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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산] <18> 전주 모악산 - 미륵의 땅 금산사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11. 11.
[도시와 산] <18> 전주 모악산
호남평야에 젖줄 댄 ‘엄뫼’

모악산(해발 793.5m)은 전북 대부분의 시·군에서 그 웅장한 자태가 바라다보이는 대표적인 ‘평지 돌출산’이다.

모악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한반도 최대 곡창지대인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하고 있어 ‘어머니의 산’으로 불린다.

고어인 ‘엄뫼’를 의역해서 모악(母岳)이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영험한 기가 뭉쳐 있는 명당으로 알려져 증산교를 비롯한 숱한 신흥종교가 태동했다.

이 산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복지사회를 제시하는 불교의 미륵사상이 개화했다.

 

▲ 호남의 젖줄이자 어머니 산인 모악산에 서린 골안개가 금산사와 어울려 신비감을 더한다.
전주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온갖 전설 얽힌 무속신앙의 본거지

 

모악산은 난리를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널리 알려진 산이다.

각종 무속신앙의 본거지가 됐고, 신흥종교 암자가 난립하기도 했다.

많을 때에는 80여개의 암자가 있었다.

모악산 서쪽 자락 금평저수지 인근에는 증산교 본부가 자리 잡고 있다.

기를 품은 산이다 보니 세상이 혼란하면 사람들이 모여들어 사회개혁을 꿈꿨다.

통일신라 때 억압받던 백제 유민의 고통을 달래준 진표율사, 후백제를 세운 견훤, 조선 중기 ‘천하공물설(천하는 일정한 주인이 없다.)’ 등 혁신적인 사상을 품다 고발당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정여립, 동학혁명의 기치를 내건 전봉준 등 수많은 이들의 혁명정신이 깃든 곳이다.

모악산은 한때 북한 김일성의 시조묘 논란으로 화제가 됐다.

전주 김씨 시조 김태서가 모악산 명당 터에 묘를 써 김일성과 김정일의 운이 발복했다는 설이다.

산이 크고 역사가 깊은 만큼 많은 전설이 얽혀 있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의 무제봉은 기우제를 올리던 곳이다.

조선시대 가뭄 때마다 전주감사가 산 돼지를 제물로 올리고 주민들은 농악을 울리며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무제봉 왼쪽의 장군봉은 많은 사람이 신성시해왔다.

명당으로 소문나 몰래 묘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이 줄기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들어 입산금지령까지 내려졌었다.

 

●접근성 뛰어난 근교산

 

모악산은 전북 전주시 중인동, 김제시 금산면, 완주군 구이면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다.

전주 도심에서 차량으로 15분 안팎이면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직장인들이 출퇴근 전·후에도 다녀올 만큼 시민들의 친숙한 쉼터이자 휴양지다.

이름처럼 언제 누가 찾아와도 어머니처럼 품에 안아주는 정겨운 산이다.

삶의 고단함과 괴로움이 모두 사라지고 새로운 의욕이 용솟음치는 기운을 준다고 한다.

동편 자락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이 있어 건강을 챙기고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산 주변은 경관이 아름답고 환경이 좋아 전원주택지로 인기가 높다.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자락은 의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일찍 터를 잡았다.

3.3㎡에 70만~100만원을 호가하지만 매물이 없을 정도다.

남서쪽 자락인 전주시 중인동 일대도 전원주택들이 앞다퉈 들어서고 있다.

전주시가 완산체육공원을 조성해 찾는 시민들이 급증했다.

 

모악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이동훈씨는 “모악산은 산세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불교, 증산교, 천주교 등 각종 종교문화가 발달한 특별한 지역”이라며 “탐방객이 연간 100만명에 이를 만큼 전북도민들로부터 사랑받는 호남의 명산”이라고 말했다.

 

●호남 4경의 아름다운 산

 

모악산은 봄경치가 아름답다. 모악춘경(母岳春景)은 호남사경(湖南四景) 가운데 제일로 꼽힌다.

