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나들길 코스가이드] 화남길 & 능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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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한 숲을 지나 고려인을 만나러 가는 길
3코스 능묘 가는 길(16km)
온수리 터미널에서 3코스가 시작된다. 터미널의 훼미리마트 편의점에 가면 강화 나들길 도보자 여권을 무료로 주고 출발 스탬프를 찍어준다. 강화 나들길에 든다는 신고식이며, 뭔가 시작한다는 찐한 느낌이 온다. 정류장 뒤편에 있는 농협 옆의 골목길로 들어서면 나들길 3코스 ‘능묘가는 길’이 시작된다.
길상초등학교와 천주교 온수리성당을 지나는 골목길 끝에서 오른쪽 오르막길을 오르면 삼랑성(정족산성) 동문이자 전등사로 들어가는 입구다. 강화도 하면 전등사와 석모도가 떠오를 만큼 전등사는 널리 알려진 천년 고찰이다. 전등사가 자리한 정족산을 빙 둘러 쌓은 정족산성은 단군의 세 아들인 부루, 부소, 부여가 쌓았다고 해서 삼랑성(三郞城·국가사적 130호)이라고 부르는데 병인양요 때 양헌수 장군이 이끄는 조선군이 승전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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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들길 3코스는 가을 분위기에 흠뻑 젖어들 수 있는 푹신한 숲길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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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전과 약사전 그리고 범종은 각각 보물 178·179·393호이며 불상과 탱화, 불구들과 법화경 목판 등 유물들이 그득한 곳이다.
대웅전 처마를 받치고 있는 나부상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자 얘깃거리다. 절을 짓던 대목수가 정을 통한 주막 아낙이 도망을 가버리자 그 여인을 조각해 절집 지붕을 떠받치는 천년의 형벌을 주었다는 설화는 유명하다. 그렇게 큰 절집을 짓는 대목수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진 않았을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방일에 대한 회한으로 스스로를 올려놓은 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대웅전을 돌아 나와 삼성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면 맑고 시원한 샘물이 기다린다. 물병을 가득 채우고 삼성각을 지나면 역대 왕조실록을 보관하던 정족산 사고인 ‘장사각’이다. 실록 등 국가의 귀중한 사서는 소실 피해를 막기 위해 중앙과 지방에 분산해서 보관했는데 1660년(현종) 강화 정족산에 사고를 마련해 마니산 사고에 있던 전주본을 이곳에 비장했다는 기록이 있다.
본래의 정족산 사고는 주춧돌과 계단석만 남긴 채 없어지고 사고에 걸려 있던 ‘장사각’과 ‘선원보각’이라는 현판만 전등사에 보존되어 오다 1999년 복원되었다.
복원된 텅 빈 건물만 있지만 적송 숲에 둘러싸인 전등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염하와 초지대교가 펼쳐진 조망이 시원스럽다. 장사각 오른쪽으로 난 좁다란 산길을 조금만 올라가면 정족산성 북문이다. 좁다란 문을 나가 정족산 자락을 내려가면 온수리 시내에 들어선다. 시골 소읍 분위기가 여실하지만 강화도에서 두 번째 가는 다운타운이어서 큰 마트가 3곳 있고 5일장이 선다.
이름대로라면 온천이 있을 법 하지만 관계가 없다. 온수리는 성공회 평신도회의 교세가 큰 곳이어서 김성수 주교를 배출한 곳이고 1906년에 지어진 성 안드레아 성공회 성당이 있다. 마을길과 농로를 따라 해랑대마을을 지나면 길정저수지에 닿는다. 여기서 길은 둑방과 저수지 기슭을 거쳐 곤릉으로 가는 길과 이규보 선생 묘를 들러 곤릉으로 가는 길로 갈라진다. 저수지를 따라가는 길이 2km 남짓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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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3코스 종착지인 가릉. 고려 원종의 왕비 순경태후의 묘다. 2 삼랑성 북문. 고려인들이 결사항전을 위해 쌓았던 의연한 분위기가 남아 있다. 3 보물 178호인 전등사 대웅전. 건축 당시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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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릉과 석릉 그리고 3코스의 종착인 가릉까지 가는 길은 진강산 자락을 둘러가는 숲길이다. 석릉 주변에는 석관묘로 보이는 무덤 자리들이 널려 있어 강도 시절 귀족들의 공동묘지라고 추정이 된단다. 곤릉은 땅 곤(坤)자를 쓰는데 말 그대로 여성의 능이다.
