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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8. 15.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 이성부

     

    작은 산이

    큰 산 가리는 것은

    살아갈수록 내가 작아져서

    내 눈도 작은 것으로만 꽉 차기 때문이다.

     

     

    먼데서 보면

    그 높은 한줄기의 일렁임이

    나를 부르는 은근한 손짓으로 보이더니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 봉우리 제 모습을 감춘다.

     

     

    오르고 또 올라서 정수리에 서는데

    아니다,

    저어기 저 더 높은 산 하나 버티고 있다.

     

     

    이렇게 오르는 길

    몇 번이나 속았는지

    작은 산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가두고

    그때마다 나는 옥죄어 눈 바로 뜨지 못한다.

     

     

    사람도 산 속에서는

    미물이나 다름없으므로

    또 한번 작은 산이

    백화산 가리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것도 하나의 질서라는 것을 알았다.

     

     

    다산은 이것을 일곱 살 때 보았다는데

    나는 수십 년 땀 흘려

    산으로 돌아다니면서

    예순 넘어서야 깨닫는 이 놀라움이라니...

     

     

    몇 번이나 더 생은 이렇게 가야하고

    몇 번이나 더 작아져버린 나는

    험한 날등 넘어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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