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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의 24시간… 마산 - '콰이강의 다리'… 그 건넛마을엔 갯내음, 사람내음 물씬했지

by 맥가이버 Macgyver 2014. 4. 17.

도시에서의 24시간… 마산 '콰이강의 다리'… 그 건넛마을엔 갯내음, 사람내음 물씬했지

  • 마산=어수웅 기자 
  • 사진=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 입력 : 2014.04.17 04:00

도시에서의 24시간… 마산

 
저도(猪島)와 마산을 잇는 붉은 철교 아래 배 한 척이 물살을 가른다. ‘콰이강의 다리’라는 애칭이 붙은 저도 연륙교. 섬과 육지를 잇는 다리를 달린다.
의미와 재미를 두루 갖춘 1박 2일 국내 여행은 무엇일까. '도시에서의 24시간'을 새로 시작합니다.

시간대별로 추천하는 주말매거진의 여행 체험기입니다. 첫 회는 마산. 마산 어시장에서의 삶의 활력과 바다와 섬을 연결하는 '콰이강의 다리'까지, 갯내음 물씬한 마산의 맛과 남해안의 풍경을 안내합니다.

12:30 탱수국을 아십니까


	탱국수
기차에서의 공복 3시간. 위장은 이미 허겁지겁이다. 남성동 우리은행 맞은편 마산 거북집(055-244-0303)에 입장한다. 마산 특유의 '생선국' 전문이다. 생선국은 말 그대로 생선을 끓인 국. 이 집은 탱수를 쓴다고 했다. '삼식이'라는 안타까운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수많은 사마귀모양 돌기로 덮인 이 못난이의 공식 호칭은 삼세기다. 경남에서는 탱수, 강원도에서는 삼숙이, 전라도에서는 삼식이로 불린다. 못생겼거나 말거나, 생선국 그 자체는 참으로 맑고 깔끔한 맛. 포인트는 마산 특유의 '모재기'(모자반)에 있다. 정영숙 대표는 "모자반이 천연 조미료 역할을 하면서 생선 비린내를 잡는다"고 했다. 미나리·모자반·무 삼각 편대가 빚어내는 앙상블이 시원하다. 경상도 먹거리의 '검증'을 위해 서울부터 동행한 목포 출신 서효인 시인이 한마디를 보탠다. "재료 맛으로 승부하는군요." 탱수국 1만1000원.

15:00 '콰이강의 다리'를 건너며


	콰이강의 다리
시내에 있는 거북집에서 남쪽 바닷가로 40분을 달리면, 저도(猪島) 연륙교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철제 다리. 구교와 신교가 있다. 새로 지은 신교에게는 미안하지만, 옛 다리가 미학적으로 훨씬 아름답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영화 '콰이강의 다리'(1957)를 빼닮은 붉은 철교다. 길이 170m, 너비 3m의 좁은 다리인데, 함께 손잡고 건너는 연인은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다. 문득 드는 얄궂은 생각. 나중에 '고객 변심'으로 헤어지고 싶으면 어떻게 하나. 옆자리 서효인 시인이 의뭉스럽게 '덕수궁 돌담길'을 추천한다.

우리 사랑 변치 말자며 달아놓은 연인들의 자물쇠가 철교 난간마다 매달렸다. 사랑을 기원하는 염원의 문장이 빼곡하다. 요령부득의 글도 보인다."오빠 미안해. 환생이란 게 있으면 그때 잘할게."(○○) 철제 자물쇠와 난간 아래로 마산의 바다를 굽어본다. 절경이다.

