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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숨은벽 2 / 이성부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7. 26.

 
 
 

    

  

숨은벽 2 / 이성부

 

   저를 가두는 것이 풀려나는 일

   숨는 것이 오히려 드러나는 일

   나 여기 있어 온종일 외로워도

   나 여기 눈 부릅떠 지켜보누나

 

   찾아드는 발길 드물어 고요하고

   내 몸 부대끼는 무리들 없어

   내 아직 싱싱하구나

 

   어느 해 장마철 부슬비 오던 날

   그대 혼자 나에게 이르러서

   앗차 미끄러지는 모습 보았지

   투덜투덜 한숨 돌리고

   기어이 다시 오르는 꼴 보았지

 

   나를 타고 넘어 혼자 걸어가던 그대

   내 뿌리 스스로 뽑아들고

   그대 따라가 그대 방에 갇혀서야

   비로소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나를 보겠구나

 

-시집 『야간산행』. 창작과비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