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인다, 마산의 봄
- 입력 : 2014.04.17 04:00
통술집에서 어시장까지… 24시간 마산 기행
- 동틀 녘의 마산 어시장. 나무 궤짝을 사이에 두고 ‘아재’와 ‘아지매’들이 분주한 새벽을 보낸다. 경매를 앞둔, 혹은 경매를 막 마친 생선과 해물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가는 곳. 여행의 바다가 아니라 삶의 바다다.
시집 '멍게'(문학과지성사)를 펴낸 이 자칭 '일용 잡부 시인'은 관광의 도시가 아니라 삶의 도시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마산행 결심에는 시인의 이런 편견 섞인 도발이 한몫했을 것이다. 통영이나 남해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으면서도 최근 이 관광 시·군(市·郡)의 상업화와 번잡함을 우려하는 사람이 기자만은 아닐 테니까.
'통술집'은 한마디로 다양한 제철 해산물을 골고루 맛볼 수 있는 선술집. 요리별로 값을 받는 게 아니라 셈하다 지칠 만큼의 접시를 한 상 값에 차곡차곡 내놓는다. 물론 안주 푸짐한 선술집이 마산만의 자랑은 아니다. 해산물 흐뭇하기로야 통영의 '다찌'가 있고, 안주 진진하기로는 막걸리 한 주전자에 한 상 넉넉히 내놓는 전주의 술 문화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시인의 야심만만한 선언처럼 마산에는 경남 지역 최대 규모의 어시장과 시인 같은 '일용 잡부'가 새벽 배달한 그 계절의 해물이 있다. 한때 전국 7대 도시의 명성을 누리던 마산은 창원과 통합되며 이제는 구(區) 수준으로 위축됐지만, 그 위축의 경험이 마산을 땀 냄새 더욱 풍성한 삶의 현장으로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통영보다 저렴하고, 전주보다 바다 냄새 물씬한 제철 해산물의 보고(寶庫)였다.
창원시립 마산박물관 송성안 학예연구사는 마산의 통술문화를 "주인과 손님 간의 암묵의 범절"로 요약했다. 안주가 뭐 나올지도 물어보면 안 되고, 가격도 물어보면 안 되는 이 독특한 주안상 문화는 한마디로 주인과 손님 간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 대신 주인은 신선한 제철의 해물과 요리를 내고, 손님은 주인이 요구하는 가격을 두말 않고 지불한다. 이 지역 역사문화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송 학예사는 마산의 통술집이 1960년대 오동동 거리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고급 요정에는 갈 수 없는 서민들이 특유의 '한 상 문화'를 저렴한 가격에 즐기도록 탄생했다는 것이다.
마산 문화동의 '석민 통술'에 들어가니 주인은 마침 제철인 미더덕을 내놓았다. 우리가 해물된장찌개에서 오도독 씹던 그 미더덕이 아니었다. 마산의 사내들은 된장찌개 속의 그 생명체를 미더덕 짝퉁 오만둥이라 불렀다. 생미더덕의 향은 과장 없이 경이(驚異)였다. 더덕만큼 향기로워 미더덕이라 했다던가. 강렬한 봄바다의 향이 한입 가득 들어왔다.
통술집의 통음 뒤 새벽에 이 '일용 잡부'의 삶의 현장으로 나갔다. 새벽 4시부터 준비하는 마산 어시장 경매 현장. 시인이 오토바이에 생선 궤짝을 싣고 달리면 "저기 예술가 간다"고 농 섞은 면박을 준다는 그의 일터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가자 1대9 가르마의 한 걸걸한 사내가 "서울에는 고기가 없는가베"라며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던진다.
- 마산 명물 통술집의 안주 한 상.
경매를 앞둔 풀죽은 상어 한 마리가 자신의 나무 궤짝에서 자꾸 기어 내려온다. 흰 고무장화 신은 사내가 육두문자를 내뱉더니 달려가 머리부터 패대기를 친다. 몸으로 일하는 사내들이 있는 곳. 마산에 봄이 펄떡거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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