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시도 월영산 르포] 새만금방조제의 중심, 신시도 월영산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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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무성한 풀밭도 사람의 발길이 닿으면 오솔길이 되고, 아무리 짙은 숲에도 실오라기 같은 길은 뚫리는 법. 오르지 못할 듯 보이는 거칠고 험악한 산중에도 발을 디딜 희미한 길은 있기 마련이다. 바다에도 엄연히 길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엄연히 배가 다니는 항로가 있다. 심지어 인간은 바다 위에 도로를 내기도 한다.
지난 4월 27일 새만금방조제가 준공됐다. 사람의 힘으로 만든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 그곳을 구경하기 위해 급히 짐을 꾸렸다. 일직선으로 뚫린 바다 위의 도로를 질주하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 그러니 새만금방조제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이곳은 등산과 걷기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방조제 한가운데 위치한 고군산군도의 접근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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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각산 직전의 바위 절벽에서 본 신시도 일대. 고군산군도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 새만금 방조제는 이제 첫 단계의 공사가 끝났을 뿐이다. 바다를 막는 둑이 완성됐고 일부 매립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 10년 정도 공사가 진행돼야 청사진에 그려진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전망이다. 하지만 준공으로 도로가 연결된 고군산군도는 이미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와 멋진 섬 풍광
주말의 혼잡을 피해 일찌감치 신시도에 도착했다. 방조제에서 양쪽으로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을 준비했다. 신시도에는 임시로 조성된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하지만 이곳은 새만금방조제를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번쯤 머물다가는 곳이라 그만큼 붐빈다. 취재팀이 방문한 날도 이곳은 많은 차량들로 혼잡을 빚고 있었다.
주차장에 차량을 세우고 남쪽 끝의 절벽을 향해 걸어갔다. 사실 서쪽 정면에 보이는 고갯마루인 월영재로 올라서는 길이 훨씬 뚜렷하다. 하지만 새만금방조제와 배수갑문의 위용을 감상하기 좋은 곳은 남쪽의 절개를 따라 오르는 코스다. 이 구간은 배수갑문을 만들며 산자락을 깎아내어 형성된 커다란 절벽으로 조망이 그만인 곳이다.
“와! 바닷물이 빠져나가는 속도 좀 보세요.”
“장마철 한강물보다 훨씬 빠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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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영산으로 오르는 능선의 전망바위. 좋은 날씨와 멋진 풍광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었다. (왼쪽) / 월령산에서 미니해수욕장으로 가는 도중의 능선길. 소나무가 가득한 숲이 상쾌하다. (오른쪽)
- 마침 배수갑문이 열려 있어 바깥 바다에서 안쪽 바다로 물이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산으로 오르려는 사람들이 언덕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감탄사를 쏟아냈다. 인위적으로 만든 시설물이지만 과연 장관이었다. 그 뒤로 끝도 없이 펼쳐진 방조제의 모습 역시 대단했다.
방조제가 보이는 언덕에서 가파른 산길이 절개면 옆으로 이어졌다. 절개지에 설치해둔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르는 사람들도 보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길을 따르는 것이 안정감이 있고 편했다. 급사면을 통과해 주능선을 타기 시작하면 야트막한 나무들 사이로 고군산군도 일대가 전망되기 시작한다. 잠시 뒤 199m봉 정상에서 서쪽으로 시야가 터졌다. 발아래 신시도 일대는 물론이요 무녀도와 선유도, 장자도, 관리도로 이어지는 섬의 무리가 한눈에 든다. 이렇게 아기자기한 섬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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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신시도 동쪽 해안 풍광. 안타깝게도 이곳으로 도로가 뚫릴 예정이다.
- 199m에서 북쪽 능선의 급경사를 타고 내려서면 월영재에 닿는다. 이 고갯마루는 신시도 내부와 방조제 주차장을 잇는 산길의 연결점 역할을 하는 곳이다. 군산시에서 널찍한 산길을 조성해 많은 사람이 오고가는 데 불편함이 없다. 고개 꼭대기에는 널찍한 목조데크와 정자를 만들어 쉬어가기 좋다.
산행 중 만나는 아담한 해변도 매력적
월영재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직진하면 비늘처럼 벗겨지는 바위들이 가득한 급사면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곳 역시 뛰어난 조망처로 신시도 일대의 아기자기한 섬 풍경이 그대로 조망된다. 잠시 뒤 고군산군도의 주봉인 월영산(月影山·198m) 정상에 오른다. 자그마한 돌탑과 안내판 외에는 특별히 볼 것은 없는 곳이다. 최치원이 이곳에 단을 쌓고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월영산에서 산길은 서쪽으로 방향을 튼다. 멀리 산 위에 세워진 독특한 모습의 전망대가 있는 곳이 대각산(187.2m)이다. 전망대가 있는 곳으로 가려면 일단 바닷가까지 내려서야 한다. 월영산 서쪽 능선을 타고 20분 가량 진행하면 ‘마음 안 하늘향기’라고 쓴 팻말이 있는 곳에서 길이 둘로 갈린다. 바닷가로 내려서려면 오른쪽 능선을 따른다. 이어 10분 정도면 작은 삼각점이 박혀 있는 평범한 봉우리 위에 선다. 정면에 미니해수욕장이 보이는 곳이다.
