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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인터벌 트레이닝] 계속 뛰기보단 뛰다 걷다 반복하는 게 최고 운동법

by 맥가이버 Macgyver 2021. 9. 28.

[재미있는 과학] 계속 뛰기보단 뛰다 걷다 반복하는 게 최고 운동법

 인터벌 트레이닝

 /그래픽=안병현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야외에서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졌어요. 산책로를 빠르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고, 1시간씩 달리기를 하기도 합니다. 바쁜 직장인들은 짬을 내 운동하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짧은 시간에 더 큰 운동 효과를 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궁금해 하죠. 이런 사람들에게 전문가들은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을 추천해요. 이 운동이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최고의 운동법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고강도·저강도 반복하며 '짧고 굵게'

보통 사람들은 한 가지 운동을 오래 한 다음 충분히 쉬는 경우가 많아요. 30분~1시간 조깅한 뒤 앉아서 푹 쉬어버리는 것처럼요. 이와 달리 '인터벌 트레이닝'은 고(高)강도와 저(低)강도 운동을 반복하는 방법이에요. '인터벌'은 영어로 간격이라는 뜻인데, 고강도 운동 사이에 저강도 운동이라는 인터벌을 둔다는 의미예요. 예를 들어, 자전거를 40분 탈 때 1분은 전력 질주하고 1분 30초는 보통 속도로 페달을 밟는 식으로 15회 반복하는 거예요. 달리기를 한다면 빠른 속도로 1분 달리다가 약간 느린 속도로 1~2분 달리기를 7~10회 반복하는 식이죠.

그런데 인터벌을 둔다는 이유로, 운동하는 내내 슬슬 걷다 뛰다 해서는 별 효과가 없답니다. 고강도 운동은 심장에 무리가 간다고 느낄 만큼 강하게 몰아붙여 자기가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심박수를 100이라고 할 때 80~95%까지 끌어올려야 한대요. 운동 강도를 높이면 보통 심박수가 올라가요. 저강도에선 최대 심박수의 40~45%로 떨어뜨린 상태를 유지하고요. 최대 심박수는 사람마다 다르고, 연령에 따라서도 달라져요. 운동 전후엔 워밍업(준비 운동)과 마무리를 3분 정도 해줍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이 운동 효과 가장 커

왜 인터벌 트레이닝이 한 가지 운동을 쭉 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까요? 2017년 미국 유명 병원 메이오 클리닉은 인터벌 트레이닝의 효과를 실증적으로 밝혀냈어요. 연구팀은 건강 상태가 좋은 30세 이하와 64세 이상 남녀 72명을 세 무리로 나눠 12주 동안 일주일에 서너 번씩 각각 다른 방식으로 운동하게 했어요.

A그룹은 스트레칭 같은 근력 운동(무산소 운동)만 했고, B그룹은 헬스장에서 30분 이상 중간 강도로 자전거 운동 기구(유산소 운동)만 탔어요. C그룹은 자전거 운동 기구 페달을 고강도로 4분, 저강도로 3분 돌리는 방식을 3회 반복(인터벌 트레이닝)하도록 했고요.

연구진은 12주 후 세 무리 참가자들의 신체 변화를 비교했어요. 그 결과, 셋 모두 혈당 수치, 근육량, 지구력 등이 좋아졌지만 가장 크게 향상된 무리는 바로 C그룹이었죠.

늘어난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만들어요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인터벌 트레이닝이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산 능력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어요. 사람 몸은 60조개 이상의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 속에는 세포핵·미토콘드리아·소포체 등 여러 기관이 들어있어요. 이 중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들이 활동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해요. 자동차 엔진이 휘발유로 움직이는 것처럼,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활용해 우리가 섭취한 음식을 에너지(ATP)로 만들어내 세포들이 활동할 수 있게 해주죠. 세포 하나에는 미토콘드리아가 200~1000개씩 들어있어요.

메이오 연구팀의 실험 결과 A그룹은 젊은층, 노인층 모두 미토콘드리아 수가 증가하지 않았고, B그룹은 젊은 참가자만 미토콘드리아가 38% 증가했어요. 그런데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 C그룹은 젊은층과 노년층 모두 미토콘드리아가 49%, 69% 증가했죠.

인터벌 트레이닝이 미토콘드리아 수를 크게 늘린 것은 바로 무산소 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적절한 시간에 바꿔줬기 때문이라고 해요. 유산소 운동은 몸에 충분한 산소가 들어왔을 때 근육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지방을 에너지로 만들어 사용하는 운동이에요. 걷기·조깅·수영 등이 해당하죠. 유산소 운동을 하면 헤모글로빈이 늘어나서 체내 산소 함량도 늘어나요. 반대로 무산소 운동은 산소 없이 미토콘드리아 바깥쪽에서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만들어 사용하는 운동이에요. 역도처럼 순간적으로 힘을 내는 운동이 해당해요.

인터벌 트레이닝에선 고강도 운동이 무산소, 저강도 운동이 유산소 운동에 해당해요. 고강도 무산소 운동에선 피로 물질인 젖산이 일시적으로 많이 생성되고, 젖산이 너무 많이 쌓이면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성을 잘 못 해요. 그런데 인터벌 트레이닝은 고강도 운동으로 젖산이 많이 생산되려는 시점에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바꿔주는 것이죠. 이 덕분에 젖산은 덜 쌓이고 몸속 산소량은 늘어나 산소를 활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가 늘어나고 활동도 더 활발해지죠. 늘어난 미토콘드리아가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고, 많은 에너지를 짧은 시간에 사용하는 고강도 운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지방 연소에도 효과적이고, 근육·체력 등이 좋아지는 것입니다.

또 무산소 운동이 유산소 운동으로 바뀌는 시점에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액량이 많아져 심장 크기가 늘어나면서 지구력도 좋아진답니다. 심장 크기와 지구력은 비례하거든요.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페크']

인터벌 트레이닝의 창시자로 꼽히는 사람은 에밀 자토페크(1922~2000)예요. 자토페크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마라톤을 포함해 장거리 달리기 3부문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 '인간 기관차' 소리를 들은 체코 선수예요. 그는 1930년대 스웨덴의 장거리 달리기 선수들이 사용했던 파틀렉(달리기에서 속도를 변화시켜 하는 훈련법)을 과학적으로 체계화해 직접 자신에게 적용했죠. 장거리 구간을 나눠 빠르게 달리다가 특정 구간은 저강도로 휴식하며 달리는 방식이었어요. 이렇게 했더니 지구력이 크게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실제 올림픽 경기에서도 다른 선수가 자기를 앞지르면 한동안 힘이 빠진 것처럼 거리를 유지하다가 다시 힘이 남아도는 사람처럼 여유롭게 추월하는 모습으로 경기를 했다고 해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