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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산] (13) 전남 영암 월출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10. 29.

[도시와 산] (13) 전남 영암 월출산

한반도 서남단 평야지대에 돔구장처럼 솟은 전남 영암의 월출산(천황봉·809m)은 근육질 남자처럼 위풍당당하다.

기가 넘쳐나 불꽃처럼 치솟은 젊음의 산이요, 웰빙 산이다.

조선시대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월출산을 ‘화승조천(火昇朝天)의 지세’, 즉 아침 하늘에 불꽃처럼 기를 내뿜는 기상이라고 적었다.

월출산은 맥반석으로 쓰이는 화강암으로 된 바위산이다.

맥반석은 원적외선을 방출, 약석으로 불린다.

천황봉에서 만난 50대 회사원은 “울산에서 영암 대불산업단지로 출장 올 때는 꼭 월출산에 올라 기를 받는다.”고 말했다. 영암에서 500년마다 ‘큰 인물이 난다.’는 속설을 입증하듯, 얼마 전 사람 모습과 똑같은 큰 바위 얼굴이 발견됐다.

 

▲ 월출산은 자연의 기운으로 빚어낸 독특한 모양의 바위로 이뤄져 많은 얘기를 만들어낸다. 음양의 기가 넘쳐나는 산으로 유명하다. 한 등산객이 정상으로 향하는 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다.
영암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기를 받자

 

경제난으로 먹고살기 팍팍해지자 “월출산 기를 받아 일어서자.”는 지역 주민들로 도갑사와 천황사 주차장이 북적거렸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챙기려는 단체 등산객이 많았다. 간혹 사업운, 합격운 기원자도 있었다.

가파른 산길을 오가며 손바닥으로 바위를 짚을 때마다 기가 팍팍 전해졌다.

오치선(54) 영암문화원 사무국장은 “관선 때 영암 부군수들은 새벽에 꼭 월출산에 올라갔다.

1000번 오르면 군수로 승진한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웃었다.

광주 출신인 강박원(71) 광주시의회 의장은 관선 영암 부군수와 군수까지 지냈다.

그는 “군수 퇴임 때 군 산악회에서 100회 천황봉 등반 기념패를 줬다.”고 말했다.

영암읍에서 태어난 김일태(64) 영암군수는 산 중턱 도로(천황사~기찬랜드·5㎞)를 날마다 오간다.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은 천황봉에 오른다고 직원들이 말했다.

 

▲ 통일신라 때 만들어진 국보 제144호 마애여래좌상.

▲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는 기묘한 형상의 바람폭포.

▲ 검소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국보 제13호인 무위사의 극락보전.
 

천황봉으로 오르는 4개 산길 가운데 절경을 감상하려면 천황주차장~바람폭포~천황봉~구정봉~억새밭~도갑주차장(8.8㎞·6시간)이 좋다.

천황사 앞에서 만난 김겸옥(59·축산업)씨는 “이상하게 천황사에 왔다 가면 일이 잘 풀리더라.”고 말했다.

 

●월출산은 알아야 보인다

 

월출산 사진작가이자 ‘영암관광지킴이’ 회장인 박철(55)씨는 “월출산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일갈했다.

월출산은 인물상과 동물상, 구상과 비구상으로 된 바위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감상법을 모르면 머리만 어지럽다는 것이다.

월출산은 한 마리 용이 동쪽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천황봉을 머리로 해서 구정봉과 향로봉·노적봉이 몸통이고, 주지봉과 문필봉이 꼬리이다.

머리 쪽에는 사자봉·장군봉·천황봉이 자리해 웅장하고 시원시원하다.

월출산의 비경을 가장 잘 보여주는 광암터도 장군봉 쪽이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계곡을 거슬러 오르니 놀란 물레새, 멧비둘기들이 풀썩거렸다.

바윗돌 틈새에 뿌리를 박은 동백, 조릿대 군락지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줬다.

바람폭포 위에서 눕다시피 자라는 노송이 애처롭다. 바람폭포에서 약수를 들이켜고 고개를 젖히니 사자봉 능선에 걸친 책바위가 위태롭다.

아주머니들이 “어머, 영락없이 책을 펴놓은 바위야. 곧 떨어질 것 같아.”라며 서둘러 휴대전화로 찍었다.

통천문의 가파른 계단(250개)을 지나니 천황봉이 펼쳐졌다.

월출산 12경 가운데 제1경답게 바위 형태가 기기묘묘했다.

산 아래 드넓은 들판이 푸른 바다처럼 울렁거렸다.

천황봉에서 바라본 서쪽 능선인 구정봉과 향로봉, 남쪽 능선(강진 쪽)인 사자봉은 천상이 빚어놓은 예술 조각품들이었다.

천황봉에서 도갑사 쪽으로 내려가면 남근석과 바람재, 구정봉이 나오고 영암 큰골 쪽에는 마애여래좌상(국보 제144호)이 중생들을 반겼다.

