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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 ‘귀촌 일번지’로 뜨는강원도 횡성 여행] 귀촌 부부가 일군 자작나무 숲, 더덕향 딸기향 가득한 오일장… 얼음장 뚫고 봄 오는 소리

by 맥가이버 Macgyver 2023. 2. 11.

귀촌 부부가 일군 자작나무 숲, 더덕향 딸기향 가득한 오일장… 얼음장 뚫고 봄 오는 소리

[아무튼, 주말] ‘귀촌 일번지’로 뜨는 강원도 횡성 여행

 
'횡성 귀촌 1세대'인 원종호 관장과 그의 아내 김호선씨가 자신들이 가꾼 '미술관 자작나무 숲'에서 아침 산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1991년에 심었던 키 작은 자작나무 묘목들은 어느덧 숲을 이뤄 횡성의 힐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고향으로 돌아온 건 귀소본능이었어요. 모험 끝에 쉴 자리는 결국 나고 자란 곳이었죠.” 강원도 횡성에 있는 미술관 자작나무 숲 원종호(69) 관장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원도 횡성 출신인 원 관장은 돌고 돌아 고향인 횡성으로 와 이 숲의 주인이자 ‘숲지기’가 됐다. 1991년 심을 당시 키가 무릎 정도 될까 말까 했던 자작나무들은 쑥쑥 자라 숲을 이뤘다. 숲 한쪽에는 이런 푯말을 세워놓았다. ‘내 삶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나는 나무를 심고 이 숲에 살고 있다’.

◇‘모험 인생’ 마침표, ‘미술관 자작나무 숲’

미술관 자작나무 숲은 이제 막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겨우내 꽁꽁 얼어 있던 땅은 느슨하게 녹아 질퍽하고도 폭신했다. 모처럼 따뜻한 볕에 ‘미술관 소속’ 고양이들은 경계심 없이 낯선 이들에게 다가서기도 했다. 원 관장은 “가장 볼거리가 적은 것 같지만, 가장 솔직한 숲과 나무를 만날 수 있는 계절은 겨울부터 초봄까지”라고 했다.

원 관장이 오랜 ‘모험’에 마침표를 찍은 건 2004년. 한동안 자신의 스튜디오로만 사용해 오던 공간을 미술관으로 꾸며 개관했다. 화가를 꿈꾸며 미술을 전공으로 택했지만, 군 제대 후 이곳 우천면 두곡리 선산에 목장도 했다가 어느 날 자작나무 숲에 반해 사진을 찍더니 결국 목장 한쪽 야산 3만여㎡(1만평)에 직접 자작나무 1년생 묘목을 1만2000여 그루 심으며 정착했다. 1만2000여 그루가 모두 잘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룬 건 아니다. 그사이 고사한 것이 더 많았다. 실패로 끝나나 싶더니 빈자리는 다른 나무와 풀들이 채워 지금의 모습이 됐다.

기획전을 여는 전시관 외에 오솔길 언덕쯤엔 '원종호 갤러리'가 자리한다. 원 관장이 50여 년간 찍은 사진들을 전시한 공간이다. 특히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의 사진들이 많다. 원 관장은 "숲이 가장 솔직한 계절에 편견없는 시선으로 찍은 찰나"라고 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오솔길 걸어 만나는 전시관에선 기획전을 열고, 그 옆 카페를 겸한 스튜디오 갤러리에선 아내 김호선(67)씨가 관람객들에게 차(관람료 성인 2만원·3~18세 1만원에 포함)를 내어준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는 화목 난로를 곁에 두고 마시는 커피는 마법의 물약처럼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골 숲의 겨울은 더 긴 것 같다”는 김씨는 “그래도 낮에 따사로운 해가 들면 봄인가 싶어 나무를 더욱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며 빙그레 웃었다.

카페 기능을 겸하고 있는 '스튜디오 갤러리'는 원 관장이 오래도록 수집해온 책들과 소장품 등으로 채웠다. 모두 원 관장 부부의 취향과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들이다. 담소를 나누고 있는 부부의 미소가 화목난로 온기만큼이나 따뜻하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산장처럼 꾸민 스튜디오 갤러리는 원 관장이 수집해온 책과 카메라, 미술 소장품으로 채웠다. 수십 년 전 심은 자작나무는 이곳 창문 너머로도 보인다. 자작나무 군락 언덕엔 원 관장의 사진 전시관이 있다. 자작나무 숲지기이자 사진작가인 원 관장이 50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온 결과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다. 원 관장은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 찍은 벌거벗은 나무 사진들을 보며 “편견없는 시선으로 찍은 찰나”라고 말했다. 전시관 옆 게스트하우스는 ‘2021년 BTS 윈터 패키지’ 촬영 장소로 알려지며 젊은 층에도 꽤 소문이 났다. “하지만 숙소는 주로 휴식할 목적으로 조용히 찾는 이가 대부분이고, 다녀간 이 중 재방문객이 많다”는 게 원 관장의 말이다. 미술관 자작나무 숲은 동절기 화요일부터 목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횡성호수길에서 겨울 배웅

