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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정선 병방치, 산모롱이 품에 안고···겨울이 흐른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9. 9.

[여기 어때]정선 병방치, 산모롱이 품에 안고···겨울이 흐른다

 

정선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병방치(兵防峙). '뱅뱅 도는 산길 고개'란 뜻의 고갯길이다.
강원도 정선군 북실리 병방산(해발 861m)에 있다.
그 옛날 귤암리 사람들이 정선읍으로 향할 때 넘나들던 길이다.
정상 못 미쳐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오르면 조양강이 휘감아 도는 물돌이 마을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저 멀리 나팔봉과 성마령, 청옥산, 가리왕산 등의 연봉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모습도 한 폭의 수채화다.
행여 눈이라도 소복이 쌓이면 소박한 겨울풍광에 마음을 빼앗기기 십상이다.

병방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물돌이마을


'아리랑의 고장' 정선은 태고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유서 깊은 고장이다.
600년 역사의 아리랑은 물론 화암동굴·몰운대·소금강 등을 아우르는 화암8경, 아우라지, 정암사, 민둥산, 가리왕산, 레일바이크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또 매달 2·7일에 열리는 정선5일장도 명물이 된 지 오래다.

이 때문일까. 정선군청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한 병방치의 아름다운 풍광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병방산은 아리랑아파트 뒤편에 있는 산. 전망대는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간다.
사실 병방산은 그리 유명한 산은 아니다.
병방치에서 바라본 물돌이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이 주인공이다.

병방치 옛길


병방치는 귤암리에서 읍으로 통하는 병방산의 옛 고갯길.
험준한 뼝대(절벽)를 따라가는 이 길은 곧은 길을 낼 수 없어 36굽이를 돌고 돌아 병방벼루를 통과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다.
나는 새도 쉬어가고 다람쥐도 한숨 쉴 만큼 길이 험한데, 석경(石徑)이 운치 있다.
1979년 8월에 우마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생기기 전까지 귤암리 주민들이 이 길로 생필품을 운반했다.
마을사람들에게는 '생명의 길'인 셈이다.

병방치 전망대에 올라서면 시야에 들어오는 풍광이 다양하다.
정선군 북면 여량리에서 발원한 조양강이 만들어 놓은 작품이 기막히다.
혹자는 '한반도 지형' '조롱박'처럼 생겼다고 말하지만 마을사람들은 '소불알'이라 부른다.
그 옛날 도로가 생기기 전 뗏목을 이용할 때 이곳에서 잠시 쉬어갔다고 해서 '쉬기대' '휴기대'라고도 불린다.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연을 품은 채 유유히 흐르는 조양강이 아스라하고, 강줄기를 따라 휘감아 도는 자동차길도 호젓하다.
저 멀리 나팔봉과 성마령, 청옥산, 가리왕산 등의 연봉이 줄줄이 이어진 모습도 장관이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에 여독이 눈 녹듯 사라진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훔치고 잠시 일상의 잡념을 내려놓는다.

호사스러운 겨울풍광을 뒤로 한 채 마을로 내려선다.
광하리 광하대교에서 출발하는 마을길은 강줄기를 줄곧 따라가면 영월 동강과 만난다.
물안개라도 피는 날이면 우뚝우뚝 솟은 산봉우리가 흐릿하게 다가와 마치 선계에 와 있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가는 길 내내 병풍처럼 둘러친 절벽에는 동강할미꽃 군락지가 있다.
바위틈에 뿌리를 박고 사는 동강할미꽃은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세계적인 희귀식물.
1월부터 봉우리가 맺혀 3월 중 꽃을 피운다.
4월께 축제가 열리면 사진을 찍고 채취하려는 인파로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귤암리 마을풍경


2007년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된 귤암마을은 귤화, 의암, 만지산, 동무지, 월포 등 5개의 자연부락으로 이뤄졌다.
'귤암(橘岩)'은 귤화와 의암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붙여진 이름.
전국 마을단위로는 유일하게 교회와 학교, 가게, 논 등 4가지가 없는 것이 이채롭다.
'장수마을'이라는 꼬리표처럼 59가구 150여명이 모여 사는 마을에는 94세의 윤병남 할아버지를 비롯해 60대가 주축을 이뤄 고추농사로 생계를 이어간다. 