미니해수욕장은 비늘처럼 납작한 돌들이 풍화되어 만들어진 곳이다. 자그마한 돌들이 깔려 있는 해변은 100m 남짓한 길이로 아담하다. 해변은 비교적 깨끗했지만, 그 뒤편의 언덕은 바다에서 밀려든 쓰레기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해변 서쪽 끝에는 군산시에서 설치한 깔끔한 화장실이 자리하고 있다. 산길은 그 오른쪽 뒤편으로 나 있다.
대각산 오르는 산길은 처음에는 가팔라도 조망이 좋아지면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 암릉이 형성되어 있어 바위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바위지대에는 기둥과 밧줄을 설치해 큰 위험 없이 산행이 가능하다. 암릉 주변은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조망이 뛰어나다. 한층 가까워진 선유도의 모습이 시원스럽고 신시도에서 무녀도 사이의 자그마한 무인도들이 아름답다. 고군산군도의 전망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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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만금방조제 배수갑문이 보이는 언덕. 마침 갑문이 열려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내륙 쪽으로 들어가고 있다.
- 대각산 정상은 독특한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둥그런 원반 여러 개를 겹쳐 쌓아놓은 듯한 형태의 3층짜리 구조물이다. 가운데 계단을 통해 상층으로 올라갈 수 있고 각 층에는 테라스 같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꼭대기 층에는 두 개의 고성능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주변 섬을 둘러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전망대에서 보는 군도 풍광 압권
점심때를 맞아 대각산 전망대는 식당을 방불케 했다. 각 층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펴고 앉아 음식을 먹고 있다. 한낮의 대각산은 그늘이 없어 뙤약볕을 피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비집고 서서 시원한 물로 갈증을 푼 뒤 곧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대각산에서 하산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코스는 122m봉을 거쳐 등산로 안내판이 있는 곳으로 하산하는 남서쪽 능선이다. 북서쪽 능선은 또 다른 122m봉을 거쳐 옹골저수지로 내려서게 되는데, 돌아오는 길이 조금 멀다. 취재팀은 산길이 짧은 남서쪽 능선을 선택했다. 이 코스로 대각산 정상에서 마을길까지 내려서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했다.
- 하산지점의 등산로 안내판에서 방조제 주차장까지 돌아가는 코스는 마을길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샛노란 유채꽃이 빛나고 있는 목장을 지나 농업용수를 가둬두는 둑을 건너 포장도로를 따라 걸었다. 지금껏 우리가 걸어서 지나온 산줄기가 하늘에 선 굵은 그림을 그렸다. 어디를 봐도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섬이다. 바다를 막아 만든 농지를 바라보며 제방 위를 통과하니 공터에 오토바이 여러 대가 나란히 서 있다. 주민들의 주차장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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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영산 오름길의 바위턱. 물고기 비늘처럼 켜켜이 쌓인 독특한 형상의 바위가 많다. (왼쪽) / 대각산 정상에서 본 신시도 마을. 아직은 배를 타지 않으면 접근이 어렵다.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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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영재 오르는 길은 넓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경사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차가 다니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고, 사람이 걸어가기 조차 쉽지 않을 정도로 가팔랐다. 하지만 신시도와 새만금방조제의 주차장을 잇는 길은 현재 이곳이 유일하다. 그래서 주민도 탐방객도 모두 걸어 다닌다.
코가 땅에 닿을 듯한 급사면을 지나 고갯마루에 올라서니 낯익은 광경이 펼쳐졌다. 월영재의 정자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등을 맞대고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곳곳에 벤치가 있지만 비어 있는 곳이 많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함께 모여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월영재의 복잡함을 뒤로하고 경사 긴 내리막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향했다. 산행은 크게 어려운 곳이 없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을 수준이다. 이곳을 군산시에서 걷기코스로 정비한 것도 그러한 무난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신시도 월영산 산행은 고군산군도의 신비로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게다가 18년 5개월 만에 준공된 새만금방조제까지 구경할 수 있다. 신시도 월영산은 앞으로 꿩 먹고 알 먹고는 산행지로 큰 인기를 끌 것이 확실하다.