미술관 자작나무 숲은 두곡리 마을 깊숙이 자리한다. “주변에 볼거리나 즐길 거리가 적어 아쉽겠다” 하니 원 관장은 횡성호를 추천했다. 일차로의 일방통행 마을 길을 따라나와 갑천면 방향으로 10~20분 달리면 횡성호에 닿는다. 2001년 횡성댐이 완공되며 만들어진 인공 호수이자 원주와 횡성 지역의 상수원이다. 횡성호수길은 산길 27km를 연결한 둘레길이다. 총 여섯 구간 중 5구간인 ‘가족길’은 힘든 코스가 없어 호수를 곁에 두고 남녀노소 걷기 만만하다. A·B 코스 총 9km로 조금 누그러진 공기를 맛보며 천천히 걸으면 3시간 정도 걸린다.

A 코스에선 코뚜레 모양의 ‘코뚜레 게이트’ ‘나무 놀이터’ ‘호수길 갤러리’ ‘타이타닉 전망대’ 같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기다린다. 아직은 ‘겨울 왕국’처럼 두꺼운 얼음장으로 뒤덮인 호수는 슬슬 금이 가며 해빙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토박이 윤병철 해설사는 “가족길 중 ‘은사시나무 구간’은 햇볕 좋은 날 바람까지 불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여 한 겨울 자작나무 숲만큼이나 아름답다”고 추천했다. 얼음장 아래 호수엔 부동리·중금리·화전리 등 갑천면 다섯 마을, 258가구가 수몰돼 있다. 윤 해설사는 “횡성댐 완공 후 수몰 때문에 주민 950여 명이 고향을 떠나 뿔뿔이 흩어져 살게 됐는데 호수길에 있는 ‘망향의 동산’에 1년에 한 번 모여 망향제를 지내고 주민 단합 대회도 한다”고 했다. 망향의 동산 ‘화성의 옛터 전시관’엔 48회 졸업생을 끝으로 폐교한 ‘화성초등학교’ 이야기부터 수몰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생활용품 등 수몰 전 마을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전시물들이 기다린다.

횡성호에는 마지막 겨울 풍경이 남아있다. 카페 '오래된 별' 루프톱에 올라 곧 사라질 설경을 배웅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창밖으로 횡성호의 사계가 담기는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오래된 별'.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호수길을 걷고 나와 횡성호수길 주변 호수 전망의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쉬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카페’ 루프톱 야외석에선 횡성호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아담한 ‘스미르’ 카페의 창 너머로는 시야를 방해하는 것 없이 단정한 느낌의 호수 풍경이 들어온다. ‘가족길’ 코스와 조금 떨어진 카페 ‘오래된 별’에선 아직 눈이 소복하게 쌓인 호수의 설경을 내다볼 수 있다. 다가오는 계절에 밀려 곧 사라질 풍경을 배웅하러가기 좋은 자리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오 겡키데스카(お元気ですか·잘 지내나요?)”라는 대사로 유명한 일본 영화 ‘러브레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동백꽃부터 수수부꾸미까지

횡성의 봄을 구경하고 싶다면 횡성전통시장 오일장(1·6으로 끝나는 날) 열리는 날에 맞춰 가보자. 얇아진 얼음장 아래 물비늘 반짝거리는 섬강을 감상하며 횡성교를 지나면 어느새 횡성전통시장이다. 입춘 지나 열리는 장은 ‘봄맞이 장’이나 다름없다. 횡성 주민이나 귀촌인, 여행객이 한데 섞이는 날이기도 하다. 원예 노점에선 ‘노지 장미’ ‘서향 동백’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수줍게 꽃 피운 동백이 하도 예뻐서 사진을 찍었더니 주인은 꽃봉오리가 더 많은 화분을 들어 올리며 “꽃 피기 전에 얼른 가져가라” 흥정한다. 옆 과일상에는 상큼하고 달달한 향내를 풍기는 딸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동대문 밖 제일 큰 장’이라 불렸다는 120년 전통의 횡성오일장 풍경은 강원도 특산물과 강원도 맛의 집결지가 틀림없다. 횡성 특산물인 더덕도, 수수부꾸미와 배추지짐을 부쳐내는 전집도 지나치기 쉽지 않다. 몸값 높아진 붕어빵도 여전히 5개에 1000원인 곳. 주전부리 입에 물고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횡성오일장보다 규모는 작지만, 매달 3·8일로 끝나는 날 안흥면에 서는 ‘안흥장’, 0·5로 끝나는 날 둔내면에 소박하게 서는 ‘둔내장’도 날 맞춰 찾아가볼 만하다.

