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특집 하의도] 내 땅을 향한 집념...333년 만에 되찾은 농민들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57.6㎞ 떨어져 있다.
유인도 9개, 무인도 47개로 구성된 하의면의 본섬으로 면적은 15.15㎢, 해안선 길이는 39.5㎞이며 주민이 1,559명 살고 있다(2015년 통계).
인접한 섬인 신의면(상태도·하태도)과는 지난 2017년 삼도대교로 연결됐다.
하의도라는 이름은 그 모습이 물 위에 연꽃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연화부수連花浮水에서 유래됐다.
하의荷衣라는 지명은 도교적 색채가 강한 이름이다.
연잎으로 지은 옷을 하의라고 한다.
당나라 하선고라는 여신이 입던 옷이라고 한다.
약속 어긴 인조, 농민 수탈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 또한 공도정책으로 비어 있다가 임진왜란 이후 다시 들어와 정착한 사람들이 땅을 개간하고 간척해 농토를 만들었다.
신안군 대부분의 섬들처럼 하의도 또한 섬이지만 어업보다는 농업이 주다.
육지 사람들이 섬으로 들어온 것은 어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농사지을 땅을 갖기 위해서였다.
임진왜란으로 재정이 바닥난 조선 왕실도 세수 확대를 위해 섬으로 들어가 개간할 것을 권장했다.
조정은 새로 개간한 땅의 경작권을 농민들에게 주기로 약속하고 섬 정착을 독려했지만 1623년 인조가 약속을 어기고 하의도 땅을 고모였던 정명공주가 시집갈 때 혼수품으로 내주고 말았다.
정명공주의 4대손까지만 세미稅米를 거두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지만 조정은 또 약속을 짓밟고 1729년에 토지의 권리를 주민들에게 돌려줘야 했음에도 한술 더 떠 관가마저 주민들에게 세미를 거둬갔다.
온갖 고생을 다 해가면서 황무지를 농토로 일군 주민들의 좌절감과 슬픔은 분노로 바뀌어 토지 소유권을 되찾기 위해 싸웠다.
마침내 광복 후인 1950년 2월 13일 제헌국회의 무상환원 결의가 이뤄졌고, 1956년 불하 형식으로 하의3도 주민들에게 땅이 돌아갔다.
무려 333년 만의 승리였다.
하의도 대리의 하의3도농민운동기념관은 하의도와 인근 섬 주민들의 333년에 걸친 농민항쟁의 역사를 기록한 곳이다.
하의3도농민운동기념관에는 일본인을 기리는 비석도 하나 보관돼 있다.
일제강점기 토지반환 투쟁 때 큰 도움을 준 일본인 변호사 고노 토라노스케를 기리는 비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전 찾은 ‘큰 바위 얼굴’
하의도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김 전 대통령의 호 후광後廣은 그가 태어난 마을인 후광리에서 따왔다.
하의도에는 큰 바위 얼굴이 있다.
하의도 피섬(여은리)마을 앞바다에는 작은 무인도가 있다.
주민들은 이 섬을 사자바위라 부르는데 옆모습이 사람 얼굴을 닮아서 큰 바위 얼굴로 불린다.
바위만 보면 사람 얼굴이지만 무인도 전체를 보면 사자를 닮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하기 몇 달 전 고향 하의도를 방문해 큰 바위 얼굴을 감상했다고 한다.
큰 바위 얼굴이 있는 피섬까지는 해수욕장과 해식애가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이어져 있다.
멀리 우이도가 보이고 가깝게는 신도와 대야도, 능산도 등 크고 작은 섬이 이어져 있다.
이 섬들 사이로 지는 노을이 무척 아름답다.
하의도 대리 덕봉산 자락에 덕봉강당이라는 서당이 있다.
마을에 살던 초암 김연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던 곳이다.
초암 선생은 높은 학식과 인품으로 하의도는 물론 인근 섬지역에서 존경 받는 유학자였다.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흑산면 가거도 산중에 은거하다 고향사람들의 부탁을 못 이겨 고향으로 내려와 봉람재라는 서당을 열고 후학을 길렀다.
김대중 대통령도 어렸을 때 이곳에서 수학했다고 한다.
잊지 못할 하의도 전복의 맛
이웃한 신의면의 상·하태도는 염전으로 먹고 사는 섬이지만 하의도는 염전이 얼마 되지 않고 농사를 많이 지었다.
얼마 전부터는 전복과 다시마 양식을 하는 가구가 늘고 있다.
주민들은 완도 전복과 비교도 할 수 없다며 먹어본 사람들은 하의도 전복만 찾는다고 자랑한다.
하의도 전복이 유독 맛있는 이유는 전복의 먹이가 되는 다시마가 사시사철 풍부하고 개펄이 깨끗해 영양염류가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의도에는 깨끗하고 조용한 해변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고운 모래와 푸른빛이 인상적인 모래구미 해변은 길이 100m, 폭 80m 정도의 작은 해변인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프라이빗 해변 같은 느낌을 주는 아늑한 곳이다.
소박한 해변 사이로 감상하는 일몰 경치가 아름답다.
백사장 주변으로 곰솔숲이 울창한 신도해수욕장은 산책을 즐기기에 좋은 해변이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월간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