옷바우


마을에는 제법 얘깃거리도 많다. 선사 이전부터 사람이 산 흔적인 고인돌이 3기나 있다.
나팔봉 절벽 8부 능선에 뻥 뚫린 '나팔굴'은 임진왜란 당시 군수와 군민이 난을 피했던 곳.
또 옛날 등짐 비단장사가 바위에 옷을 입힌 후 장사가 번창했다는 '옷바우'와 효성이 지극한 강아지가 죽어서 돌이 된 '개바우' 등이 재미난 얘깃거리를 풀어놓는다. 

조양강 물안개


마을 앞을 지나는 조양강은 한겨울에도 어는 법이 없다.
물 속 땅에서 더운 물이 솟아나기 때문.
한낮에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은 이즈음에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정선군 유일의 감나무 군락도 볼거리다.

호반 드라이브길


마을 잠수교를 건너면 귤암초등학교 분교다. 하지만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다.
태풍 루사와 매미 때 허물어진 후 아예 폐교됐다.
아이들이 떠난 썰렁한 공터에는 무성한 잡초만이 메마른 겨울바람에 서걱거린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길:서울→영동고속도로 새말IC→42번 국도→정선읍→정선터미널 가기 전 북실리 팻말로 좌회전→아리랑아파트 입구 병방치전망대 표지판을 따라감

▲주변 볼거리:하이원스키장, 정선5일장(2·7일), 화암8경, 정암사 적멸보궁, 구절리 레일바이크, 아우라지, 노추산, 함백산, 민둥산, 가리왕산, 오장폭포, 아라리 인형의집 등 

▲맛집:동광식당(콧등치기국수·황기족발, 033-563-3100), 동박골(곤드레나물밥, 033-563-2211), 정선골황기보쌈(돼지고기편육·꿩만두, 033-563-8114), 동트는 농가(된장찌개, 033-563-3342) 등 

팬션‘여유’


▲숙박:귤암리에는 서울에서 낙농한 손충현씨가 운영하는 펜션 '여유'(033-562-5730) 외에 민박을 치는 집이 여럿 있다. 이외에 하이원리조트(1588-7789), 가리왕산자연휴양림(033-563-1566), 아이비관광호텔(033-592-0007) 등

▲문의: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1


◎하이원리조트 ‘터레인 파크’ 본격가동


"보더여 하늘을 날자!"

강원도 정선의 '명물'로 자리 잡은 하이원리조트 스키장은 프로스타일일 스노보드를 위한 '터레인파크(Terrain Park)'를 본격 가동시켰다.

터레인파크는 지금까지 부상의 위험요소가 커 몇몇 스키장을 제외하고는 축소·운영하고 있는 게 현실.
이 때문에 하이원에서는 파크 내 기물의 난이도와 수준을 판단할 수 있게 해 외국 못지않은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로 터레인파크 전용 패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권대원 선수가 이끄는 프리스타일 스노보드스쿨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하이원에 조성된 터레인파크는 그린과 블랙 2가지. 아폴로 1번 슬로프 초입 왼편에 조성된 그린은 초급자 및 중급자 코스로 파크를 처음 접하는 보더를 위해 위험성이 가장 낮은 기물 및 모글로 구성됐다.
또 중급자 코스는 난이도를 높인 킥커 및 기물을 설치해 실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아폴로 1번 슬로프 하단에 자리한 블랙은 최상급자 전용 코스로 고난이도의 기물 및 킥커로 구성된 것이 특징.
이로 인해 선수를 목표로 연습하는 보더는 물론 현재 선수로 활동 중인 보더들의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 

<정선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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