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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도 맨드라미]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 권대웅 '맨드라미에 부쳐'

by 맥가이버 Macgyver 2022. 10. 1.

[병풍도 맨드라미] 나를 보고 빨갛게 웃던 맨드라미 그런 사람 하나 만나고 싶었다 - 권대웅 '맨드라미에 부쳐'

 
병풍도를 붉게 물들인 맨드라미꽃. 맨드라미는 다른 꽃들에 비해 피는 기간이 길어 만추에도 고혹적인 빛을 잃지 않는다. 코로나로 작년까지 랜선으로만 열린 병풍도 맨드라미 축제가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서양에서는 맨드라미를 ‘닭의 벼슬cockscomb’이라고 부른다.

중국에서는 계관화鷄冠花, 일본에서는 계두화鷄頭花라 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맨드라미가 벼슬을 상징한다고 해서 반드시 울안에 심었고, 꽃을 그리고선 ‘관상가관冠上加冠’이라고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동·서양 모두 맨드라미는 닭과 관계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꽃 모양이 닭 벼슬을 닮아서 그런 듯 하다.  

맨드라미라는 이름은 순수 우리말로 강원도 방언의 ‘면두’에서 유래해 면두리에서 맨들로 변했다고 알려져 있다. 

 

맨드라미 꽃색깔에 맞춰 병풍도 마을 집들의 지붕을 분홍색으로 맞추었다. 신안의 랜드마크 사업인 ‘컬러 마케팅’의 하나.

 

나물로도 먹고, 치료제로도 쓰이고

맨드라미 어린 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꽃은 떡을 만들 때 고명으로 썼다.

식중독과 설사를 막아 주는 효과도 있다.

궁중에서는 떡이나 잡채를 만들때 채소에 맨드라미 꽃물을 들여 치장했다고 한다.

맨드라미 추출물에서 항산화 및 항노화 효과가 확인되었고 간장질환이나 비뇨기 감염 및 이질과 설사 치료제로도 쓰인다 한다. 

 

노을과 맨드라미가 환상적으로 어울린 병풍도의 석양.
 

 

병풍도는 신안군 증도에 딸린 주민 300명 정도의 작은 섬으로 목포에서 서북쪽으로 26km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야트막한 구릉지를 빼곤 평지이며 보기 섬과 신추도가 방조제로 연결돼 하나의 섬이 됐고, 썰물 때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와 노두(징검다리)로 연결된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징검다리 노둣돌이었지만 지금은 시멘트로 포장돼 차들이 오가고 있다.

평소에는 물이 빠지면 건널 수 있고 사리에만 노두가 물에 잠겨 몇 시간 동안 통행할 수 없다. 

병풍도라는 이름은 마을 서북쪽의 산이 바닷물과 바닷바람이 오랜시간 동안 깎여서 마치 병풍을 두른 것처럼 보인다 하여 지어졌다.

높이 10m쯤 되는 절벽바위가 병암염전 끝 해안에서 방조제가 시작되는 곳까지 500m를 병풍처럼 도열하고 있다.

변산 채석강 못지 않은 절경이다. 

 

맨드라미 꽃밭에 설치된 포토존

 

주민과 신안군이 함께 만든 맨드라미 공원

염전과 논농사, 그리고 새우와 김양식이 주업인 주민들은 예전에 약효가 뛰어난 소금을 얻기 위해 소금밭 근처에 맨드라미를 심었다.

그래서 자투리땅이건 텃밭이건 맨드라미를 볼 수 있다.

맨드라미 공원은 섬 인구가 줄어들면서 농지가 황폐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병풍도 주민들과 신안군이 힘을 합쳐 섬 중앙의 2만여 m2 언덕을 맨드라미 공원으로 가꿨다.  

 

품종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맨드라미.

 

그렇게 2년간 가꾼 결실로 세계 최대 맨드라미 공원이 생겨났다.

병풍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맨드라미 공원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꼬마섬 병풍도의 아기자기한 동화 같은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색깔따라 다양한 꽃말이 있지만 붉은 맨드라미의 꽃말은 ‘불타는 사랑, 뜨거운 사랑’.

마을 지붕은 모두 빨강색으로 섬을 물들이는 맨드라미와 함께 이국적인 풍경이다.

이제는 국내 외에 너무도 잘 알려진 신안군의 컬러 마케팅 현장이다.

여름에 피기 시작하는 맨드라미는 피어 있는 기간이 120일 정도로 다른 꽃들에 비해 월등히 길어 늦서리가 내릴 때까지 자태를 뽐낸다.

 

병풍도의 유래가 된 해변 절벽. 억겁의 풍화작용이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냈다

 

작년에 코로나 때문에 랜선으로만 열렸던 맨드라미 축제가 올해는 정상적으로 열린다.

‘사랑에 물든 병풍도’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병풍도 축제는 10월 1일부터 10일까지.

보기선착장에서 소악도까지 10km에 걸쳐 맨드라미가 흐드러지게 핀 장관을 볼 수 있다.

신안군은 이번 축제를 위해 30품종, 16개 색상의 맨드라미 꽃을 선보인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어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축제로 신안군은 최소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풍도 마을을 배경으로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 맨드라미 축제의 감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나 두 발로

관광뿐 아니라 주민들의 실질적인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될 방안을 모색해 온 신안군은 뛰어난 약효를 지난 맨드라미 꽃을 채취해 제약사에 납품하며, 맨드라미로 만든 다양한 식품들도 선보인다.

차를 배에 싣고 병풍도로 들어올 수도 있지만 섬 도로가 좁아 자전거를 대여할 것을 권한다.

병풍도는 걸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에 부담없는 면적이다.

무엇보다 아름다운 꽃과 마을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차로 스치듯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신안군에서는 여행객들을 위해 자전거 100여 대와 햇볕가림용 양산 1,000여 개도 확보해 놓았다.

 

관광객들을 위해 축제 장소 곳곳에 쉬어가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신안군에서는 이번 맨드라미 축제에 2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화 같은 맨드라미의 나라로 가는 배편은 두 개가 있다.

신안군 지도 송도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병풍도로 가거나(25분 소요),

압해도 송공항에서 여객선을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1시간 10분)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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