-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군도]
연륙교 완공되면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듯
세계 최장의 새만금방조제(33㎞)와 경관이 빼어난 고군산군도의 섬을 하나로 묶는 연륙교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연결된 도로는 국내 최고의 ‘해양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만금방조제와 연결된 신시도에서 무녀도∼선유도∼장자도 등 4개 섬을 연결하는 총 8.76㎞의 연륙교가 완성되는 2013년이면 이 지역은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군산 앞바다 4개 섬을 연결하는 연륙교사업은 2700억 원이 투입되며 올 연말 공사가 시작된다.
연륙교는 왕복 2차로에 보도와 자전거 길이 함께 조성된다. 1공구는 신시도 구간(3.1㎞), 2공구는 신시도∼무녀도 구간(1.29㎞), 3공구는 무녀도∼선유도∼장자도 구간(4.37㎞)이다. 신시도 구간은 현재의 부두가 있는 곳에서 해안의 절벽을 깎아서 도로를 내게 된다. 전체 공사가 마무리되면 새만금방조제에서 맨 끝 장자도까지 자동차로 15분 거리가 된다. 또 군산항까지 여객선으로 1시간 20∼30분 걸리던 거리도 승용차로 달리면 40분대에 군산에 도착할 수 있다.
주민들은 연륙교가 완공되면 외지 관광객이 늘어나며 숙박업소와 식당 등의 수입이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새만금방조제와 이들 섬들이 연결되고 난 후 호텔과 마리나 시설 등을 조성하면 이 지역은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행 길잡이]
식수 구할 곳 없으니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신시도는 산행에 단련된 이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드는 대상지다. 취재팀이 답사한 대로 주차장에서 배수갑문을 구경하고 199m봉을 거쳐 월영재~월영산~미니해수욕장~대각산~마을길~월영재~주차장으로 돌아오면, 약 7km 거리로 산행시간만 3시간30분이 소요된다. 중간에 점심식사를 드는 시간까지 합해도 5시간 남짓이면 돌아볼 수 있다. 산행과 더불어 마을과 해변까지 답사하는 일정을 잡으면 하루가 꼬박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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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손영성원황토방 4인실
- 크게 보면 따로 떨어진 199m봉과 월영산·대각산 세 개의 봉우리를 넘는 코스지만, 산이 높지 않아 크게 힘들지는 않다. 산길은 뚜렷하게 잘 정비되어 있으나 이정표는 부실한 편이다. 하지만 어디로 가든 월영재로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으면 크게 헷갈릴 염려는 없다. 취재팀이 답사한 8자형 코스가 겹치는 구간이 없어 무난하다.
신시도에는 식수를 구할 곳이 전무하니 반드시 사전에 충분한 양을 준비한다. 새만금방조제 어디에도 마실 물은 없다. 방조제 곳곳에 위치한 휴게소의 화장실에 수돗물이 나오긴 하지만 음용할 수 없다. 게다가 새만금방조제는 잡상인의 상행위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군산이나 부안에서 충분한 양의 식수와 음식 등을 준비해서 들어가야 한다.
교통
새만금방조제가 준공돼 이제 차량 출입이 자유롭다. 하지만 현재는 주간에만 출입이 허용되고 있다. 신시도까지는 대중교통이 없어 자가용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다. 서해안고속도로 군산 또는 동군산IC에서 군산을 거쳐 비응항에서 새만금방조제로 진입한다. 비응항 방조제 시작 지점에서 야미도를 거쳐 신시도 주차장까지 약 15km 거리로 20분 가량 소요.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나왔을 경우, 부안을 거쳐 부안 방면 새만금방조제 진출입로를 이용한다. 이곳 역시 방조제 구간만 약 16km로 20분 가량 소요된다.
숙박
군산이나 부안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신시도에 민박집들이 있으나 아직은 신시도 주차장 옆 부두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불편하다. 주로 낚시를 즐기는 가족단위 탐방객이 이용한다. 신시도민박(063-463-0462), 거성펜션민박(063-465-4103), 황제낚시민박(063-463-3401) 등이 있다. 숙박비는 방 크기와 시기에 따라 5만 ~15만원 선. 식비는 1인당 6,000원. 선상바다낚시와 고군산군도관광도 함께 취급한다. 1인당 5만~10만 원 선.
새만금방조제 남쪽 진입부인 부안 일대에 숙박시설이 많다. 차량을 이용하는 탐방객은 이 지역이 숙박지로 유리하다. 그 가운데 줄포 인근의 비손영성원황토방(대표 김민식)은 비교적 저렴하게 황토방의 효과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4인실(4만 원) 20동, 7인실(7만 원) 1동, 10인실(10만 원) 2동, 대형 세미나실 등을 갖췄고 모든 객실을 황토로 지었다. 특히 바닥을 여려 겹의 황토로 처리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예약 전화 063-581-2594, 010-2035-5339.
/ 글 김기환 차장 사진 김승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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