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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라일락 그늘에 앉아 / 오세영

by 맥가이버 Macgyver 2007. 4. 27.

 

 

 ▣ 라일락 그늘에 앉아 / 오세영 

 
  


맑은 날,
네 편지를 들면
아프도록 눈이 부시고

흐린 날,
네 편지를 들면
서럽도록 눈이 어둡다.

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
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한 줄,
무슨 말을 썼을까



오늘은
햇빛이 푸르른 날,
라일락 그늘에 앉아
네 편지를 읽는다.

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
무슨 말을 썼을까.

날리는 꽃잎에 가려
끝내
읽지 못한 마지막 그
한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