4월에 피는 벚꽃과 배롱나무 꽃은 장관이다.

두번째가 변산반도의 하경(夏景)이요, 세번째는 내장산의 단풍, 네번째가 백양사의 설경(雪景)이다.

봄이 아니어도 모악산은 수려한 자태를 자랑한다.

정유재란, 동학농민운동, 한국전쟁 등을 거치면서 큰 나무는 거의 베이거나 불에 탔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빠르게 상처를 회복했다.

전북녹색연합 한승우 사무국장은 “모악산은 도시 근교에 있지만 멸종위기 생물들이 서식할 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생태계가 건강하다.”면서 “전주시의 녹지 핵심공간으로 보호하고 가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산이지만 등산코스는 만만하지 않다.

4개의 등산코스가 모두 2시간30분 이상 소요된다.

가장 인기 좋은 완주군 구이면 주차장~대원사~수왕사~금산사 주차장 코스는 4시간이 걸린다.

구이면 원기리 모악산 들머리에서 고은 시인의 시비를 지나면 왼쪽에 선녀폭포, 사랑바위, 선녀다리를 만난다.

선녀와 나무꾼이 사랑을 속삭이다 노여움을 사 바위로 굳어져 석상이 됐다는 애틋한 전설이 전해오는 곳이다. 2

0분쯤 오르면 보덕화상의 제자 대원스님이 창건했다는 대원사에 이른다.

증산교 창시자 강일순이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유명하다.

▲ 금산사 육각다층석탑. 우아한 공예적 기법이 보인다.

▲ 금산사 당간지주. 절 입구에 우뚝 솟아 있다.

▲ 모악산 금산사. 영험하다는 속설로 참배객이 끊이질 않는다.

 

정상에는 방송사 중계탑이 있다.

최근에 옥상을 공개해 산 정상을 도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민원이 다소 가라앉았다.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경관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동으로는 한폭의 수채화 같은 구이 호반이 눈길을 붙잡는다.

서쪽으로는 호남평야가 발아래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변산반도까지 보인다.

남쪽으로는 멀리 내장산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북으로는 전주시가 한눈에 들어온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구이, 금평 등 대다수 저수지와 하천은 그 물의 근원을 모악산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관개시설인 벽골제도 젖줄이 모악산에 닿아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절절한 불심 탑마다 켜켜이… 미륵의 땅 금산사

금산사(山寺)는 김제 만경평야를 내려다보고 우뚝 서 있는 모악산의 서쪽 자락에 안긴 듯 자리잡고 있다.

60여개의 말사를 거느린 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 덕택에 모악산은 더욱 명성을 얻고 있다.

국보 제62호인 미륵전, 보물 제22호인 노주, 제23호 석연대 등 국보 1점과 보물 10점을 보유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호남 제일의 수도와 교화의 중심도량으로 미륵십선운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 원년(599년)에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사찰로 창건됐다. 초기에는 산중 암자 규모였다.

신라 혜공왕 2년(766년)에 진표율사가 중창했고 경덕왕 때 신라 오교의 하나인 법상종이 꽃을 피웠다.

금산사의 전성기는 혜덕왕사가 재중창한 고려 문종 33년(1097년)이다.

대사구, 봉천원 등 86동 43개 암자를 설치했다.

 

선조 25년 임진왜란(1592년) 때 처영 뇌묵대사가 1000여 승병의 거점지로 활용하면서 호국불사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정유재란(1596년) 때 모두 소실돼 수문대사가 재건했다.

1986년 원인 모를 화재로 대적광전이 소실됐으나 월주화상의 원력으로 복원됐다.

 

국보인 미륵전은 우리나라에 하나밖에 없는 3층 목조 건물이다.

진표율사가 부안 변산 불사의 방에서 피를 토하는 수행 끝에 미륵불을 참견하고 돌아와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정유재란 때 화를 입었으나 조선 인조 13년(1635년) 재건됐다.

거대한 미륵존불을 모신 법당으로 용화전이나 산호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서울신문 2009-08-03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