최충헌에 의해 왕세자에서 쫓겨났다 다시 최충헌에 의해 왕위에 오른 비운의 왕인 22대 강종의 비이며 23대 고종의 모후인 원덕태후의 능이다. 최충헌이 희종을 폐하고 재위에 올린 강종의 재위 기간은 달랑 2년이다. 비운의 왕의 비였던 원덕태후의 인생도 그리 순탄치는 못했을 것이다. 무신정권의 위세와 폭압에 눌린 고려왕실의 비애가 소박하다 못해 왕릉답지 못한 작은 규모의 능묘 위에 오버랩된다.
석릉은 무신정권을 무너뜨리려 우두머리인 최충헌을 제거하려다 실패해 왕위에서 쫓겨난 21대 희종이 강화도 교동에 유배되었다 묻힌 곳이고, 24대 원종의 비인 순경태후가 묻힌 곳이 가릉이다. 곤릉과 석릉을 거쳐 진강산을 나오는 어귀에 자리하고 있는 가릉보다 먼저 만나는 능이 있다. 봉분을 두른 석축으로 보아 귀족 이상의 고귀한 신분의 무덤이라고 추정되지만 밝힐 만한 근거가 없어 그저 능내리 석실분이라 부른다. 가릉은 봉분 아래 돌방을 들어내고 유리문을 달아서 안을 들여다보게 해놓아 석관묘의 모습을 잘 알 수 있다.
곤릉에서 나와 길정리마을을 지나 석릉을 거쳐 가릉까지 가는 길은 산길이기는 하지만 경사가 완만한 편이어서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충분히 갈 수 있다. 더불어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길과 산새소리를 들으며 걷는 맛이 좋다. 그늘이 대부분이라 여름의 뜨거운 햇빛과 열기를 살짝 피해 갈 수 있는 길이다.
남한에 있는 총 5기의 고려 왕릉 중 고려산에 있는 고종의 능인 홍릉을 제외한 곤릉, 석릉, 가릉이 자리하고 고려의 대문장가인 백운 이규보 선생의 묘가 자리하고 있어서 나들길 3코스 ‘능묘가는 길’은 ‘고려인을 만나는 길’이라 해도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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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이 전하는 걷기 정보
온수리 버스터미널 ~ 전등사 ~ 온수리 성공회성당 ~ 길정저수지 ~ 이규보 묘 ~ 곤릉 ~ 석릉 ~ 가릉 <16.2km, 5시간 30분 소요>
온수리 버스터미널 ~ 전등사 ~ 온수리 성공회성당 ~ 길정저수지 ~ 저수지 둑방길 ~길정리 ~ 곤릉 ~ 석릉 ~ 가릉
하나 3코스는 온수리를 지나면 중간에 음식점이나 가게가 없어서 미리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둘 이미 전등사를 가봤던 이들은 동문(전등사 입구) 앞에서 (동문을 바라보고 오른쪽) 음식점을 했던 집 뒤쪽으로 난 길로 가면 북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난다. 전등사를 들러 가는 시간과 관람료를 아낄 수 있다.
셋 온수리 버스터미널과 이규보 묘소에 공중화장실이 있고, 곤릉이 있는 길정리 마을의 권능교회와 3코스 완주 도장을 찍어주는 허브향기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넷 허브향기가 있는 탑재삼거리에서 온수리까지는 군내버스와 순환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버스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버스를 놓칠 경우 온수리 콜택시를 이용하면 요금 8,000원.
교통 신촌 출발 3100번 화도행 버스(소요시간 2시간ㆍ배차간격 1시간)를 타고 온수리에서 하차한다. 5호선 송정역에서 60-2번 버스(소요시간 1시간 10분ㆍ배차간격 20분)를 타고 온수리에서 하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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