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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여행지로 부상한 늦가을 강화 교동도 여행] ‘시간여행자들’의 성지 된 실향민 터전… 望鄕의 언덕은 그리움 심은 ‘꽃밭’ 되었네

by 맥가이버 Macgyver 2022. 11. 12.

‘시간여행자들’의 성지 된 실향민 터전… 望鄕의 언덕은 그리움 심은 ‘꽃밭’ 되었네

[아무튼, 주말] 레트로 여행지로 부상한
늦가을 강화 교동도 여행

 
실향민들이 고향인 황해도 '연백 시장'을 떠올리며 시작됐다는 강화 교동도 '대룡시장'은 이 시장의 터줏대감이었던 1세대들이 은퇴하며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대룡철물점은 대룡철물카페로, 교동이발관은 국숫집으로 변신했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민통선 레트로 여행지'로 알려지면서 시간여행을 하는 젊은 층 방문객들도 늘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인천 강화군 교동도 앞엔 흔히 ‘평화의 섬’이란 수식이 붙는다. 휴전 협정 이후 한강 하구에 그어진 경계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사이에 두고 70년간 평화가 유지되어온 섬이다. 교동도 최북단의 망향대에서 황해도 연안까지는 불과 3㎞ 정도의 가까운 거리. 북의 연이은 도발로 남북의 긴장감이 감도는 요즘, 북녘과 마주한 민통선 안의 섬 교동도의 근황은 뜻밖이었다. 교동도의 중심인 대룡시장은 ‘레트로 여행지’로 주목받으면서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루고, 화개산엔 이달 초 ‘화개정원’이 임시 개장했다는 소식이다.

◇세대교체 중인 대룡시장

“요즘 아버지는 안 나오시나?” “네, 작년까지 나오시다가 이제는 좀 쉬고 계세요.” “건강하시지? 내가 여기 장에 나오면 항상 아버지한테 이발했는데….”

지난 6일, 대룡시장 내 ‘교동이발관’ 앞. 시장을 지나던 70대 노인이 이발관 주인의 안부를 묻는다. 상냥하게 웃으며 답하는 이는 주인의 막내딸 지용미(50)씨. 황해도 연백(지금의 연안) 출신 지광식씨가 운영하던 교동이발관은 작년에 큰딸과 막내딸이 물려받으며 국숫집으로 변신했다. 철판에 페인트로 투박하게 쓴 교동이발관 간판만 있을 뿐 내부에선 국수를 팔고 ‘달술빵(1조각 5000원)’이라는 이름의 술빵을 쪄서 판다. 지씨는 “이북에선 식혜를 ‘단술’이라고 하는데,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단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달달한 술빵’이란 이름으로 만들어봤다”고 했다. 김 모락모락 나는 달술빵이 찜통에서 나올 때마다 이발관 앞 좁은 골목엔 긴 줄이 늘어선다.

실향민 지광식씨가 운영해오던 교동이발관은 큰딸과 막내딸이 물려받으며 국숫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발관 간판이 그대로 달린 내부엔 따끈한 국수 한 그릇 하려는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현장 체험학습을 나온 학생들이 교동이발관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근처 ‘대룡철물점’ 역시 2년 전 대룡철물 주인의 딸 내외가 물려받아 ‘대룡철물 카페’로 ‘용도 변경’ 했다. 카페 바(bar)에는 쌍화차와 대추차를 달여 내는 약탕기와 에스프레소 커피 추출 기구들이 공존한다. 내부엔 이곳의 정체성을 알리는 듯 오래된 철물들을 유물처럼 전시해두었다. 중장년층뿐 아니라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차 한잔하며 쉬었다 간다.

피란민들이 고향의 ‘연백시장’을 그리워하며 이고 지고 온 쌀을 내다 팔기 시작하면서 형성됐다는 대룡시장은 2014년 교동대교가 개통된 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민통선 안에 있어 1960~70년대 풍경을 오롯이 간직해 주목받았던 이 시장은 최근 1~2년 새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실향민과 강화 원주민 상인들의 2·3세대가 ‘투입’되며 한층 젊어지고 활기차졌다. 1953년 문 연 ‘연안정육점’은 어느새 4대(代)가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골목마다 ‘추억을 파는’ 옛날 문방구, 잡화점,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며 문화시장으로 변모하는 중. 교동도 주민이자 실향민인 황래하(82)씨는 “함께 살던 실향민들도 인천이나 평택 등지로 하나둘 떠나거나 작고하고 대룡시장도 옛날 풍경 같지 않아 아쉬움이 있지만, 시장이라는 게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니 어쩔 수 있나?” 하며 웃었다.

