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산] (11) 천안 광덕산
歸......죽은 자 돌아가야 할 天...............하늘로 인도하는 霧...자비의 안개
충남 천안 광덕산(廣德山)은 연꽃처럼 생겼다. 산 줄기들이 꽃잎처럼 포개져 있다.
산세의 곡선이 부드럽다. 거칠지 않고 여성적이다. 운무가 끼면 더 부드럽게 보인다.
광덕산은 천안시 광덕면과 아산시 송악면에 펼쳐져 있다.
700m에서 단 1m가 모자란다. 높지 않지만 연꽃 모양이라 속은 꽤 깊어 보인다.
광덕산은 ‘태화산’이라고 불리다 조선 초에 바뀌었다고 한다.
광덕산이란 이름은 세조실록에 처음 등장한다.
자비를 널리 중생들에게 베푼다는 ‘광덕보시(廣德布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산 어귀의 광덕사가 불교 포교 활동이 활발했던 곳이기 때문이란다.
지금도 광덕산 주변에는 태화산이라고 쓰인 푯말과 비석 등이 적잖게 남아 있다.
▲ 안개가 자욱한 충남 천안 광덕산 정상에서 부부 등산객이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천안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천안 쪽 산행은 광덕사에서 시작한다. 광덕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절이다.
역사는 천 년이 넘는다.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수행하고 돌아오면서(643년) 가져온 진신사리를 승려 진산에게 건네 창건됐다고 한다.
문화유산해설사 황서규(74)씨는 “조선시대에는 세조가 ‘광덕사 사람은 부역을 면제한다.’는 교지를 내릴 정도로 대찰이었다.”면서 “죽은 사람을 천도하는 큰 지장 도량이었다.”고 설명한다.
대웅전 앞에는 천안이 호두과자로 유명하게 됐는지를 알 수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수령 400년이 넘는 천연기념물 398호다. 안내판에 ‘고려 충렬왕 16년(1290년)에 유청신 선생이 원나라를 다녀오면서 묘목과 열매를 가져와 묘목은 광덕사에, 열매는 광덕면 매당리 자신의 집 앞에 심었다.’고 쓰여 있다.
이 호두나무가 그 묘목은 아니지만 시배지임을 강조한다. 광덕면 일대엔 25만여 그루의 호두나무가 있다고 한다.
기록이 확실하게 남아 있지 않다 보니 다른 해석도 있다.
천안 직산위례문화연구소 백승명 소장은 이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백 소장은 “유청신은 귀국하지 않았다. 천안 호두과자를 알리려고 만든 허구다.”라면서 “광덕사도 진산의 생존연대와 광덕사 사적기로 미뤄 832년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됐다.
선덕이니 진덕여왕이니 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에서 나온 역사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의 유래를 짐작케 하는 커다란 호두나무가 자리잡은 광덕사 종무소 앞. 이 호두나무는 천연기념물 398호로 지정돼 있다. |
●역사는 산속에 고요하고, 사람은 논쟁한다
역사와 유래에 이견은 있어도 광덕사의 고졸한 분위기는 그만이다. 대웅전 계단 밑 양쪽에 석사자가 있다.
세월에 얼굴이 닳아 부드럽다. 천진난만하게 하늘을 쳐다보며 웃는다. 그 모습이 친근하다.
100m쯤 가면 천불전이 있다. 10m가량 되는 다리로 건너야 한다. 홀로 떨어져 호젓하다.
주변 산길과 어우러진 풍경이 정겹다. 1998년 소실됐다 중건돼 예스러움은 떨어진다.
조선조 3000불 탱화도 지난해에 복원됐다.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탱화 3점이다.
각각 불상이 1000개씩 그려져 있다.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의미란다.
황씨는 “양정모 전 국제그룹 회장이 광덕사 개보수에 많은 도움을 줬다.”고 귀띔했다.
광덕사 위쪽에 기생 시인 운초 김부용의 묘가 있다. 잡초가 무성하다. 풀이 바람을 못 이겨 쓰러진다.
부용은 애초 유학자의 딸이었으나 집안이 기울면서 기생이 됐다.
그 과정에서 함경관찰사 등을 지낸 김이양을 만나 소실이 됐다. 그녀는 시재가 출중했다.
황진이, 이매창과 함께 조선의 3대 명기로 꼽힌다.
김이양이 죽자 ‘임이 묻힌 광덕산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고 한다.
60년 가까운 나이 차를 뛰어넘는 사랑이 처연하다.
