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파스타가 단돈 4900원… 통영식 백반 한 상은 8000원
1만원 내면 거스름돈 주는 맛집
최근 서울 유명 평양냉면집 냉면 값이 1만6000원을 돌파했다.
점심 값이 뛰면서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도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 지역 평균 자장면 가격은 6723원, 삼계탕은 1만6115원, 비빔밥은 1만115원이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맛있는 식당은 불가능한 것일까.
음식 평론가 정동현과 식문화 콘텐츠 기업 다이어리알 이윤화 대표에게 형용모순 같은 이 방정식을 풀어달라고 주문했다.
무조건 가격만 저렴한 식당이 아니라, 이 맛이면 돈을 더 내겠다는 생각이 드는 집들로 추렸다.
아무리 저렴해도 음식 재사용이나 청결 등이 문제가 되는 곳은 과감히 제외했다.
◇3900원부터 시작하는 ‘파스타'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이석덕 생면파스타’는 이석덕 오너셰프가 직접 뽑은 생면으로 파스타를 만드는 집이다.
매일 신선한 토마토를 이용해 만드는 ‘신선한 토마토 파스타’가 이 집 대표 메뉴.
가격은 시판 밀키트보다 저렴한 4900원이다.
이 셰프는 “한국은 대부분 파스타에 건면을 사용하고 생면은 잘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더라도 그 가격이 비싸다”며 “생면으로 파스타를 만들면 식감도 쫄깃하고 소스가 면에 더 잘 흡수된다.
이런 장점을 알리고 싶어 저렴한 가격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고 했다.
토마토 파스타 외에도 알리오올리오(3900원), 트러플 뇨끼(6900원) 등 대부분 메뉴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메인 메뉴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아란치니(2000원)도 가성비가 뛰어나다.
이윤화 대표는 “여러번 가서 먹어봤는데, 가격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맛이 훌륭하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으로 자리를 옮기면,
매일 통영에서 나오는 재료를 공수받아 요리하는 통영 출신 부부의 ‘바다풍경’이 있다.
이 대표는 그중에서도 ‘통영비빔밥(8000원)’을 추천했다.
다른 지역 비빔밥과 달리 통영 특산물인 생미역이 올라가는 게 특징.
여섯 가지 나물로 구성된 비빔밥과 함께, 제철 재료로 만든 다섯 가지 찬과 국이 곁들여 나온다.
이 대표는 “1만원 안 되는 돈으로 통영식 백반 한 상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며
“깔린 반찬과 함께 제공되는 국만으로도 제값을 한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황금콩밭’은 9000원으로 누리는 미쉐린 식당이다.
2018년 미쉐린 빕 구르망(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에 올랐다.
매장에서 매일 직접 두부를 만드는데,
마치 모차렐라 치즈를 먹는 듯한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 대표는 “그렇게 만드는 두부에 고추장으로 간한 두부짜글이(9000)는 맛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격과 맛, 양 모두 잡았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는 ‘정식당’ 출신 셰프 안주원씨가 하는 작은 샐러드집 ‘데일리디’가 있다.
‘고수페스토치킨샐러드’ ‘병아리콩당근라페’ 등 안씨만의 독창적이고 건강한 샐러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샐러드 한 가지 선택 시 5900원, 두 가지는 9900원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빵을 함께 제공한다.
정동현 평론가는 “이 곳 샐러드는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며
“인근 양재천 근처에서 피크닉을 하며 즐기기도 좋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중국’은 가격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 방문해 볼 만한 중국집이다.
인근 경복고 학생들이 공부하다 말고 담 넘어와 한 젓가락씩 쓸고 갔다는 전설의 식당.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재료가 소진되는 오후 12시 30분 정도면 문을 닫는다.
정 평론가는 “이 곳 자장면(5000원)은 주문이 들어오면 즉석에서 면을 뽑아 윤기가 흐른다”며
“이 가격에 이런 맛을 볼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기적에 가깝다”라고 했다.
오전 11시부터는 줄을 서야 안정적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정 평론가는 “송파구 잠실동 ‘평양만두’의 평양고기만두(7000원)도 가격과 양, 맛 모두를 잡았단 평을 받는 곳”이라고 했다.
남정미기자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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