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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정선 소금강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7. 6.

강원도 정선 소금강

 


몰운대 기암절벽이 신부화장을 막 끝냈다. 새색시 얼굴처럼 화사한 피부의 암벽에 붉은 돌단풍으로 연지 곤지를 찍고 머리엔 단풍나무와 떡갈나무,그리고 오동나무 잎으로 화관을 만들어 썼다. 그리고 차마 수줍어 쪽빛 가을 하늘을 우러르지 못하고 동대천 푸른 소를 다소곳이 응시하다 화들짝 놀란다. 나르시스처럼 잘생긴 자신의 얼굴에 반한 때문일까. 감탄사에 놀란 단풍잎이 가지 끝에서 바르르 떨다 한 잎 두 잎 원을 그린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시인 황동규는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동대천 너럭바위에 앉아 해 저문 몰운대의 절경을 ‘몰운대행(沒雲臺行)’이라는 한 편의 시로 남긴다.

 

시인이 정선소금강의 몰운대를 찾은 때는 폐광이 검은 입을 벌리고 있던 10여 년 전의 어느 날. 이제 폐광의 흔적은 사라지고 시인을 태운 프레스토 승용차가 숨가쁘게 오르던 비포장 도로는 미끈한 아스팔트로 바뀌었다. 그리고 사람 그림자조차 그립던 호젓한 계곡은 소문듣고 찾아온 단풍객들의 감탄사로 가득하다.

 

정선소금강은 동면 화암1리의 화표주에서 몰운1리의 몰운대까지 이어지는 약 4㎞의 계곡으로 동대천과 어우러진 기암절벽의 장엄한 풍경이 금강산에 버금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특히 정선소금강의 단풍은 설악산이나 오대산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계곡 드라이브와 산행을 겸할 수 있어 가을철 단풍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계곡 드라이브는 정선소금강의 입구인 화암1리의 화표주에서 시작된다.

정선읍에서 424번 지방도를 타고 화암리까지 오는 동안 심신을 붉게 물들였던 산과 계곡의 가을 풍경은 이곳의 절경에 비하면 차라리 초라한 편. 지억산(1117m) 기슭의 동대천을 따라 금강대,설암,신선암,비선암 등 온갖 형상의 기암괴석과 층암절벽이 열두 폭 병풍처럼 펼쳐져 산길을 달리다보면 동양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겨울철 설경이 아름다워 설암으로 불리는 층암절벽의 꼭대기엔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쪽빛 하늘을 이고 있고,여인의 피부처럼 매끄러운 절벽엔 몇 그루의 단풍나무가 나날이 붉은 색을 더할 뿐 온 산을 울긋불긋한 물감으로 채색한 천박한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드라이브의 마지막 지점이자 트레킹의 시작점인 몰운대는 한치라는 고즈넉한 산골마을에서 동대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왼쪽 길로 접어들면 나타난다. 화암동굴 용마소 거북바위 화표주 소금강 광대곡 화암약수와 함께 화암8경중의 하나로 꼽히는 몰운대는 구름조차 쉬어 갈 만큼 경치가 빼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몰운대의 단풍은 동양화의 절제된 미를 그대로 보여준다. 깎아 세운 듯한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를 내린 노송과 단풍나무의 단아한 조화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보는 듯한 감동을 준다. 푸른 이끼와 돌단풍에 뒤덮인 절벽은 몰운대의 숨은 절경으로 가을비라도 내리면 이끼는 해면처럼 부풀어 올라 더욱 푸른빛을 발한다. 몰운대 계곡에 펼쳐진 수백평의 너럭바위는 단풍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으로 시인도 아마 이쯤에서 노독을 풀며 ‘몰운대행’의 마지막 시구를 완성했으리라.

 

 

몰운대 앞의 그림 같은 펜션에서 시작되는 8㎞의 산행로는 가파르지 않은데다 낙엽 밟는 재미가 듬뿍 묻어난다. 발끝에서 사각거리는 굴참나무 낙엽길을 따라 가을 속으로 빠져들면 보랏빛 용담과 금국화 등의 야생화,그리고 계절을 잊은 철쭉 한 송이가 반긴다. 초록색 단풍잎이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변해가는 숲은 미묘한 색의 잔치를 벌이고 울창한 수림을 뚫고 스며든 빛줄기에 단풍잎이 발광할 때면 어린아이의 실핏줄처럼 잎맥조차 선명하다.

 

산행로에서 만나는 최고의 절경은 해발 745m의 신선암에서 내려다보는 정선소금강의 아찔한 풍경. 서너 평 남짓한 바위에 서면 천길 낭떠러지 아래로 울긋불긋한 단풍이 뭉게구름처럼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기도 한다. 산모롱이를 굽어도는 424번 지방도의 수려한 곡선도 산행객들의 넋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설암과 금강대를 거쳐 솔밭쉼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 산행로는 화암약수 주차장까지 가파른 내리막의 연속이다.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를 닮은 정선소금강. 한폭의 동양화 속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산행객들의 얼굴이 단풍으로 곱게 물드는 계절이다.

 

◇ 여행메모

수도권에서 정선소금강으로 가려면 영동고속도로 진부IC에서 오대천과 함께 달리는 33번 지방도를 타는 것이 좋다. 박지산과 백석산,그리고 가리왕산이 빚어낸 오대천은 요즘 단풍이 한창이다. 나전삼거리에서 정선읍을 거쳐 424번 지방도를 타면 정선소금강이다. 정선소금강의 단풍은 이번 주말부터 절정.

 

한치마을∼몰운대∼비선대∼신선암∼설암∼금강대∼솔밭쉼터∼화암약수로 이어지는 약 8㎞의 산행로는 걷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다. 화암약수에서 솔밭쉼터까지는 급경사라 산행은 한치마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산행이 끝나는 지점에 위치한 화암약수는 산화철탄산수라 위장병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선소금강에서 가까운 민둥산은 억새의 명소. 카르스트 지형으로 유명한 발구덕에서 가파른 등산로를 40분쯤 오르면 정상의 억새밭이 광활하게 펼쳐진다. 억새밭은 해질녘 풍경이 아름다우므로 정선소금강 트레킹을 끝낸 후 민둥산을 올라도 넉넉하다.

 

화암약수터 옆의 고향식당(033-562-8929)은 곤드레밥이 일품. 오가는 길에 진부쯤에서 식사를 하려면 하진부1리의 부림식당(033-335-7576)을 찾아볼 만하다. 

 

 

정선=글·사진 박강섭기자

국민일보 200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