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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by 맥가이버 Macgyver 2006. 11. 15.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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