대룡시장 안에 있는 '황세환 시계방'은 '교동도 시계 장인'이라 불리던 황세환씨가 1969년 문을 열어 2016년 작고하기 전까지 운영했던 시계방이다. 멈춘 시계처럼 시간이 멈춘 듯한 시계방은 그대로 박물관이 됐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대동철물카페 맞은편 ‘만물상’이라 불리는 잡화점 주인 안순모씨는 70년째 같은 모습으로 가게에 ‘출근’한다. “폭격에 떠밀려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남편과 함께 피란 왔다”는 아흔의 촌로는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이따금 시장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쪽파를 다듬는 등 지금도 손을 부지런히 놀린다. 가게 안에는 ‘미제 가루분’부터 ‘유엔 성냥’, 검정 고무줄 등 요즘도 찾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다. ‘황해도 연백떡집’ 앞엔 ‘황세환 시계방’이 자리한다. 노래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한 구절이 떠오르는 듯한 시계방은 강화도 교동 출신이었던 이곳 주인 황세환씨가 1969년 문을 열어 2016년 4월 작고하기 전까지 운영했던 곳이다. 황씨의 시계가 멈춘 뒤 박물관처럼 운영되고 있는 시계방은 대룡시장 포토존이 됐다.

◇레트로와 뉴트로 만나는 골목 여행

강화도 순무와 고구마, 새우젓 등 지역 특산품과 먹을거리 등을 파는 가게들이 대룡시장의 중심부를 채우고 있다면, 조롱박이 대롱대롱 매달린 울타리, 제비집이 자리 잡은 골목으로는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와 ‘새로운 복고’를 뜻하는 ‘뉴트로(newtro)’풍의 가게들이 띄엄띄엄 이어진다. ‘문화점빵&행복전파사’는 주말이면 ‘달고나 체험’을 진행한다. 비좁은 문방구 한쪽에서 달고나를 해 먹던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옛날 문방구풍으로 꾸민 '문화점빵&행복전파사' 안에서 달고나 체험을 하고 있는 가족들. / 박근희 기자

 

길쭉한 가래떡을 수시로 뽑아내는 오래된 떡집 ‘교동떡방앗간’을 지나면 우스꽝스러운 벽화들이 맞이한다. 호떡 하나씩 물고 골목을 배회하던 60~70대 관광객들이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동생을 업고 학교에 가는 소녀의 벽화 앞에서 “우리 땐 저러고 놀았지~” 하며 미소를 머금는다. 골목에서 직진하면 옛 우물터가 남아있는 ‘대룡우물카페’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의 어린 시절 학교 운동장으로 나왔던 ‘교동초등학교’와 만난다.

'그때 그 시절' 풍경을 담은 조형물과 벽화가 있는 대룡시장 내 '송암 감성마을'. 시장 안 골목들을 거닐다보면 우스꽝스럽거나 정겨운 벽화와 마주친다. / 박근희 기자
농기구 수리 창고를 개조한 '파머스마켓'에는 '기름병 밀크티'로 유명한 '교동 밀크티'를 비롯해 지역 특산품 판매장, 복고풍 잡화점 등이 들어서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대룡시장의 분위기에 맞춘 디자인으로 교동도 명물로 등극한 '교동 밀크티'와 '송화칩스'. 대룡시장은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와 새로운 복고를 뜻하는 '뉴트로'가 교차한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대룡시장 남동쪽 출입구 부근엔 창고형 매장인 ‘파머스마켓’과 ‘송화칩스’가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농기구 수리 창고를 개조해 지역 특산품 전시·판매장으로 운영하는 파머스마켓 안에는 젊은 층 사이에서 ‘기름병 밀크티’로 유명해진 ‘교동 밀크티’와 복고풍 소품 매장, 특산품 코너 등이 들어서 있다. 평일에는 무인 판매로 운영해 다소 썰렁한 분위기이나 주말이면 수공예품, 잡화 마켓까지 더해져 볼거리가 풍성해진다. 상인회 일을 도맡은 연안정육점 3대 주인 최성호(59)씨는 “대룡시장은 현재 140여 개 점포가 성업 중이며, 요즘 같은 계절엔 평일 3000~5000명, 주말 7000명~1만명이 다녀간다”고 했다. 다만, 상인 중 다수가 농사와 병행하고 있어 평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는 곳도 있으니 참고하자.

