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화천 여행_늦여름 초가을색이 진한 춘천으로
- 입력 : 2011.08.31 09:46 / 수정 : 2011.08.31 11:55
화천, 계절의 경계서 핀 그 연꽃 찬란하여라
춘천. 가까워졌다. 경춘 고속도로와 경춘선은 춘천과 서울 사이를 직선으로 잇는다.
직선의 길은 곡선의 느린 속도를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춘천을 빨리 오간다.
그렇다고 춘천 여행을 달음질하듯 서둘러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빠른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들이 춘천에 많이 생겼다.
김유정의 고향, 실레 마을을 비롯해 의암호와 강촌 일대를 도는 봄내길이 올해 조성됐고
강원도립춘천수렵장은 강원숲체험장으로 새로 태어났다.
의암호를 카누로 가로지르는 물레길 역시 놓칠 수 없는 코스다.
이 중 가는 여름과 오는 가을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길을 골랐다.
여름 색 짙은 물길에서 시작해 가을 야생화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 ▲ 카누를 타고 춘천 의암호 한복판에 들어서서 노를 놓는다.
- 노 젓는 소리가 그쳐버린 물 위는 고요하고,
- 여름의 짙은 녹음 위로 가을색 품은 하늘은 높다.
- 김우성 여행작가
춘천(春川)은 이름에 봄을 품었으되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빚는다.
이 즈음 의암호를 두른 산세의 녹음(綠陰)은 짙다.
그 짙고 또렷한 녹색의 풍경을 의암호가 그대로 비춰내며 녹음의 풍경이 배가 된다.
그 배가 된 풍경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의암호 한가운데 서는 일이다.
최근 이 일이 가능해졌다. 물레길이 있어서다. 물레길은 길의 형태가 없는 길이다.
갈 곳과 지난 곳을 가르쳐주지 않는 물레길에 발자국을 남길 수 없다.
물레길은 지나온 흔적이 물결에 묻히는 물 위의 길이다. 카누를 타고 의암호를 유랑하는 길이다.
오랫동안 북한강에서 즐기는 수상 스포츠는 속도와 스릴감에 좌우돼 왔다.
바나나 보트나 수상 스키, 제트 보트가 그렇다. 카누는 이를 배신한다.
카누는 느리다. 동력을 버리고 손으로 젓는 노에 제 모든 속력을 의지한다.
가다 힘들면 잠시 노를 놓고 물살에 카누를 맡긴다.
카누를 타는 일은 그 점에서 걷는 일과 다를 바 없다.
물레길은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시작한다. 의암호가 앞에 펼쳐져 있다.
북으로는 춘천댐이, 남으로는 의암댐이 막고 있어 가운데가 크게 부푼 모양이다.
그 한가운데 붕어섬과 중도가 떠 있다. 물레길은 이 의암호를 유랑한다.
본래 길은 세 갈래였다. 각 길은 붕어섬과 의암댐, 중도로 이어졌다.
다만 붕어섬은 더 이상 가지 않는다.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위한 공사가 한창이어서다.
해서 그곳을 피해 카누는 그날 풍향 따라 의암댐이나 중도로 유랑한다.
무동력 카누는 가볍다. 15~20㎏ 정도의 무게다. 그만큼 잘 흔들린다.
물에 닿는 바닥도 뾰족해 평평한 배보다 불안해 보인다.
그러나 뾰족해서 물에 닿는 면적이 넓다. 그만큼 부력을 받아 외려 안전하다.
카누가 물 위에서 흔들릴 때, 이는 카누가 스스로 균형을 찾으려는 과정이다.
카누가 흔들린다고 몸을 기울이면 외려 반동이 가해져 결국 뒤집힌다.
그래서 안전요원이 기억하라는 원칙은 딱 세 가지다.
하나, 중심 잡으려 하지 말 것.
가만히 앉아 있으면 카누는 알아서 균형을 잡는다.
둘, 고개를 옆으로 내밀지 말 것.
셋, 일어서지 말 것.
고개를 옆으로 내밀거나 일어서면 무게중심이 옆이나 위로 이동해 카누가 뒤집힐 확률이 높아서다.
- ▲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사오지리 연꽃마을.
배 한 척에 두 명이 탄다. 이날은 의암댐으로 향했다.
뭍을 버린 카누가 의암호 한복판에 들어선다. 거기서 시야는 드넓다.
북한강이 기원하는 북쪽으로 파란 하늘이 몸을 잇닿고,
양쪽으론 바싹 의암호를 압박하며 남북으로 치닫는 산의 흐름이 선명하다.
카누 타는 시간은 두 시간. 길의 형태가 없으니 대체로 안내자가 길을 안내하나,
카누는 안내자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넉넉한 모양새로 그 길을 따른다.
힘들 땐 노를 놓고 물결에 카누를 맡긴다.
노 젓는 소리마저 버린 물 위의 고요에 햇살만 반짝인다.
■의암호 드라이브
이젠 속도를 내 호반을 달릴 차례다. 송암스포츠타운에서 북쪽을 향하는 길은 두 갈래다.
