보이는 곳을 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가시 잡목과 넝쿨들이 정글을 이뤄 100m 가는 데 엄청난 시간과 체력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8 임도라고 방심마라

임도 따라가는 산행은 편하다. 편하기 때문에 무작정 임도를 따라가다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엉뚱한 데로 가서 산행을 망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산줄기 종주의 원칙은 능선으로 난 임도는 따라가지만 사면으로 난 임도는 절대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지형을 감안했을 때 임도가 다시 능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는 한 굽이 정도 가본 후, 능선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다면 되돌아와야 한다.

9 내리막에서 지형도에 없는 양 갈래로 갈라지는 능선

내리막에서 지형도에 없는 양 갈래로 갈라지는 능선을 만나면 순간 당황하게 된다. 이 경우 양쪽 능선의 각도를 판단해 진행한다. 이런 미세한 독도를 요하는 곳에서는 도면상 북쪽과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쪽이 조금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도북(도면상 북쪽)과 자북(나침판상 북쪽)은 우리나라 기준 7.5도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올라갈 때 그런 지형이 나왔다면 전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어느 쪽으로 올라가든지 능선이나 봉우리에 이르기 때문이다.

10 능선을 그릴 수 없는 불분명한 산사면을 내려갈 경우

길 흔적을 살피며 내려가다 보면 능선이 형성된다. 조금씩 트래버스해서 능선을 찾아가면 된다. 이럴 경우 주변을 잘 살피면서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