 

◇성지순례지, 풍수원성당

경기도 양평과 가까운 서원면 초입 풍수원성당도 지나칠 수 없다. 횡성호와 함께 원종호 미술관 자작나무 숲 관장이 추천한 곳이기도 하다. 횡성전통시장에서 북서쪽으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지만, 서울이나 양평 방향에서 국도(경강로)를 통한다면 횡성 여행의 관문 같은 곳이라 오가는 길에 들러볼 곳이다. 풍수원성당은 역사적으로 강원도의 첫 본당이자 한국인 신부가 지은 최초의 성당이다.

횡성 여행의 관문과 같은 풍수원성당은 횡성 성지순례 필수 코스다. 한국인 신부가 최초로 지은 성당 옆에는 성당보다 더 나이를 많이 먹은 느티나무가 역사의 동반자처럼 곁을 지키고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1801년 신유박해 때 복자 신태보 베드로가 용인, 이천 지역의 순교자 유가족 40여 명과 함께 피신처를 찾아 떠돌다가 정착해 교우촌을 형성하며 시작됐다. 이후 세 차례 박해를 거치며 피신해 온 신자들이 모여들며 촌락을 이뤘다. 성직자도 없이 신자들끼리 80여 년 동안 공동체 생활을 해오다 1907년이 되어서야 성당이 세워졌다. 풍수원성당 옆 구 사제관은 현재 ‘풍수원성당 유물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시골 풍경 감상하며 ‘무쇠솥 커피’ 한잔

겨울이 가기 전 장엄한 풍경의 설산을 만나려면 평창 방향 둔내면 태기산으로 가야겠지만, ‘미치도록 소박한’ 횡성 여행의 재미는 횡성의 남동쪽 안흥면에 숨어 있다. 안흥리 마을 안쪽에 또 다른 귀촌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시골편지가 있다. ‘촌캉스’ 바람 타고 ‘시골 갬성’ 좋아하는 젊은 층 사이에도 ‘힐링 제대로 하고 오는 카페’란 소문이 났다. “최근 들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알려지며 서울뿐 아니라 수원, 분당·용인 등지에서도 차 한잔하러 온다”는 게 주인이자 시인 김경래(61)씨 말이다.

7년차 귀촌부부 김경래·안인숙씨의 손맛 담긴 커피와 치즈 빵, 소금빵 등을 맛볼 수 있는 안흥면의 카페 '시골편지'. 카페 곳곳은 시인이기도 한 김씨의 캘리그라피 작품으로 장식했다.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 원주를 거쳐 7년 전 횡성에 정착한 김씨는 ‘귀촌 전도사’가 되어 귀촌 관련 책도 내고 강연도 다닌다. 카페에선 김씨가

내려주는 ‘무쇠솥 로스팅 커피’를 맛볼 수 있다. 무쇠솥에 원두를 볶아 내린 커피다. 아내 안인숙(60)씨는 소금 빵, 치즈 빵을 굽는다. 나무로 꾸민 카페 창밖으론 전원 풍경이 걸린다. 계단으로 이어진 다락방에 앉으면 자꾸만 숨고 싶어지던 동심, 사춘기 시절로 돌아간다.

◇안흥찐빵 만들고, 우리 술 맛보고

카페 시골편지 가까이엔 주천강이 흐른다. 태기산에서 발원해 안흥면, 강림면을 거쳐 영월로 흘러 들어가 서강이 되고 다시 동강과 만나 한강이 되는 물줄기다. 김씨는 “안흥면 여행은 주천강 물줄기를 따라가면 알차다”고 했다. 시골편지에서 차로 5~10분 거리에 유명한 안흥찐빵마을과 ‘관동옛길’을 살려 루지 체험장으로 꾸민 횡성루지체험장이 있다. 예로부터 서울과 영동 지방을 오가던 이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던 안흥찐빵은 이제는 ‘겨울 국민 간식’. 2대째 이어지는 ‘면사무소앞안흥찐빵’부터 주천강을 따라 찐빵집들이 모락모락 김을 내며 손님을 맞는다. 국내산·횡성산 팥 듬뿍 넣은 쫄깃쫄깃한 찐빵은 5개에 4000원, 10개에 7000원으로 가격도 착하다. 찐빵 홍보·체험 마을인 안흥찐빵 모락모락 마을도 안흥찐빵마을 가까이에 있다. 예약하면 찐빵 만들기 체험(1인 1만원) 등을 해볼 수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겨 찾는다.

