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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 도보후기☞/☆ 강화도의 산&길

과거의 향수 묻어나는 ‘강화 나들길’

by 맥가이버 Macgyver 2009.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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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특집] 과거의 향수 묻어나는 ‘강화 나들길’

강화출신 화남 고재형, 100여 마을순례 詩 남겨
군, 국비 지원 화남길 복원 2코스 4개구간 조성
강화천도때 고려궁·수도방어 돈대 등 사적 산재
2009년 10월 21일 (수)  전자신문 | 14면   최연식 기자 cys@kgnews.co.kr
   

혼자 걷고 싶은 가을, 역사·자연 벗 삼아…


완연한 가을이 코끝에 와 닿았다. 우리나라 어딜가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혼자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강화도로 가보자. 강화도로 가는 길은 역사라는 과거의 향수가 함께 하기에 전혀 이상하거나 외롭지 않은 길이다. 길을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인생이다. <편집자 주>

현재 전국적으로 알려진 걷기코스로는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 숲길, 소백산 죽령옛길 등이 있다. 특히 제주 올레길은 차량의 흐름과 상관없이 고샅길과 숲길을 돌아드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길로 유명하다. 지리산 숲길은 어머니 품처럼 깊고 따뜻한 지리산에 기대어 사는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며 걸어가고, 소백산 죽령옛길은 옛 선비가 청운의 꿈을 품고 한양으로 향하던 사연이 골골이 스며든 길이기도 하다.

강화에도 이처럼 역사와 자연, 그리고 옛 사연을 담은 길이 곳곳에 있어서 잘 가꾸기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강화를 알리는 훌륭한 매개체가 될 것이다. 강화에는 걷기와 관련해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불은면 두운리 출신인 화남 고재형(1846∼1916) 선생이다. 화남 선생은 1900년대 초반 1년간 강화군 17개면 100여 마을을 다니면서 강화의 역사, 풍물, 문화, 풍경, 사람에 관한 것을 256수의 7언 절구의 시로 ‘심도기행’이란 책을 남겼다.

지난해 심도기행 번역본이 인천학연구원에서 발간되었으며, 강화도시민연대에서는 선생의 족적을 따라 화남길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차, 문화관광부의 문화생태탐방로 조성 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현재 2코스 4개의 구간이 확정되었다.

강화군 관계자는 “3년간 국비 37억원을 지원받아 안내표지판을 비롯한 편의시설과 도보여행객을 위한 야영장 등을 만들어 강화를 걷기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강화 나들길 코스

제주 올레, 지라산 숲길처럼 강화는 ‘나들 길’로 명칭이 확정되었다. 사람과 새들이 날고 드는 길이라는 뜻도 있고 가족들이 나들이 온다는 뜻도 있다.

강화 나들길은 총 연장 55Km로 강화해협을 따라가는 역사돈대길(1코스)과 심도기행길(2코스)로 나뉜다. 두 개의 코스는 4개의 구간으로 나뉘어 있어 하루 동안 걷기에 적당하다.

제1구간 - 강화해협을 따라가는 역사·문화의 길

길이13Km 소요시간 4시간코스 용흥궁 - 성공회성당 - 고려궁지 -강화여고(은수물) - 강화산성 - 북장대 -오읍 약수터 대산리길 - 연미정 - 강화역사관. 제1구간은 몽고의 침입을 피해 고려조정이 피난을 와 자리 잡은 곳이다. 고려궁지는 원래는 개성에 있던 고려궁의 건물과 배치형태를 그대로 본 따 지어서 김상용순절비가 있는 곳이 남문이었다 할 정도로 넓은 터였으나 조선시대에는 관아로 그리고 현재의 고려궁터로 축소된 채 지금에 이르고 있다. 출발지는 철종의 잠저인 용흥궁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성공회 성당인 강화성공회 성당을 들러 강화산성, 북장대를 거쳐 아늑한 대산마을 벌판을 바라보며 연미정으로 향한다. 연미정에 서면 지금은 갈 수 없는 유도(뱀이 많아 뱀섬이라고도 함)가 보인다.

재작년 연미정이 개방된 이후로 주변 단장이 한창이다. 연미정을 따라 강화대교 방향으로 걷다보면 오른쪽으로 갑곶돈대, 천주교 갑곶성지, 강화역사관을 만날 수 있다.

