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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운탄고도1330′] 석탄 길이 여행 길로… 해발 1000m 둘레길 열린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22. 9. 21.

석탄 길이 여행 길로… 해발 1000m 둘레길 열린다

[My town] 강원 ‘운탄고도1330′내달 개통

 

강원 영월 청령포부터 삼척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는 총 173㎞ 도보여행길 '운탄고도1330'의 5코스를 관광객들이 걷고 있다. 다음 달 1일 정식 개통하는 운탄고도1330은 석탄을 운반하던 길인 '운탄길'과 전체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인 만항재의 높이 '1330m'가 합쳐져 이름 붙여졌다. /남강호 기자

 

지난 16일 강원 정선군 고한읍 ‘운탄고도(運炭高道)1330′ 둘레길.

해발 1330m 만항재에 오르자 야생화 공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운탄고도 코스 중 가장 높은 만항재는 ‘산상(山上)의 화원’이라 부른다.

국내 최대 야생화 군락지로 산국과 노란 제비꽃 등 야생화 300여 종이 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운다.

야생화 공원 옆으론 구름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길이 펼쳐졌다.

녹색이 짙게 물든 오솔길은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마음의 평안을 불러왔다.

 

최성범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장은

“40여 년 전만 해도 탄광에서 캔 석탄을 실은 트럭들이 다니던 길”이라고 했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원에 조성된 이 길에선 백두대간도 마주한다.

태백산과 함백산 등 끝없이 이어지는 백두대간 봉우리들은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백두대간의 여운이 가실 때쯤 작은 연못도 만난다.

‘도롱이 연못’이라 이름 붙은 이 연못은 해발 1133m에 있다.

옅은 초록 수면은 캔버스가 돼 푸른 하늘과 연둣빛 신록을 담는다.

탄광 갱도의 지반 침하로 생긴 인공 연못이다.

광부의 아내들은 이 연못에서 남편의 무사 귀가를 기원했다고 한다.

 

서울에서 온 박민호(43)씨는

“연못에 안개가 내려앉은 날엔 또 다른 아름다움이 펼쳐진다”고 했다.

 

 

◇ 40여 년 전 탄광길이 여행길로 변신

 

운탄고도1330은 강원 영월군·정선군·태백시·삼척시 등 폐광 지역 시군 4곳을 동서로 잇는 도보 여행길이다.

영월 청령포에서 시작해 삼척 소망의 탑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총 173km다.

모든 코스를 걷는 데 8박 9일이 걸린다.

운탄고도1330이란 이름은 석탄을 운반하던 길인 ‘운탄길’과

전체 코스 중 가장 높은 곳인 만항재의 높이 ‘1330m’를 합쳐 만들었다.

 

다음 달 1일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엔 영월군 영월읍 탄광 지역 통합관광지원센터 내 운탄고도1330 통합안내센터가 문을 열었고,

지난 7월엔 운탄고도1330 홈페이지가 개설되는 등 관광객 맞을 준비를 마쳤다.

 

운탄고도는 1960~1980년 당시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이 쉴 새 없이 오가며 지역 경제 발전의 동력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9년 정부의 석탄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이 하나둘 문을 닫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강원도와 동부지방산림청, 폐광 지역 시군 4곳은 침체한 폐광 지역을 살리려 지난 2020년부터 운탄고도1330 조성 사업을 추진했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끄는 데 일조한 광부들의 땀이 서린 길을 역사와 치유의 길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다.

운탄길과 산림청이 관리하는 임도(산림 관리를 위해 만든 길), 숲길 등을 연결해 여행길을 만들었다.

 

운탄고도 1330 5코스. /강원랜드

 

◇ 아홉 코스마다 각기 다른 주제

 

운탄고도는 총 아홉 코스로 이뤄졌다.

코스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담고 있다.

영월에서 시작하는 1코스는 성찰과 여유를 주제로 한 치유 코스다.

단종의 유배지였던 청령포를 거쳐 유유자적 흐르는 동강을 따라 길을 걷는다.

2코스는 방랑으로 평생을 산 김삿갓과 함께 걷는 길이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골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다.

3~8코스는 ‘광부의 길’로 통한다.

지금은 폐광한 옛 갱도와 석탄이 섞인 흙 등 석탄 산업의 흔적을 마주할 수 있다.

이 길이 운탄고도의 메인 코스다.

마지막 9코스는 바다에 이르는 길이다.

바다 내음 가득한 바람을 맞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운탄고도는 구름에 가린 신비의 길로도 통한다.

이 길은 ‘구름이 마치 양탄자처럼 펼쳐진다’는 뜻의 ‘운탄고도(雲坦高道)’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흐린 날엔 구름이 산 중턱에 걸터앉아 바다처럼 펼쳐진다.

높은 봉우리들은 섬이 돼 색다른 풍광을 연출한다.

길을 걷다 보면 지역의 유명 관광지도 마주친다.

낙동강 발원지인 태백 황지 연못, 영월 예밀리 와이너리, 삼척 미인 폭포, 영월 청령포 등이 대표적이다.

 

운탄고도1330 개통을 기념해 다채로운 행사도 열린다.

강원도관광재단은 다음 달 1일부터 9일까지 운탄고도1330 느리게 걷기 행사를 진행한다.

참석자들은 영월군 모운동 벽화마을에서 출발해 영월 석항 삼거리까지 약 12.8km를 걷는다.

 

강원도 관계자는 “운탄고도1330은 산간 내륙에서 시작해 육지 끝 바다로 향하는 여행길로, 폐광 지역의 역사를 재발견하고 강원의 청정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산악 관광 모델”이라며 “폐광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운탄고도 1330 '도롱이연못'. /정성원 기자

 

/정선=정성원 기자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