모락모락 김과 함께 이제 막 태어난 '면사무소앞안흥찐빵'의 찐빵들. 겉모양은 수수하고 맛은 담백하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눈 쌓인 산책로에 커다란 술 항아리가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국순당 양조장'의 정원. 양조장 한쪽엔 우리 술 역사·문화 체험 공간 '주향로'가 있다.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주천강 따라 KTX 둔내역 방향으로 차로 15분 정도 달리면 만나는 국순당 주향로는 ‘국순당 횡성 양조장’에 자리한 우리 술 역사·문화 체험 공간이다. 우리 술에 관심 있는 이라면 들러볼 만하다. 주당들은 일부러 찾기도 하는 곳이다. 하얀 눈 쌓인 술 항아리 산책로가 먼저 손님을 맞는다. 박물관처럼 꾸며놓은 복도엔 통일신라 시대의 진골 귀족과 6두품들이 술자리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제 주령구’를 비롯해 전통 양조장에서 쓰던 도구들, 시대별 술병들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 안경순 견학 담당 과장은 “주천강(酒泉江)은 술 솟는 바위 샘이란 뜻으로 옛날에 양반이 잔을 들이대면 청주가, 천민이 잔을 들이대면 탁주가 솟아 천민이 양반 복장을 하고 갔는데도 탁주가 나와 바위를 부숴버리자 이후 술 대신 맑은 물만 흘러 강이 되었다”는 이야기부터 재미있게 들려준다. 견학 및 시음은 최소 방문 20일 전 예약(033-340-4325) 후 해당일 신청자가 8인 이상일 경우 진행한다. 횡성에서 하룻밤 묵을 계획이 없다면 시음은 금물!

[ 뜨끈한 한우곰탕 한 그릇, 더덕불고기 한입 ]

진한 육수에 부드러운 살코기가 큼지막하게 들어있는 '화수목'의 한우곰탕(맨 앞). /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나치면 아쉬울 횡성의 맛

횡성 어디에서나 횡성 한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중 둔내면 화수목은 횡성군 지정농원 한우 전문점으로 뉴욕 요리 학교 CIA 출신 전권표 셰프가 연구한 숙성 한우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1++ 등급의 횡성한우만을 고집한다. 갈빗살·치맛살·안심으로 구성된 ‘1++화수목 눈꽃모듬구이’(1인분·150g)를 비롯해 1인분 150g 기준 부챗살 3만8000원부터 새우살 5만8000원까지 부위·등급별로 다양하다. 횡성철판더덕구이(1만8000원)를 곁들이면 더욱 맛있다. 한우곰탕(1만5000원)은 갈비탕 같지만 깊은 한우로 우린 육수에 부드러운 육질의 살코기만 들어있어 어린이나 노약자도 먹기 좋다. 비슷한 가격대에 횡성 한우를 올린 육회비빔밥(1만5000원)이나 얼큰하게 끓여낸 한우국밥(1만2000원)도 먹을 만하다.

 

커다란 부침판에 지글지글 부쳐내는 메밀부침, 수수부꾸미, 배추지짐(배추전) 등은 장터 대표 먹을거리다. 횡성전통시장 북문 아래 나란히 있는 대화메밀 와와메밀은 메밀부침을 전문으로 한다. 특히 오일장이 서는 날엔 포장 주문이 많아 쉴 새 없이 부쳐내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부침판에 메밀 반죽을 원을 그리며 얇게 편 뒤 배춧잎을 나란히 깔아 기술적으로 부쳐내는 배추지짐은 3장에 5000원. 시장 상점이라 좌석이 넉넉하지 않아도 대충 앉아 횡성 더덕막걸리 한잔에 곁들이고 가는 이들이 많다.

 

횡성읍 수지막국수는 메밀가루로 반죽한 막국수에 편육이 베스트셀러지만, 겨울철엔 들깻가루 듬뿍 넣어 끓인 감자옹심이(1만1000원)가 인기다. 감자옹심이와 메밀 칼국수를 섞은 들깨옹심이메밀칼국수(9000원)도 있다. 곡교리 ‘횡성 먹거리단지’ 내 박현자네더덕밥은 횡성 특산물인 더덕을 활용한 더덕밥 정식(3만2000원)이 유명하다. 단품으로도 판매하는 더덕 순대, 더덕 육회, 더덕 불고기를 고루 맛볼 수 있다. 정식 외 철판에 나오는 더덕불고기비빔밥(1만4000원), 더덕육회비빔밥(1만4000원) 등도 별미다. 곁들여 내는 된장찌개, 더덕무침마저 맛있다. 더덕무침을 비롯한 추가 반찬은 남기지않는 조건으로 ‘셀프 바’에서 양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

 

박근희 기자

 

출처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