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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여행] ‘희생의 꽃 희망의 바람’ - 비목문화제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9. 1.

 

‘희생의 꽃 희망의 바람’
비목문화제 / 2008.06.05

군내외서 가장 성공한 호국축제로 인정받고 있는 비목문화제가 제13회를 맞아 현충일인 6일부터 9일까지 ‘물의 나라’ 강원도 화천군 일대에서 펼쳐진다.

6·25전쟁이라는 시련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는 뜻 깊은 행사인 비목문화제를 통해 호국보훈의 달 의미를 되새겨 보자.

후두둑 후두둑…. 한낮의 무더위와 봄 가뭄을 해갈하는 시원한 빗줄기가 차창을 때린다.화천읍에서 군사도로를 따라 구불구불한 강원도 산길의 진수를 맛보며 달린 지 1시간. 화천9경 중 제4경이라는 평화의 댐이 눈에 들어왔다.

울창한 백암산 계곡에 웅장하게 서 있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온통 초록 물결인 경치를 감상하며 바로 옆 비목공원에 올랐다. 국민가곡 ‘비목’(碑木)의 탄생지 비목공원.

철조망이 둘러쳐진 돌 언덕에 녹슨 철모를 씌운 나무로 세워진 묘비가 ‘비목’이다. 산길 외딴 골짜기에 혼자 누운 국군을 본다. 아무 말, 아무 움직임 없이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국군을 본다.

모윤숙의 시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조금 전까지 절경이라며 감탄사를 연발한 것이 부끄러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비목’ 시 속에 담긴 내용은 6·25전쟁의 상흔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하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전쟁의 포성이 멎은 지 10년이 지난 1965년 초가을 어느 날, 육군7사단○○○ GP장으로 근무하던 한명희(학군2기·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소위는 철책 순찰을 돌던 중 잡초만 우거진 양지바른 모퉁이에서 돌무더기 하나를 발견했다.

여느 돌무더기와는 다른 돌무덤과 주변의 이끼 낀 나무조각, 그리고 정적이 흐르는 백암산 기슭의 노을을 바라보다 6·25전쟁 당시 목숨 바쳐 싸우다 전사한 이름 모를 젊은 용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느낀 애환을 시로 표현한 것이 ‘비목’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는 훗날 음악인 고 장일남 씨에 의해 작곡된 ‘비목’의 노랫말이 돼 훌륭한 가곡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 후 6·25전쟁 전사자들의 명복을 빌고 남북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1995년 평화의 댐 부근에 비목공원을 조성하고, 비목과 그 노랫말을 새긴 비석을 세운 뒤 96년부터 화천군에서 매년 현충일 즈음에 추모행사를 개최한 것이 오늘날 비목문화제다.

‘희생의 꽃 희망의 바람’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문화제는 6일 오후 3시에 평화의 댐 옆 평화의 종 공원에서 위령제를 시작으로 오는 9일 국군방송 TV 위문열차 특집공연까지 나흘간 다양한 볼거리로 펼쳐진다.

주행사장은 평화의 댐 비목공원과 화천강의 아름다운 섬 ‘붕어섬’ 특설무대 등이며 특히 육군7사단은 155mm 곡사포·전차·화생방 장갑정찰차 등의 군 장비 전시회와 군악연주회, 직계가족 초청 등의 행사를 지원한다.

또 육군6사단 6·25전쟁 참전전우회 회원 70여 명이 전적지를 순례하며 후배들에게 치열했던 그날의 전투를 들려 주고, 화천지구 전투 참전용사와 지역에서 근무한 옛 전우들의 만남의 장도 마련돼 그야말로 민·군이 하나 되는 축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문화제를 진정한 호국축제가 되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육군7사단 인사참모 오세학 중령은 “비목문화제는 최전방이라는 화천의 특성을 고려해 ‘안보의식’을 살린 의미 있는 축제”라며 “오늘의 자유와 평화를 가져다 준 호국영령들의 고마움을 자칫 잊고 살아갈 수 있는 우리들에게 그분들의 고귀한 희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문화제에 대한 의미를 덧붙였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올해는 또 건국 60년이자 건군 60년을 맞는 뜻 깊은 해다. 지금도 어느 우거진 산림 속에 적과 총을 겨누며 싸우다 숨진 이름 없는 젊은 용사의 비목이 있을지도 모른다. 1년에 단 하루, 단 한 번만이라도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바친 호국영령을 생각하며 경건한 마음으로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려보는 것은 어떨까.


인터뷰-정종성 비목문화제 운영위원장-“군은 화천군민의 동반자”

“군이 없는 비목문화제요?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올해로 13회를 맞는 비목문화제를 수년간 진두지휘하며 이끌어 온 정종성(사진) 비목문화제 운영위원장은 군의 지원이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잘라 말했다.

“비목문화제뿐만 아니라 화천과 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6·25전쟁 당시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였던 화천은 전쟁이 끝난 뒤 제대로 된 건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황폐했습니다. 그 후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군은 화천군민의 친구였고 보호자였습니다. 한마디로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형제나 마찬가지죠.”

문화제를 처음 개최할 당시 15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와 대성황을 이뤘지만 각 지역마다 특색 있는 축제가 열리자 점차 발길이 줄어들었고, 흥미 위주 프로그램으로 호국축제라는 의미가 퇴색한 것도 사실. 그래서 정위원장은 3년 전부터 ‘관광상품성’ 여타 지역 축제와 차별화한, 민·군이 함께하는 진정한 호국축제로 거듭나기 위해 기존의 틀을 대폭 바꿔 관람객들이 함께하는 체험 위주의 문화제로 탈바꿈시켰다.

특히 ‘희망의 바람 동상’ ‘평화의 문’ ‘하나 되는 우리’ ‘태극기 퍼포먼스’ 등의 프로그램을 신설, 평화의 발원지로 화천을 부각하고 군부대의 도움을 받아 ‘군 장비 전시회’ ‘참호 체험’ 등을 확대, 청소년과 어린이들이 전쟁의 실상을 간접 체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호국의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열린 문화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정위원장은 “매년 육군6사단 6·25전쟁 참전전우회 회원들이 전적지 순례에 참여하시는데, 연세가 많아 갈수록 그 수가 줄어드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그분들이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조국을 지킨다는 일념으로 전우의 시체를 넘어가며 싸웠다는 말씀을 하실 때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집니다”고 대답했다.

정위원장은 또 “고사리 손으로 부모님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는 아이들에게서 이 문화제의 참된 의미를 느낍니다”고 말한 뒤 “문화제를 보러 오신 분들이 한 명이라도 더 호국보훈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오늘의 수고가 정말 보람될 것”이라며 문화제의 성공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글=윤병노·사진=이헌구 기자   trylover@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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