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의 기지개 / 김승희 오늘은 갔는데 내일은 올까, 누가 오는 것처럼 내일은 올까, 내일은 미래, 미래는 있을까, 미래가 올까,
선택은 없었다, 선택한다고 해도 어차피 나의 몫은 아니었다, 방주 위로 비가 오고 있었다, 비는 하나하나 합창은 아닌데 검은 합창처럼 들려오고 그래, 꿈이구나, 저 검은 비 끝나면 무지개가 오겠지 비도 그치면 밤도 그치겠지,
나쁜 꿈같은 검은 비 위에 검은 비 오고 검은 비 오고 또 검은 비 오다 오다 지쳐 해가 뜨더니 횃대 위에서 아침 새떼들이 몸서리를 치며 날개의 물기를 퍼득퍼득 털어내고 있었고 나무들은 사무치게 온몸을 비틀며 수천의 팔을 흔들고 무지개의 발들이 부은 땅 속에서 봉긋 솟아오르려 하고 있었다,
무지개는 비를 기억하지 않지만 비는 얼마나 무지개를 열애했던 것일까? 오죽했으면 땅이 다 봉긋 일어서려고 할까? 내일이 온다면 다름이 아니라 네 마음의 밀애가 당겨서 오는 거라더라, 열애가 아니라 밀애라니까! 응? 밀애가 당겨야 미래가 온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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