잠시 길을 돌려 의암댐을 지나 403번 지방도를 타거나, 시내로 향해 5번 국도를 타는 길.
두 도로는 춘천댐에서 합류, 56번 국도를 따라 화천으로 향한다.
403번 지방도와 5번 국도는 각기 다른 매력이 있다.
403번 지방도는 이맘때 뭍의 풍경을 펼쳐내 보인다.
여기서 여름과 가을은 부딪힌다.
가을 햇살 명징하고 구름은 높되, 매미 울음으로 여름이 내는 소리 요란하다.
그 여름과 가을 사이, 논밭은 제가 품은 씨의 절정으로 풍요롭다.
수확을 앞둔 벼는 높이 자랐고, 고추 가지 호박 등도 잘 여물었다.
5번 국도는 춘천역과 소양강 처녀상이 우뚝 선 소양2교를 지난다.
왼편으로 춘천인형극장 즈음을 지날 무렵부터 산을 치고 오른다.
여기서부터 5번 국도가 펼쳐내는 풍경은 거칠다. 산을 깎아 낸 길은 아슬하고 높이 올라 내려보는 의암호는 웅장하다.
목이 마른다면 용왕샘터에 잠시 멈춰서도 좋겠다. 늘 물을 받아 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다.
두 도로는 춘천댐에서 합류, 화천으로 내달린다. 북한강 따라 오르고 내리는 이 길에서 속도는 다시 줄어든다.
요기를 하려면 화천으로 가기 전에 춘천댐 매운탕골을 찾을 것.
큰 호수가 있는 마을엔 민물회와 매운탕이 유명하기 마련이다.
춘천도 마찬가지. 춘천댐 매운탕골에 모인 식당들은 대체로 쏘가리나 메기 매운탕을 내놓는다.
예전만큼 찾는 손님이 많지 않지만 그만큼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
평남횟집이 많이 알려졌다. 매운탕에 미나리는 물론 달래나 영양부추를 듬뿍 얹어 낸다.
■연꽃마을과 동구래 마을
최종 목적지는 화천군 하남면 사오지리 건넌들이다.
현지사란 절의 이정표를 따라가다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마을이다.
이 다리를 사이에 두고 춘천과 화천이 갈리니, 건넌들은 그 경계에 선 마을이다.
건넌들은 평평하다. 춘천호에 몸을 맞댄 건넌들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해가 늦게 들고 일찍 진다.
춘천호가 들고 빠지는 곳은 넓은 늪지다. 거기, 연(蓮)이 빼곡하다.
마을주민 서유석씨는 “16만5000㎡ 규모의 습지에 주민들이 직접 심은 수련이 130여 종, 연은 150여 종”이라 했다.
그는 연을 이렇게 구분했다. 연뿌리를 먹기 위한 식용연과 관상용인 화련(花蓮),
씨를 받기 위한 자련(子蓮). 이맘때 가장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는 연이 자련이다.
여름의 마지막에 서서 첫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다시 말해, 자련이 피워낸 꽃은 여름과 가을의 경계다.
- ▲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사오지리 연꽃마을.
물비늘처럼 작고 하얀 어리연을 배경으로 수련은 물론 홍련(紅蓮)이 색(色)의 군집을 이뤘다.
연꽃 사이로 난 길을 걷다 보면 사이사이 숨은 물닭이 인기척에 놀라 푸드덕거리며 떠오른다.
그뿐, 인공적인 소리를 지워낸 마을은 고요하다. 여기까지 왔다면, 마땅히 호수를 따라 낸 길을 따를 일이다.
화천군은 경관이 빼어난 길을 정해 ‘동려이십삼선로(同侶二十三仙路)’란 길을 내고 있다.
이 중 늪지를 도는 연꽃길이 두 번째요, 호수 따라 이어지는 길이 세 번째다.
호반 숲길은 시야 끝 물가까지 이어지다 낮은 구릉에서 반대쪽으로 길을 넘는다. 그 끝에 동구래 마을이 있다.
동구래 마을은 반평생 야생화에만 매달려온 이호상씨가 2005년부터 조성했다.
마을이란 이름을 가졌으되 작은 정원 같다.
연꽃마을에서 연으로 여름이 또렷하다면, 동구래 마을엔 가을을 알리는 표시가 가득하다.
솔채꽃, 금불초, 산꼬리풀, 원추리가 알록달록하고, 구절초와 패랭이, 쑥부쟁이도 이제 막 꽃잎을 열었다.
장마 탓에 미처 한껏 개화하지 못했던 여름 꽃, 상사화도 요새 다시 핀다.
여름과 가을의 색이 여기서 요란하다.
여 행 수 첩
■물레길: 코스 두 시간 소요. 카누 한 대당 3만원.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6시 3회 운영. 월요일 휴무.
070-4150-9463,
www.mullegil.org■봄내길: 현재 실레이야기길, 물깨말구구리길, 석파령너미길, 의암호나들길 등 4코스로 구성. (
033)251-9363, www.bomne.co.kr
■강원숲체험장: 숲 체험프로그램 진행. 클레이사격장 운영.
춘천시 사농동 218-5. (033) 243-5340, www.gangwondotou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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