미왕재 억새밭을 지나면 어느새 도선국사가 창건한 도갑사의 해탈문(국보 제50호)에 들어선다. 전판성(50) 영암군 공보계장(영암군산악회장)은 “월출산은 올라갈 때 피곤해도 내려올 때 심신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월출산은 독창적 문화의 산실

 

영암사람들은 “독창스런 월출산 바위들을 보노라면 월출산 자락의 문화 예술적 창조성이 뛰어난 연유를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영암문화는 월출산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고 월출산 자락 인물들을 조명함으로써 월출산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월출산 주지봉 아랫마을인 군서면 구림리에서 왕인 박사가 태어났다. 그는 일본 천황의 초대로 논어와 천자문을 가르쳐 일본 아스카문화의 시조가 됐다.

왕인박사 탄생지에서 4월에 열리는 왕인문화축제에는 일본인들이 몰려온다.

구림마을 주민들로 이뤄진 대동계는 지금도 전통을 잇고 있다.

 희한하게도 무등산이나 지리산 정상을 천왕봉이라 하고 월출산은 천황봉이라 불린다.

그래서 영암에서는 왕인박사가 일본 천황제도를 만들지 않았나 추론하기도 한다.

 

한국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827~898년)국사도 구림리에서 왕인박사 서거 500년 여만에 탄생했다.

도선국사의 탄생설화에서 구림(鳩林)이 나왔다.

또 가야금 산조 창시자인 악성 김창조(1856~1919년), 조선 문필가인 고죽 최경창(1539~1583년) 등이 있다.

조훈현 국수, 가수 하춘화, 워낭소리를 만든 이충렬 감독도 있다.

영암(靈岩)이란 지명도 월출산의 구정봉에 있는 동석(動石·흔들바위)에서 기원했다.

높이 1m에 둘레는 열 아름쯤 되지만 몇 명이 흔들어도 똑같이 움직인다.

‘신령스러운 바위’라는 뜻에서 월출산 아랫마을을 영암으로 불렀다는 것(동국여지승람). 영암은 고대국가인 마한 문화의 중심지로 옹관묘와 출토된 유물 등을 전시한 마한문화공원이 시종면 옥야리에 있다.

월출산은 영암읍, 군서면, 학산면, 강진군 성전면을 품는다.

영암사람들은 “천황봉 등 산세가 깊은 북쪽에서는 인물이, 향로봉 등 아기자기한 남쪽에서는 재력가가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 강진 출신인 김재철(73) 동원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영암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손오공 바위… 사랑 바위… 說~ 說~ 說~ 전설의 고향

 

“월출산은 등산하는 산에서 관광하는 산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박철(55) 영암 관광지킴이회장은 거듭 강조했다. 월출산 사진전시회를 10여차례 연 그는 “영암은 월출산이란 보석 중의 보석을 가지고 있다.

월출산 바위는 스토리텔링(이야기로 재미있게 풀어가는 것)할 게 너무 많아 중국과 국내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월출산국립공원사무소(061-473-5210)의 이종형(48) 공원행정팀장은 “5~11월 2, 4주 토·일요일에 ‘월출산의 기암괴석을 찾아서’라는 해설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월출산은 중국인들이 좋아할 만하다.

중국 작가 오승은이 쓴 ‘서유기’는 중국인들이 즐겨 읽는다고 한다.

주인공인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삼장법사가 타는 말이 나온다.

천황봉 아래 300m에는 삼장법사가 가부좌를 틀고 면벽수행을 하는 바위가 있다.

손오공 바위는 구정봉 밑 북쪽에 거대한 석상으로 스승 삼장법사를 쳐다본다.

저팔계 바위는 천황봉에서 구정봉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 돼지처럼 귀엽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이다.

사오정 바위는 바람재에서 구정봉쪽으로 100여m 떨어진 등산로 아래에 있다.

또 월출산은 기의 산이다. 청춘남녀의 뜨거운 사랑으로 에너지가 넘쳐 생명력이 충만하기 때문이다.

천황봉과 구정봉 사이에 남자가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뜨겁게 포옹하는 사랑바위(애무바위)가 있다.

옆에는 남근바위가 힘차게 솟아 있다. 공교롭게도 이 바위 끝에는 5월이면 철쭉이 분홍꽃을 피워내 웃음을 자아낸다.

운무에 휩싸인 채 월출산 심장 지점에서 사랑을 나누는 사랑바위가 황홀하기만 하다.

남근바위 건너편에는 여근바위(음혈)가 있다. 등산로를 따라 500m쯤 가면 향로봉 아래 만삭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15m쯤 되는 석상인데 만삭이 된 산모가 굽어보는 형상이다.

영암읍에서 천황사지구는 하루 5번, 도갑사지구는 3번씩 군내버스가 오간다.

 

영암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2009-06-29  2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