◇화개정원 걷고 ‘작은 교회’에서 묵상

대룡시장 부근엔 이달 초 화개정원이 임시 개장했다. 고려시대 문인 목은 이색이 전국 8대 명산 중 하나로 꼽았다는 화개산(259m)은 산정의 형태가 마치 ‘솥뚜껑을 덮어 놓은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그래서 화개정원은 코스마다 솥뚜껑을 형상화한 포토존이 기다린다. 화개산 21만3251㎡ 규모로 조성된 정원은 교동도 역사 자원과 연계한 ‘전통 정원’, 실향민들의 염원을 담은 ‘평화의 정원’을 비롯해 치유·물의 정원 등을 주제로 7만여 본의 꽃과 나무를 심어 두었다. 내년 4월까지 무료 개방하나 꽃과 나무가 가득한 정원을 기대하기에는 계절이 아쉽다.

 
개장 예정인 '화개산 스카이워크 전망대' 부근에서 바라본 북쪽 전망. 오른쪽으로 고구저수지가 멀리 북녘이 보인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1506년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연산군이 교동으로 유배돼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머물렀다는 이야기를 담은 연산군 유배지도 화개정원 내에 있다. 산책로를 따라 위로 올라갈수록 아직은 ‘꽃보다 전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화개산 중턱에 정원이 조성돼 어렵지 않게 올라 교동도 삼선리 일대 들판 등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먼저 운행을 시작한 9인승 화개산 모노레일(성인 1만2000원)이 정상까지 오간다. 전망대 부근에 서면 멀리 황해도 연안군 등이 조망된다. 저어새를 형상화했다는 화개산 스카이워크 전망대는 완공을 앞두고 주변 정비가 한창이다. 실향민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며 좀 더 가까이 북녘 땅을 보기엔 지석리 강화 교동 망향대가 낫다. 1960년부터 실향민들이 비를 세우고 매년 제를 지내는 곳으로 1988년 망향대의 모습을 갖추었다. 육안으로도 보이는 북녘 앞에서 ‘격강천리(隔江千里)’를 실감한다.

'화개정원'과 '대룡시장' 사이 언덕길 아래쯤에 자리 잡은 '교동 순례자의 교회'의 별칭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순례자의 교회'다. 2평 정도의 교회는 누구나 묵상하고 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교동 순례자의 교회' 초입엔 아담한 쉼터 겸 카페가 있다. 카페에선 이곳을 지키는 김한윤 목사가 직접 맛있는 커피를 내려준다. 커피값은 자발적 헌금으로 받으며 모인 헌금은 선교 활동, 생두 구입, 교회 운영 등으로 쓰인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화개정원에서 내려와 대룡시장으로 향하는 언덕 아래엔 교동도 순례자의 교회가 나온다. 제주시 한경면에 ‘산방산이 보이는 교회’ 제주 순례자의 교회를 선보인 김태헌 목사가 교동도에 세운 작은 교회로, 누구나 조용히 묵상하다 갈 수 있다. 문을 열면 약 2평 정도의 기도 공간이 기다린다. 정기 예배나 종교 활동은 없는 열린 공간이다. 2020년 교회를 함께 설립하면서부터 이곳을 지키고 있는 김한윤(56) 목사는 “치유의 공간이 필요한 이들이 주로 찾는다”며 “해묵은 상처들을 털어내고 개운한 표정으로 나서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공간의 존재 가치를 느낀다”고 했다. 교회 앞 카페에선 김 목사가 직접 방문객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내려준다. 커피 가격은 정해져 있지 않은 대신 헌금으로 받으며, 모인 헌금은 선교 활동과 생두 구매, 교회 운영 비용으로 쓰인다고 적혀 있다.

◇‘훈맹정음’ 박두성 생가도

전체 면적 46.89㎢로 강화군에서 가장 큰 섬인 교동도에는 역사적으로 뜻깊은 장소도 많다. 교동향교는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이자 유교의 성지다. 고려 충렬왕 때 유학자 안향이 원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최초로 공자상을 들여와 모신 곳이라고 알려졌다. 처음에는 화개산 북쪽 고구리 인근에 있다가 조선 영조 17년에 현재의 자리로 이전했다. 여러 차례의 전란과 위기를 겪었지만 오래된 유물들이 비교적 많이 남아 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카펫처럼 깔린 향교는 조용히 만추의 운치를 만끽하기에도 좋다. 위패를 모신 대성전에선 바다가 내려다 보인다.

노란 은행잎이 카펫처럼 깔린 교동향교. 우리나라 최초의 향교로 알려져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향교에서 차로 5분 거리인 교동읍성도 들러볼 만하다. 조선 인조 때 설치한 읍성으로 경기·충청·황해도 해상을 담당하는 삼도수군통어영의 본진이었다. 동·남·북 3곳에 성문을 세웠으나 현재는 무지개 모양의 남문 홍예문의 일부만 남아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인 ‘훈맹정음’을 창안한 송암 박두성 생가(복원지)나 1899년에 세워진 구 교동교회도 가까이 있어 코스에 추가해볼 만하다.

