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굴 껍데기로 석회, 커피 찌꺼기로 플라스틱 만들어요
쓰레기 활용하는 방법
▲ /그래픽=유재일
국내서 굴 껍데기만 매년 30만톤 나와
플라스틱뿐이 아닙니다.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이 버리는 쓰레기는 2018년 20억톤에서 2050년 34억톤으로 늘어난다고 해요. 쓰레기 매립지에서는 토양과 물이, 소각장에서는 대기가 오염되고요.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가면 해양이 오염되죠. 결국 다양한 쓰레기를 처리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매립과 소각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에서 아예 벗어나야 할지도 모르죠.
조개나 굴은 먹을 때는 맛있지만 남은 껍데기(貝殼·패각)는 골칫거리입니다. 먹은 양보단 버려야 하는 껍데기 부피가 훨씬 크지요. 2021년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양식 굴 껍데기만 매년 30만톤이 나옵니다. 자연산 굴까지 합치면 훨씬 늘어날 겁니다.
산업계는 패각 성분에 주목합니다. 굴 패각은 94%가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탄산칼슘은 산업계에서 많이 쓰는 '석회'입니다. 석회는 보통 석회석 광산에서 채취하죠. 갈아내는 등 잘 가공한다면 굴 패각은 석회석처럼 이용할 수 있어요. 석회는 우리나라의 수출 종목 효자인 '철강 산업'을 이끄는 주요 원료입니다. 광산에서 캐낸 철광석, 고탄소 물질인 코크스(cokes·석탄을 정제한 것)와 석회를 용광로에 넣고 제련(製鍊·열이나 화학적·전기적 방법으로 광석으로부터 금속을 추출함)하면 코크스와 석회가 철광석에 결합해 있던 산소를 분리해줍니다. 그러면 순수한 철만 남길 수 있지요. 철강 기업 포스코는 이때 필요한 석회 중 일부를 굴 패각에서 얻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굴 패각에서 얻은 석회 4만톤을 사용했고 올해에는 최대 10만톤까지 사용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패각 쓰레기와 폐플라스틱을 섞어 만든 신소재도 등장했습니다. 일본 플라스틱 제조사 고시화학공업은 이 같은 신소재 '카라스틱'을 개발했어요. 카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보다 내구성이 30%가량 더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고시화학공업은 디자인 스타트업 퀀텀과 손잡고 카라스틱을 이용해 가리비 껍데기 모양의 안전모를 만들었어요.
음식 쓰레기를 시멘트로
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 '커피박'은 그동안 커피향 방향제로 쓰거나 실내 습도를 조절하는 용도로 쓰였는데요. 이제는 플라스틱을 대체할 정도로 단단한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답니다.
카페에서 수거한 커피박을 모아 수분을 완전히 제거한 뒤,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300~700도로 가열하면 커피 알갱이가 순수한 탄소에 가깝게 변합니다. 이 상태를 바이오차(biochar)라고 부릅니다. 바이오매스(biomass)와 차콜(charcoal·숯)을 합친 단어지요. 바이오차를 이용해 연료는 물론 플라스틱 대체재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포이엔'은 커피박을 이용해 바이오플라스틱과 고형연료를 만드는 업체인데요. 여기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의 강도는 자동차 대시보드(dashboard)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커피박으로 만든 고형연료는 미얀마로 기술을 수출하기도 했지요.
커피뿐 아니라 음식 쓰레기도 새로운 물질로 다시 태어나는데요.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목재 입자에 열을 가해 시멘트를 만드는 방법을 그대로 적용해 음식 쓰레기를 시멘트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커피박은 물론 찻잎이나 양파 껍질 같은 다양한 음식 쓰레기를 시멘트로 만들 수 있었죠. '음식 쓰레기 시멘트'는 기존 시멘트보다 4배나 더 단단한데요. 재미있는 것은 재료에 따라 시멘트에서 다른 맛이 난다는 겁니다. 심지어 재난 상황에서 시멘트를 부숴 물에 끓이면 비상식량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향신료도 넣었답니다.
쓰레기 처리의 핵심 생물 '버섯'
생태계는 먹이사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생산자인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有機物·생명체를 이루고 있는 탄소화합물)을 만들고, 초식동물이 이 식물을 먹고 살아가죠. 초식동물은 다시 육식동물에게 먹히고요. 이런 생물이 죽으면 '분해자'들이 자연으로 되돌려 보냅니다. '균류'가 바로 이 분해 역할을 담당하지요.
버섯은 곰팡이 같은 균이 실 같은 균사(菌絲)를 켜켜이 쌓아 눈에 보일 정도의 형태를 만든 겁니다. 균사로 만든 구조물(균사체)은 꽤 단단한데요. 실제로 가위나 칼을 쓰지 않으면 버섯은 자르기가 상당히 힘들죠.
균류도 생명 활동을 하는 만큼 어디선가 에너지를 얻어야 합니다. 이미 자연에서는 다양한 사체(死體)를 청소하는 '청소부'였는데요. 산업계는 이들이 인간이 만들어낸 쓰레기도 청소해줄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도 스타트업 '풀'은 인도 사원에서 많이 나오는 꽃 폐기물을 버섯을 이용해 처리하고, 이를 이용해 가죽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꽃 폐기물을 버섯에 먹이로 주고, 대신 균사체로 된 가죽을 얻는 거죠. 이 회사의 연구·개발 책임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꽃 폐기물이 갠지스강을 오염시키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구상했다"고 설명했어요.
실제로 버섯 가죽은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하는 명품 브랜드에서도 많이들 이용하는데요. 2021년 에르메스는 버섯 가죽으로 만든 '빅토리아백'을 출시했답니다.
인류의 골칫거리 플라스틱 쓰레기도 버섯이 해결해줄 수 있어요. 예를 들면 미국 예일대 연구팀이 발견한 페스탈로티옵시스 마이크로스포라(Pestalotiopsis microspora) 같은 버섯이 말이지요. 이 버섯은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분자 폴리우레탄 위에서도 잘 자라는데요. 플라스틱을 분해해 유기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답니다.
기획·구성=안영 기자 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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