황씨는 “이 묘는 소설가 정비석(1911~1991년)이 ‘명기열전’을 쓸 때 찾아내 봉분을 만들고 비석도 세웠다.”면서 “매년 4월 마지막 일요일 묘지 앞에서 다례식이 열린다.”고 말한다.
▲ 산딸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핀 광덕산 정상의 아름다은 모습을 한 여성 등산객이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산행하기 딱 좋은 산
광덕산은 정상까지 갔다가 오는 데 3시간쯤 걸린다. 광덕사 앞 좁은 돌담길을 지나자 단풍나무 길이 펼쳐진다.
그 너머 숲 속에 호두나무가 더러 보인다. 연두색 둥근 잎이 싱그럽다.
얼마를 지나가자 소나무와 참나무 등이 사람을 맞는다.
산은 가팔랐다. 돌산은 아니다. 나무턱 계단이 이어진다. 계단이 길다. 금방 숨이 찬다. 팔각정과 헬기장을 지나 정상까지 오르막이다.
정상의 북쪽 앞에 설화산이 펼쳐진다. 낙타 등처럼 생겼다. 서쪽에 봉화산이 있다. 정상에서 막걸리를 팔던 김춘경(61)씨는 “날씨가 좋으면 서해대교도 보이고, 남쪽으로 계룡산도 보인다.”면서 “설화산부터 망경산을 거쳐 이곳까지 오는 등산객도 있다. 4시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름에는 아산 쪽이 낫다. 등산로가 모두 그늘이고, 계곡에 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산 쪽은 강당골과 외암민속마을이 있다.
장군바위가 있는 길로 돌아 내려온다. 허약한 청년이 이 물을 먹고 장군처럼 몸이 커졌다는 전설이 서린 곳이다. 올라갈 때보다 경사가 덜하다. 중턱에 민가 2곳이 보인다. ‘안산’이란 곳이다. 주막처럼 국수 등을 판다고 쓰여 있다. 집 앞에 샘물이 있다. 잠시 쉰다. 물을 마시던 천안 쌍룡동에 사는 박현석(32·회사원)씨는 “광덕산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고 산타기에 딱 좋아 자주 온다.”면서 “가을에는 호두도 줍는다.”고 웃는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천안 시민만 즐긴다구요? 수도권 어디서나 지하철로 OK!
수도권 전철이 충남 아산 온양온천만 변화시킨 것은 아니다. 광덕산이 대표적이다.
이제 광덕산은 천안시민의 산이 아니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산이 됐다.
천안역 역무원 이용훈(33)씨는 “2005년 1월 수도권 전철이 천안까지 연장된 뒤 승객이 30~40% 늘었다.”고 말했다.
천안 전철역을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2만 4000명에 이른다. 기차 승객 2만여명보다 많다.
이씨는 “출퇴근자가 많은 평일과 주말 이용객수가 비슷하다.
주말 승객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오는 관광객이다.”라면서 “등산복 차림의 사람도 많이 눈에 띄는데 거의 광덕산 가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광덕산은 천안역이나 천안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 600번과 601번이 있다. 둘 모두 역과 터미널을 거친다.
600번은 30분마다 있고, 601번은 하루 4번 오간다. 천안시내에서 광덕산까지 50분쯤 걸린다.
남부오거리, 풍세면, 보산원 등 남부지역을 거쳐 광덕사로 빠진다.
삼안여객 운전사 유효창(40)씨는 “주말에는 앉을 자리가 없다. 평일 오전에도 크게 붐빈다.”고 전했다.
예전에는 천안시민만 탔는데, 요즘에는 수도권 사람이 많다고 했다.
수도권 전철 개통 덕이다. 버스에서 내리던 30대 여성은 “경기 평택에 살고 있는데 가끔 전철을 타고 광덕산을 찾는다.”면서 “평택 근방에는 큰 산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광덕산 입구에 늘어선 식당들도 손님이 늘었다.
산채비빔밥과 동동주 등을 파는 음식점 주인 이정희(60)씨는 “등산객, 손님 모두 적잖게 늘었다.”면서 “나이 든 사람과 여자도 많다.”고 귀띔했다.
등산객이 늘었지만 광덕산으로 가는 교통편은 변하지 않았다.
천안시 담당직원 이명창씨는 “천안이 워낙 급팽창하다 보니 버스가 부족하다.”면서 “광덕산 교통은 여력이 생기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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