◇월선포에서 노을을

늦가을 교동도는 수정산 너머로 해가 금세 떨어진다. 일몰은 난정저수지 주변이 유명하지만, 일부가 군 경계 지역이라 통행에 제약이 있다.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곳은 교동도 관광안내센터인 교동제비집 2층 테라스다. 추수를 마친 들판 너머 수정산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볼 수 있다. 월선포는 마주한 석모도 일대의 황혼과 만날 수 있는 곳. 강화나들길 9코스 ‘다을새길’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단풍이 든 염생식물들을 발아래 두고 잠시나마 해안길을 산책하기 좋은 코스가 이어진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섬은 유난히 어둡고 고요해진다.

다시 교동대교를 건너 ‘체크 아웃’ 한다. 입도할 때 신분증을 확인하며 ‘민통선 임시 출입증’을 건넸던 군인 대신 다른 군인이 다가와 “임시 출입증은 간직하거나 버려도 된다”고 했다. ‘(민통)선’을 넘는 여행을 할 땐 신분증이 필수다.

[ 황해도식 냉면 한 그릇, 향수로 빚은 만두 하나 ]

채수로 맛을 낸 교동도 '대풍식당'의 황해도식 냉면. 대풍옥으로 시작해 2대째 맛을 이어가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대룡시장에만 있는 맛집

교동도 대룡시장에 가서 대풍식당을 지나칠 수 없다. 황해도 연백 출신의 실향민 송순녀씨가 지금의 자리에 ‘대풍옥’으로 문 열어 송씨 작고 후 아들 내외가 대를 이어 맛을 내고 있다. 메뉴는 단출하다. 황해도식 냉면과 국밥이 전부다. 고기 육수가 아닌 채소와 과일로 우린 채수를 사용한 황해도식 냉면은 시원하면서도 맛이 깔끔하다. 주인은 “단맛이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먹기 전에 바닥까지 휘휘 저어 맛을 본 후 식초 등으로 양념해 먹으라”고 조언했다. 국밥은 내장국밥과 고기국밥, 반반국밥이 있는데 반반국밥이 베스트셀러다. 깊고 진한 국물에 건더기가 푸짐해 건더기만 먹어도 배부르다. 냉면과 국밥 모두 8000원.

젓국갈비(2만5000원부터)는 고려 때부터 내려왔다는 강화도 토속 음식이다. 소금 대신 새우젓으로 간을 해 돼지갈비와 뼈를 전골처럼 푹 끓여낸다. 배추, 두부, 버섯 등이 어우러져 국물 맛이 시원하다. 특히 교동도에선 교동도 새우젓으로 맛을 낸다. 삼호정 풍년식당 등에서 젓국갈비를 맛볼 수 있다.

현지 주민들도 즐겨 찾는 평범한 외관의 수진네식당은 커다랗게 빚은 이북식 만두를 넣은 만두전골(1만원, 2인 이상)을 찾는 이들이 많다. 시골 외가 아랫목에 옹기종기 앉아 만들어 먹던 투박한 모양의 만두를 연상케 하는 만두를 건져 먹고 칼국수 면을 투하해 먹는 게 코스다. 강화도 특산물로 맛을 낸 반찬도 먹을 만하다.

대룡시장은 골목마다 쌍화차 향이 가득하다. 푸짐한 견과류 '토핑'에 달걀 노른자 동동 띄운 '교동다방'의 쌍화차.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대룡시장은 골목마다 쌍화차 향이 가득하다. 교동다방은 달걀 동동 띄운 쌍화차(7000원)를 먹으려는 발길이 이어진다. 입구에 들어서면 달걀판이 쌓여 있다. 내부엔 손 글씨 낙서들이 빼곡하다. 중장년층의 아지트 같지만 레트로 여행 코스로 뜨면서 젊은 층도 찾는다. 다방을 인수받아 20년째 운영 중이라는 주인은 견과류와 대추 등 고명을 듬뿍 넣은 쌍화차를 내어주며 “뜨거울 때 호로록 마셔야 약이 된다”고 일렀지만, 쌍화차 초보의 경우 그렇게 마셨다간 입술에 화상을 입을지 모르니 주의할 것! 궁전다방은 청계알, 오골계 노른자를 넣은 쌍화차로 차별화하고 있다.

 

박근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