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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과학 - 모기] 1억7000만년 전 등장… 매년 72만명 죽게 해요

by 맥가이버 Macgyver 2021. 7. 20.

[재미있는 과학 - 모기] 1억7000만년 전 등장… 매년 72만명 죽게 해요 

 

말라리아 등 무서운 질병 매개체

새ㆍ박쥐ㆍ물고기의 중요 먹이라서

다 없애면 먹이사슬 균형 깨진대요

 

무더운 여름철, 어김없이 모기가 극성입니다. 모기는 6월부터 9월 사이 개체 수가 많아지는데,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밤잠까지 설치게 하는 불청객이죠. 모기 때문에 괴로운 건 조상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조선시대 다산 정약용이 ‘모기를 증오한다’는 뜻의 ‘증문(憎蚊)’이란 시조를 썼을 정도죠. 그런데 모기는 귀찮은 존재 정도가 아니라 지구상 그 어떤 동물보다도 사람을 많이 죽인 생명체랍니다. 인류는 이런 모기를 물리치기 위해 오랫동안 전쟁을 치러 왔고요. 대체 모기는 어떤 동물이기에 이렇게 인류를 괴롭히는 걸까요?

 

일부 종의 암컷만 흡혈해요

 

지구에 사는 모기는 3500여 종이 있고, 국내엔 50여 종이 살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모든 모기가 피를 빨아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오해예요. 흡혈하는 모기는 100~200종입니다. 이 중에서도 산란기의 암컷만 흡혈을 해요. 모기는 식물의 과즙 등을 먹고 사는데, 산란기 암컷은 알을 키우려고 동물성 단백질과 철분 등 영양소가 필요해서 사람이나 동물 피를 빨아 먹습니다.

 

모기의 흡혈 과정은 매우 정교해요. 모기 침은 하나로 보이지만 총 6개예요. 타액관, 톱날침 1쌍, 바늘침 1쌍, 그리고 흡혈관이에요. 모기는 먼저 타액관으로 피부에 타액을 뿜어 피부 지방 성분을 녹인 다음 톱날침 한 쌍으로 피부에 구멍을 뚫고 동시에 바늘침으로 구멍 양쪽을 붙잡아 길을 열어요. 그 사이로 흡혈관을 꽂고 피를 빨아들이죠. 이때 피를 자기 몸무게의 2~3배나 되는 6~9㎎ 마신대요. 흡혈 즉시 수분은 오줌으로 배설하고, 영양분만 몸에 저장합니다. 모기에게 물렸을 때 간지러운 것은 모기 타액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모기는 머리에 달린 촉수로 사람이 숨 쉴 때 내뱉는 이산화탄소 농도나 땀 냄새 등을 감지해 공격 대상을 정해요. 신진대사량이 높을수록 이산화탄소도 많이 뿜어내기 때문에 임신부나 어린이, 비만인 사람 등이 모기에게 물리기 쉽대요. 모기를 퇴치하려면 퇴치제를 사용하거나 선풍기를 트는 방법이 있어요. 모기는 보통 초속 0.5m 정도로 나는데, 선풍기 바람은 초속 1~4.5m이기 때문에 모기를 쫓아버릴 수 있대요.

 

지구상 가장 치명적 동물

 

문제는 모기가 흡혈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말라리아·뎅기열·지카바이러스 같은 위험한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는 거예요. 말라리아 원충은 얼룩날개모기(일명 학질 모기)가 옮기고, 황열병·뎅기열 바이러스는 이집트숲모기가 옮겨요. 감염된 모기가 사람을 물면 원충이나 바이러스가 모기 침에 섞여 사람 몸속에 들어가 감염시키는 거예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죽는 사람이 72만5000명이나 됩니다. 반면 개에게 물려 광견병으로 죽는 사람은 2만5000명, 뱀에게 물려 죽는 사람은 5만명, 전쟁·테러·범죄 등 사람에게 죽는 사람은 47만5000명이에요. 그래서 모기는 ‘지구상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라고 해요.

 

우리나라에선 옛날에 말라리아를 ‘학질(瘧疾)’이라 불렀어요. 학질에 걸렸다 낫기가 얼마나 어려웠던지 ‘학(瘧)을 떼다’라는 말도 생겼어요.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느라 진땀을 빼거나 거의 질려 버렸을 때 쓰는 말이죠.

 

알렉산더 대왕도 모기에게 무릎 꿇었어요

 

모기는 약 1억7000만년 전 중생대 쥐라기 때 지금의 남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등장했어요. 약 200만년 전 처음 등장한 인류(호모 하빌리스)보다 훨씬 더 지구에서 오래 살아온 것이지요.

 

모기는 인류 역사도 바꿨어요. 기원전 333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대제국을 꿈꾸며 중동의 페르시아를 멸망시켰어요. 이후 아시아의 인도 근처까지 접근했지만 정복을 멈춰야 했어요. 모기가 퍼뜨린 말라리아와 황열병 등이 군사들을 덮쳤기 때문이에요. 2차 세계대전 때는 남태평양에 주둔하던 연합군이 말라리아로 발이 묶여 전쟁이 장기화하기도 했대요.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인류가 상황을 바꾼 건 2차 세계대전 후반부터예요. 1939년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 헤르만 뮐러가 살충제 DDT를 개발하면서부터죠. DDT는 모기 출몰 지역에 엄청나게 살포됐고, 덕분에 말라리아 등 모기 매개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모기가 매개가 된 질병은 1950년대 DDT에 저항성이 생긴 돌연변이 모기가 등장하면서 다시 늘기 시작했고 1970년대 DDT가 인체에 암을 유발하고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 등으로 사용이 금지되자 더 많이 늘어났어요.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인간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유전자를 조작해 수컷 모기만 태어나게 하거나 암컷에게만 치명적인 균을 퍼뜨려 암컷 개체 수를 줄이는 방법 등이 연구됐어요. 하지만 이런 방법은 모기의 암·수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널리 사용되진 못하고 있답니다. 최근엔 미국 연구진이 살아있는 말라리아 원충과 이를 죽이는 치료제를 인체에 넣었더니 90% 가까운 말라리아 예방 효과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모기가 모두 사라진다면?

 

앞으로 인간의 기술력이 더욱 발달해 모기를 지구상에서 모두 없애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를 괴롭히는 모기지만 다 없애버리면 먹이사슬의 균형이 깨질 수 있어요. 모기와 그 애벌레인 장구벌레는 새와 박쥐·물고기·개구리 등의 중요한 먹이이기 때문이에요. 또 모기는 꿀벌처럼 꽃가루를 몸에 묻혀 옮겨서 식물이 열매를 맺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해요. 모기가 없으면 식물 수천 종이 멸종할 수도 있대요.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모기를 무조건 박멸하기보다 질병을 옮기는 모기만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매일 수십억 마리 태어나요]

 

과학자들은 인류가 모기를 박멸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개체 수가 너무 많다는 점을 꼽아요. 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모기 암컷은 한 번에 100~200개씩, 한 달에 3~7번 알을 낳아요. 이렇게 매일 수십억 마리가 태어난답니다. 암컷은 수컷과 단 한 번 짝짓기해 일생에 필요한 모든 정자를 받아요. 이 정자를 몸속에 저장했다가 조금씩 꺼내 수정해 알을 낳아요.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연주 기자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