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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여행] - '화려한 물의 향연' 화천 여름 여행

by 맥가이버 Macgyver 2011. 9. 1.

'화려한 물의 향연' 화천 여름 여행


찌는 듯한 여름을 맞아 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비단 해변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심산유곡(深山幽谷)이 가득한 우리나라에는 내륙에도 아름다운 호수와 계곡이 즐비하다.

강원도 화천(華川). 이름하여 화려한 물줄기가 있는 곳이다.

정말이지 이름처럼 계곡이며 호수며.

가득한 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 화천땅이다.

 

이곳에서 군생활을 했던 이라면.

돌이키긴 싫겠지만 얼마나 멋진 곳인지 잘 안다.

화천에 가노라면 아침이면 물안개가 자욱히 피어나고.

청명한 물빛의 호반에 거대한 산자락이 잠긴다. 마치 신선이 사는 땅이라도 온 듯하다.

 

이번 여름.

더위를 피한다는 ‘피서(避暑)’의 이름뜻 그대로를 지키고 싶다면 어느 바닷가가 아닌 산골짝을 찾아야 한다.

추천코스는 바로 화천이다.

 

◇물안개 가르는 천상의 산책

 

국숫가락같은 빗줄기가 문밖에서부터 울타리를 친 지난주 찾은 화천. 궂은 날대로 운치가 있다.

‘장마전선’이 연출하고.

파로호와 북한강이 공동주연한 ‘드림팀’은 온통 물안개를 피워내 하늘 위 정원이라도 거니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아! 정태춘의 노래였던가?.

과연 그의 노랫말처럼 서울이라는 낯선 이름표의 여행자가 맞이한 북한강에는 그의 그림자 대신 가득한 안개가.

안개가 하루종일 피어나고 또 흐르고 있다.

 

기나긴 호반을 따라 낮게 깔린 안개에 푸른물과 검은 산 가운데를 흰 분필로 그은 듯한 선경(仙景)이 생기는데 이를 딱 사진기로 찍어두면 바로 그림 한 폭이 완성된다.

 

파로호(破虜湖). 면적이 과천시(35.86㎢)보다 더 큰(38.9㎢) ‘내륙의 바다’다.

고산준령으로 둘러싸인 호수는 보통의 인공호처럼 넓지 않고

강처럼 길쭉하니 호반을 따라 난 도로를 자전거로 달리기도 좋고.

물 위에서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기에도 딱이다.

잉어·붕어·메기·쏘가리 등 손맛좋은 물고기가 많아 조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평화의댐 아래 비수구미 마을까지 화천군이 운영하는 물빛누리호가 다닌다.

 

파로호 뱃터에서 배를 탔다.

족히 2~3m는 장막을 친 짙뿌연 안개 속으로 배를 띄우니 전우치처럼 화폭 속으로 빨려들어온 느낌.

사방에 보이는 산들은 댐으로 가로막혀 호수가 생기기 전 원래 높다라한 산봉우리였을테니.

배 아래 물만 없다면 정말 구름을 타고 산과 산 사이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다.

멀리 달려 도착한 곳은 비수구미 마을로 오르는 나루터다.

비밀의 숲 속 아름다운 아홉 물줄기가 흘러나온다는 곳으로.

과연 오르는 길목부터 콸콸 쏟아지는 계곡의 형상이 일품이다.

배를 타고 오면서 보니 호반에 들어선 집집들은 오지 중 오지에 위치해있다.

가파른 산 꼭대기에 사는 셈이라.

아예 도로가 없어 뱃길로만 갈 수 있다.

특히 비수구미는 뱃길로도 족히 30분은 넘게 걸리는 탓에 신비스러움이 더하다.

인적이 퍽 드문 계곡에서 쉬어가기에 좋다.

 

◇산은 산이요. 물은 화천

 

한낮을 호수와 강줄기를 따라 오르락 내리락 했지만 비는 도저히 그칠 줄 모른다.

다음날 잠시라도 해가 반짝할까 공연한 기대도 해봤지만.

강물은 탁한 내(川)라도 한줄기 흘러 섞였을까 부끄러웠던 탓인지.

오히려 죽창같은 빗줄기를 땅으로 꽂아 장막을 친다.

 

물론 겨울에 꽝꽝 얼어붙은 강물 위에서 즐기는 얼음낚시로 유명한 곳이 화천이지만

물의 향연이 펼쳐지는 여름에도 레저스포츠를 즐길 곳이 유독 많다.

기나긴 북한강변을 따라 놓인 자전거 도로며 수상자전거.

카누까지 시원한 물 주변에서 놀 것이 널렸다는 것이다.

 

특히 장장 42.2㎞에 이르는 파로호 자전거 100리 길은 북한강 위로 놓인 길을 따라 달리는 구간이라서 환상적이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새벽 물안개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난 후.

시원한 계곡물을 찾아 발을 담그고 나면 화천의 사전에는 ‘더위’란 있을 수 없는 단어다.

 

화천의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계곡들이 있다.

백운산 광덕계곡과 화악산 기슭 삼일계곡이야 워낙 유명한 곳이고.

곡운구곡의 사이 올록볼록한 기암 위로 명경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용담계곡.

산천어 밸리가 위치한 만산동 계곡은 보기만해도 시원해진다.

 

보기에도 좋은 늪이 있다. 하남면 현지사 아랫동네인 서오지리에는 너른 습지가 나타나는데.

여름꽃인 수련이 빼곡하다.

아직 다소 이르지만 한 주만 지나면 꽃분홍 연등을 빼닮은(?) 진짜 연꽃이 뒤덮을 예정이다.

원래 연이 사는 곳이란 잔잔하기가 장판과도 같아서.

가끔씩 오가는 뱃자욱과 빗방울이 그려낸 동심원도 이쁘게 새겨진다.

한창 피서철인 다음달부터는 붕어섬 일원에서 시원하고 재미난 쪽배축제까지 열릴 예정이다.

 

물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이 화천에 준비됐다.

마음만 다잡으면 된다.

 

화천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