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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산행의 육하원칙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8. 6.


 
산행의 육하원칙

하나. 언제 산으로 가나.
봄이 좋다.
가을은 더 좋다.
여름도 괜찮다.
겨울은 시리도록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계절이 영락없이 더 좋다.
괴로울 때 가라.
기쁠 때나 외로울 때도 가라.
바람 부는 날,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
눈이 부시게 푸른 날,
천둥치고 번개 치는 날,
달 밝은 날,
미쳤다고 생각되는 날까지 가라.

둘. 어느 산을 갈 것인가.
 
가까운 산 몇 번 간 후에,
먼 산으로 달려가라.
낮은 산 오르고,
높은 산 올라라.
유명하고 아름다운 산은 자꾸만 가라.

셋. 누구하고 갈 것인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다면 적어서 좋다.
서넛이면 여러 가지로 좋고,
둘이면 손잡기 좋고,
혼자면 마음대로라 좋다.
홀로 가면 바람과 구름,
나무와 새,
꽃과 나비를
몽땅 가슴에 담을 수 있어 좋을 뿐더러
자연과 친구가 될 수 있어 희안하게 좋다.

넷. 산에 가서 무엇을 하나.
기진할 때까지 방황하다 쓰러져라.
두려움조차 내 것으로 껴안아라.
새소리도 흉내내보고,
나뭇잎에 편지라도 적어 보라.
향기에 취해서 야생화를 뺨에 비벼 보라.
도토리 한 알 주워 친구에게 선물해 보라.
산정에서는 고함보다 침묵이,
침묵보다 명상이 엄청 더 좋다.

다섯. 어떻게 산에 가면 좋은가.
발가벗고 가라.
허위와 영악함
부끄러움과 더러움을 가져주는 옷과
넥타이, 모자, 양말까지 벗고 가라.
그렇게 하면 솔바람에
마음을 정갈히 빗질할 수 있고,
맑은 계곡물에
더러움과 영악함을 헹구기 쉽다.

여섯. 왜 산에 가는가.
산이 있기에 간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태어났다.
대답하기 어려우면 존재론으로,
더 곤란하면 운명론으로 돌려라.
더더욱 곤경에 처하면 되물어라.
"당신은 왜 산에 안 가는가?"
성락건의 <남녘의 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