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도보여행정보☞/♡ 산행·여행 지도 & 정보

링반데룽(環狀彷徨)을 아시나요?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2. 26.

▣ 링반데룽(環狀彷徨)을 아시나요?


◈ 링반데룽(ringwanderung)

동일한 장소에서 원을 그리며 방황하는 것을 말하며

잘못하여 '링반데룽'에 빠져 버리는 기상 조건은  
가스나 눈이 내릴 때와 지형적으로 기복이 적은 장소에서 일어나기 쉽다. 

또한 등산자가 피로에 지쳐 사고력이 둔해지고 
방향 감각을 잃어버릴 때나 야간까지 행동을 무리하게 연장하는 경우에 일어나기 쉽다. 

안개, 폭우, 폭설, 피로 등으로 방향감각을 잃고 
같은 지역을 맴도는 경우이다. 

링반데룽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방향을 재확인함은 물론, 휴식을 취하고 가스나 강설이 걷힐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링반데룽을 일명 환상방황(環狀彷徨)이라고도 말하고 있다.



파티(party:팀원)의 능력을 과신(過信)하여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대상이 된 산의 조사연구를 소홀히 하여 불완전한 장비로 산에 들어가는 일은 삼가 해야 한다.

평소의 자신의 체력을 과신하여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등산하는 것도 때로는 파티에 부담을 주는 결과가 된다.

또 출발 직전까지 일을 하여 몸을 피로하게 하거나, 야간열차에서의 수면부족 등도 조난의 간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날씨의 급변이나 길을 잘못 들었을 때에 일어나는 마음의 동요는 조난으로의 제1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럴 경우에는 리더는 먼저 대원을 완전히 장악하고 침착하게 다음 행동을 신중하게 취해야 한다.

대원이 불안하게 여긴 나머지 함부로 행동하여 파티가 분산하여 일어난 비극은 의외로 많다
.


길을 잃은 경우, 
원래의 지점에 되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육감에 따라 행동하는 일은 
심신을 극도로 소모시켜 조난하게 만든다.



짙은 안개나 눈보라로 視界가 나빠지고 
더구나 등산로를 잘못 든 경우에는

그곳에서 대기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면서 
차후대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산에서의 피로는 반드시 초조감이 따르며, 
극도의 초조감 때문에 정상에서 벗어난 정신상태에 빠지는 일이 있다


링반데룽
(직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가지만 
실제는 동일지점을 빙빙 도는 일)도 초조한 나머지 함부로 행동하는 데서 일어나는 일이다.



◈ 콩트 - [[환상방황]]


운무였다. 

어느새 뿌연 기운이 사방을 죄어오더니,

 

급기야 푸른 나뭇잎 속을 비집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지도는 벌써 젖어버려, 펼치려고 손을 대면 힘없이 찢어졌다.

나침반을 보아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라, 아예 서브배낭에 넣어두고

일단 비 피할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몇 발자국 걷자 다행히 석문(바위문)이다.

다리는 진작 풀려 있었고, 
허기진 배도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던 터라,

재빠르게 스토브를 점화해, 라면부터 끓이기 시작한다.

물을 따로 떠올 필요는 없었다.

억수 같은 비가, 정말 말 그대로.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엄청난 비가 한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장마 기간이 짧은 대신 국지성 폭우가 잦아진다더니,

일기예보가 아주 틀린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라면으로 대충 배를 채우고 리그(무전기)의 전원을 올렸다.

로드안테나를 길게 뽑는다.


"CQ CQ 여기는 DS1NUT 포터블 지리산. 카피되시는 국장님 계십니까...???"


몽롱하다. 커피 물을 올리고 재차 교신을 시도하지만.

내게 응답하는 건, 저 시끄러운 빗소리와 찌그럭대는 노이즈뿐...  빌어먹을. 
           
다시 걷기로 한다.

추웠다.

마냥 앉아서 비가 멎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얼어죽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속옷마저 흠뻑 젖었기에 체온이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다.

차라리 걸어야 했다.

몇 번이고 스스로에게 세뇌를 시킨다.


괜찮아, 괜찮다고. 등산로만 찾으면 돼.

분명 이곳 어딘가에 길이 있을 거야.


배낭을 대충 추스린 후 걸음을 옮겼다.

비는 좀체 멈출 것 같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기운이 난다.


길을 걷는다. 

굵은 나무기둥을 돌아 잡목을 헤치고 
수풀을 걷어내며 무작정 걷는다.

차가운 빗줄기가 얼굴을, 하얗게 부어오른 얼굴을 사정없이 휘갈기고 있었다.

오른쪽 무릎에 심한 경련이 생긴다.

하늘을 뒤덮은 먹구름 때문에, 
어둠은 일찍부터 내려앉아 있었다. 
    

주룩주룩 빗소리. 그리고...  

귓속을 빠르게 파고드는 요상한 웃음소리.

웃음소리...???

아니, 울음소리...???

억수 같은 장마비 속에서 웃고 있는.. 혹은 울고 있는. 

어깨 끈을 고쳐 매고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갤 돌렸다.

부스럭...

넓은 나뭇잎이 한차례 몸을 떨더니 잠잠해진다.

푸후후, 생각이 없어지고 있었다.

어쩜 축축한 바짓단으로 흘러내리는 건 비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무턱대고 전진만 있을 뿐이다. 

           
얼마나 걸었는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저 앞에 바위문이 보였다.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지붕이 얹혀진 바위문(석문)! 

헛도는 발을 질질 끌어 그곳으로 다가서서야, 나는 싱거운 웃음을 흘린다.

젠장, 라면은 이미 먹고 없었지만... 내가 흘린 그 라면 몇 조각만이 퉁퉁 불어,

같은 자리를 빙빙 맴돌고 돌아온 주인을 막연히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환상방황(링반데룽).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몇 번이나 같은 길을 돌고, 돌고, 돌고...


언제인지 모를 그 과거.

나는 이곳을 처음 떠났을 때보다 지쳐 있었고.

추위에 떨며, 굶주림과 공포에 헐떡댈 뿐이다.

        
암흑 속의 비는 미친 듯이 쏟아졌고.

지리산의 길고 긴 계곡 어드메서,

나는 조용히 사라져주면 되는 것이었다.


2000년 7월...  검은별

---------------------------------------------

이상은 맥가이버가 퍼와서 편집한 글입니다.


이 글과 다음 글 '하이포서미아(Hypothermia)를 아시나요?'는

님과 님의 동료를 살릴 수 있는 글입니다.

다시 한 번 더 읽으세요. 

- 맥가이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