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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묵언산행(默言山行)

by 맥가이버 Macgyver 2008. 3. 8.
 
    묵언산행(默言山行)  

 

일이 잘 안 풀릴 때면 훌쩍 山에 오르고 싶어진다.

산다는 것이 갈수록 어려운 문제로 느껴질 때면,

나를 묵묵히 망각하며 하나의 山이 되고 싶다.

 

그런 날 山行에 나서면 마음은 벌써 山사람이다.

山새와 山의 사랑을 뜨겁게 이야기한다.

생각하면 마음속에는 벌써 개울물이 졸졸 흐르고,

나는 山꿩이 되어 이 계곡에서 저 계곡으로 훨훨 날아오른다.

 

山에 사는 사람은 신선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山에 사는 사람들은 그 자체가 자연일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山은 넉넉함이 있어서 좋은 것이다.

 

계절이 변덕스럽게 들락거려도 말없이 정기를 뿜으며 산다.

인간들이 휴일을 앞세워 쉴 새 없이 山을 정복하고자 해도

山은 침묵을 하며, 사철 계곡으로 맑은 물을 흘리며 山새를 키운다.

 

인간과는 달리 이기심이 없는 山이라서 나는 山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山의 사랑을 깊이 배우고 싶은지 모른다.

때때로 인간의 이름이 부끄러울 때면

그렇게라도 山에 듬뿍 취해보고 싶다.

 

나를 버려 나를 새롭게 찾고 싶은 것이다.

山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손바닥보다도 작게 보인다.

세상에서 바라보는 모든 것은 그렇게 높아 보이는 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빌딩도 차도 사람도 모두다 아주 작은 것으로 보일 뿐이다.

우리네 삶이란 그런 것인가.

 

한 발자국 물러나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세상 속에서 山이고자 하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높게 생각하는 것인가.

세상에서 바라보는 山은 언제나 저만큼에서 높게 보이게 하는 것이다.

 

높은 山을 오르려면 먼저 얇은 언덕을 지나야 한다고 했다.

골짜기의 좁은 길도 지나야 한다.

기슭에서 山봉우리까지 수십 수백 번의 걸음을 옮겨야

비로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목적지가 멀면 멀수록 더욱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허나 선인들은 급하게 굴지는 말라 했다.

또한 쉬지도 말라 했다.

마음이 답답하거든 높은 山에 올라가 탁 트인 안계를 보라고 했다.

 

山기슭에서 나아가 바다의 근본이 되는 물줄기를 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 진리를 망각하기에 우리는 가끔 절망하는지 모른다.

 

下山 길에는 山이 나를 침묵하게 한다.

 

- 좋은 글에서 -

 

늘 언제나 항상 변함없이

  

위 사진은 2008년 2월 14일(화)

경기도 포천/동두천의 '왕방산/국사봉/소요산 연계산행'을 다녀오면서

'소요산 정상 의상대(587m)에서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며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