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저녁노을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6. 9. 1. 저녁노을 / 도종환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앉아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나오는 해의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가을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쪽을 물들이기를 바랐습니다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사라지는 저녁노을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 그러면 그 시는 내 최후의 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당신을 향한 최후의 시집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떨었습니다최후를 생각하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한 세기는 저물고세상을 다 태울 것 같던 열정도 재가 되고 구름 그림자만 저무는 육신을 전송하고 있습니다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스러져가는 몸이 빚어내는 선연한 열망동살보다 더 찬란한 빛을 뿌리며 최후의 우리도 그렇게 저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무는 시간이 마지막까지 빛나는 시간이기를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하늘 위에 마지막 순간까지맨몸으로도 찬연하기를 위 사진은 2006년 9월 1일 (금) 아파트 베란다 밖으로 보이던 낙조를 찍은 것임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꿈★은 이루어진다. 저작자표시 비영리 변경금지 '▣감동과 깨달음☞ > ♡ 좋은 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만 오면 / 원태연 詩 (0) 2006.09.02 노을 빛이 아름다운 것은 (0) 2006.09.01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창우 (0) 2006.09.01 구월이 오면 / 안도현 (0) 2006.08.31 해바라기 / 이윤학 (0) 2006.08.30 관련글 비만 오면 / 원태연 詩 노을 빛이 아름다운 것은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은 다시 시작되고 / 백창우 구월이 오면 / 안도현 티스토리툴바 꿈★은 이루어진다.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