제2구간 - 나라 방어의 최전선, 돈대길

길이17Km 소요시간 5시간코스 강화역사관-용진진-용당돈대-화도돈대-오두돈대-광성보-초지진. 제2구간은 수도방어의 최전선 역할을 담당했던 방위시설인 5진 7보 53돈대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옆으로 철책 너머 염하수로가 유유히 흐르고, 멀리 김포 문수산과 대명리 포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염하수로에서는 한창 숭어잡이에 열을 올리는 배들이 빚어내는 풍경이 한가롭다. 장어마을이 밀집해 있는 용진진은 홍예만 남은 것을 최근 복원하였으며, 걷는 도중에 강을 보며 땀을 식힐 수 있는 공터가 조성되어 있어서 간단한 음료들도 팔기에 빈 몸으로 걸어가도 상관없다.

걷기 시작한지 두시간 정도면 광성보에 도착한다. 광성보 초입에는 음식점이 많이 있기 때문에 아침에 출발했다면 광성보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좋겠다. 광성보에서 덕진진 입구 사거리까지는 약간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데, 이 코스에서 유일한 구릉이 이어지는데 높지 않아 힘든 거리는 아니다. 체력이 허락한다면 초지대교를 지나 황산도쪽으로 걸어가보는 것도 좋다. 특히 그곳은 갯벌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어 좋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초지진에는 병인양요, 신미양요때 포탄에 맞은 상흔을 간직한 노송을 볼 수 있는데, 소용돌이치던 역사의 격랑을 그 나무에서 느낄 수 있다.

3구간 : 능묘 가는 길

길이18Km 소요시간 7시간코스 온수사거리-전등사-삼랑성-길정저수지-이규보묘-곤릉-석릉-가릉-능내리 석실분-능내동길-하암동길-정제두묘. 이 구간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기에 다른 구간에 비해 힘이 더 들고, 소요시간도 길다.

하지만 초지진에서 나와 온수사거리를 거쳐 전등사에 이르면 전등사의 고즈넉한 풍경소리에 지친 몸을 잠시 쉬어볼 수 있으리라. 삼랑성을 거쳐 길정저수지, 고려시대의 계관시인인 백운거사 이규보의 묘지를 지나면 곧 고려시대의 왕, 왕비릉인 곤릉,석릉,가릉을 만날 수 있다.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건만 퇴락한 능의 모습에서 무신들에게 휘둘리고, 왕위를 빼앗기고 목숨을 구차히 보전할 수 밖에 없었던 고려 말엽 왕족의 운명을 엿보는 듯 쓸쓸하다. 가톨릭대학교를 지나 강화학파의 태두인 정제두 묘지까지 이르는 길은 평범하나 조선시대 말엽 마음의 성찰(心學)을 추구했던 선비의 결기들에 대해 잠시 생각해봄이 어떨런지...

4구간 : 해가 지는 마을길

길이4.25km 소요시간 1시간 30분 코스정재두묘-하우약수터-이건창묘-건평나루-건평쉼터-건평돈대-정표동길-새우젓시장-망양돈대-외포리터미널. 정제두 묘를 뒤로 하고 하우약수터를 지나면 영재 이건창 선생의 묘지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묘지에서 곧바로 해안가로 향하면 건평나루와 건평쉼터, 돈대를 만나고 새로 개설되는 해안도로를 만나게 된다.

건평포구에서는 일몰의 아름다움과 처연함을 맛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맞는 일몰은 화남 고재형선생이 꼽은 강화8경 중 하나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면 석모도와 교동도를 포함해 섬들이 산수화처럼 떠있는 잔잔한 서해바다를 만날 수 있다. 외포리 새우젓 시장, 망양돈대를 거쳐 외포리터미널이 최종목적지.

하지만 체력이 허락한다면 망양돈대를 거쳐 내가면 황청리 포구와 우리나라 최초의 간척지인 망월벌판을 지나 하점면 창후리에 이를 수 있다. 이 코스는 약 15Km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깊어가는 가을! 걷고 싶다면 강화로 한번쯤 발길을 돌려도 아름다운 추억의 성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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