18:30 통술로 통음


	동술집의 안주 한상

신마산 통술거리 석민 통술(055-243-5155)을 찾는다. 거리 초입에는 개울이 흐르고, 벚꽃잎이 난분분 자유낙하하는 중이다. 일제강점기 이 동네의 이름은 사쿠라마치(벚나무 동네). 마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벚꽃 거리였다고 했다. 통술집의 콘셉트는 언제나 제철 해물이다. 쏙(갯가재)과 가리비를 시작으로, 숭어 사촌이라는 밀치회, 갈매기조개가 순서대로 등장한다. 그다음 순서는 바다향 가득한 생미더덕. 중독을 부르는 맛이다. 굴, 해삼, 멍게 접시가 잇따르며 몇 번째 안주인지 셈하던 노력을 포기했다. 김연순 사장은 "차가운 요리부터 따뜻한 요리 순으로 낸다"고 했다. 다음 순서는 갖은 양념으로 조리한 감성돔, 꽃돔, 갈치구이. 훈제연어와, 막 부친 파전, 조개탕도 입맛을 돋운다. 소주잔은 끊임없이 돌아가고, 객들은 배를 두드린다. 함포고복(含哺鼓腹)이 따로 없다. 이 집은 4인 한 상 6만원. 두 사람이 가도 6만원, 한 사람이 가도 6만원이다. 술값은 소주 5000원, 맥주 4000원. 통술 거리 일대에만 통술집이 10여 곳 있다.

05:00 마산 어시장의 새벽 활력

"애써서 잡은 고기, 잘 다루어 제값 받자." 마산 어시장 곳곳에 생활력 가득한 표어가 붙어 있다. 경매 30분 전. 쇠수레를 밀고 가는 잡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나무 궤짝 가득한 쏙(갯가재), 막 들어온 고기잡이 배 수조에서 건져 올리는 도다리·털게·아구 등속….


	마산 어시장

오전 5시 30분이 되자 한 사내가 1분 넘게 종을 친다. 3단 스탠드에 똑같은 모자를 쓴 중매인들이 질서정연하게 자기 자리를 찾는다. 선주들의 이름이 붙은 생선 궤짝들은 이제 새 주인을 찾아가는 중이다. 암호 같은 전문용어와 손짓이 난무 중이다.

경남권 최대라는 마산 어시장은 1914년 현재의 남성동 우체국 일대 1만1000평을 시작으로 지금에 이르렀다고 했다. 매주 첫째 셋째 일요일은 휴무.

6시 무렵 이날의 경매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서자 온 세상이 훤하다. 부지런한 식당 주인과 동네 할머니들이 장을 보고 있다. 하루가 시작됐다.

06:30 복국과 거리 산책

전날의 통음과 무리한 새벽 기상을 복국으로 달랜다. 오동동 복집골목의 광포 복집(055-242-3308)이다. 미나리와 모자반으로 국물 맛을 낸 생선국과 달리, 복국은 콩나물이 맛을 낸다. 중국산 은복(8000원), 국내산 참복(2만원) 등 다양한데, 성 시인의 추천으로 중간치인 동해 밀복(1만2000원)을 주문한다. 동해에서만 잡힌다는 밀복 한 마리가 푸짐하게 들어있다. 칼칼하면서도 담백한 맛이다.

아침을 먹고 구마산 거리 산책에 나선다. 이 지역의 구도심 복원 프로젝트로 꾸민 창동예술촌 거리를 걷는다. 시인 천상병, 작곡가 반야월, 조각가 문신의 고장. 마산의 예술가와 상인들이 융화하는 테마 예술거리가 목표라고 했다. 시가 지원했다는 통일된 디자인의 간판과 개별 가게의 이기심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간판들이 계통 없이 어울렸다.

10:30 임항선 시간 여행


	임항선 그린웨이

마산은 철도의 도시. 최초 철도 개통이 1905년 5월이다. 그때 서울과 철도로 이어진 도시는 부산, 인천, 마산이 전부였다. 지금은 산책로로 사랑받는 옛 철길이 있다. 임항선(臨港線) 그린웨이다. 임항선은 항구에 닿은 배의 짐을 바로 기차에 싣기 위해 부두까지 이은 선로. 말 그대로 바다까지 이어지는 철길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외면받았고, 화물철도로 쓰이다가 지금은 산책로로 사랑받는다. 옛 마산의 추억을 반추할 수 있는 길. 마산 합포구 마산세관에서 시작해 마산회원구 석전동 개나리맨션 인근까지 총 5.5㎞ 구간이다. 고층 아파트 옆에 풀 돋아난 철길을 걸으며, 중앙부두 공원까지 이른다. 옛 마산의 정취를 만끽하는 길. 이제는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다. 다시 마산역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마산 개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