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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걷기 길] 가평올레 1코스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1. 3.

[새 걷기 길] 가평올레 1코스

  • 글·신준범 기자 
  • 사진·염동우 기자  
자라 등 타고 북한강을 누비는 오붓한 길
가평역에서 시작해 가평버스터미널에서 끝나는 7.7km 순한 길

 
▲ 막바지 단풍에 한결 우아한 자연미를 드러낸 가평 자라섬. 가평 올레1코스는 자라섬을 산책하는 코스다.

가평에도 올레길이 있다. 가평군의 설명에 따르면 ‘그대와 다정히 손 맞잡고 거닐고 싶은 숲 속 오솔길’이며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는 높고 낮은 산과 계곡’을 이어 길을 만들었다고 한다. 가평올레는 가평에서도 가장 그림 같은 풍경을 엄선한 명품 걷기 코스라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완성된 가평올레길은 올해 봄부터 본격적인 손님맞이에 나섰다. 총 10개 코스 128km이며, 가평군 연인산과 청평면 북면·상면·하면 등 10곳에 조성됐다. 제주올레와 같은 ‘올레’ 명칭을 쓰는 건 사단법인 제주올레로부터 명칭 사용 승인을 받고 운영 컨설팅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가평올레는 1코스와 6코스 정도만 이용 가능하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우로 길이 유실되어 정비가 진행 중이다. 1코스와 2-2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는 대부분 산길인데 “이번 폭우에 크고 작은 사태로 나무나 흙더미 같은 장애물이 길을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군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6코스는 가평역에서 시작, 능선을 종주해 호명호수와 호명산 정상에 선 다음 청평역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6코스는 걷기코스라기보다 등산코스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주말, 가평역에서 청평역으로 종주하는 이들도 가평올레를 찾아 온 이는 거의 없고 모두 등산객이다. 걷기 가능한 곳 중 남은 곳은 1코스다.

▲ 자라섬의 늪을 가로지르는 데크길. 자라섬은 하천법의 규제를 받아 인공 시설물을 지을 수 없다. 뒤로 보이는 집은 모두 이동식이다.

지난 여름 수해로 안내판 다수 유실돼
1코스는 가평역에서 출발, 자라섬을 거쳐 가평시외버스터미널 근처의 씽씽겨울축제장에서 끝난다. 가평역은 경춘선 개통으로 산뜻한 신역사가 올레객을 맞는다. 가평역에서 나와 왼편으로 걸으면 가평올레 1코스 안내판이 있다. 올레 1코스는 자라섬 투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자라섬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길이다. 시작은 차도다. 찻길을 따라 가다 교차로에서 왼쪽으로 꺾은 다음 오목교에서 오른쪽 길로 간다.


인도 옆에 나무데크를 깔아 가평 올레길을 자연스럽게 따르도록 했다. 자라섬을 뜻하는 자라 모양의 예쁜 조형물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아 차도 한 편으로 걷는 길이 지루하지 않다.


자라섬은 가평군 가평읍에 있다. 가평역과 버스터미널, 읍내 편의시설이 접해 있어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편한 곳이다. 춘천과 가평 경계인 북한강의 섬이며 1943년 청평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겼다. 섬이라고 하면 배로 이동할 거라 생각하지만 자라섬은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다만 수위가 높을 때 물에 잠긴다. 약 20만 평 크기이며 주로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있어 완만하다.

▲ 가평역에서 자라섬으로 이어진 길의 자라 조형물.

과거 ‘중국섬’이라 불렸는데 광복 후 중국인 몇 사람이 농사를 지었기 때문이다. 가평군에서는 1986년 지명위원회를 열어 ‘자라목’이라 부르는 언덕을 바라보고 있는 섬이라 하여 자라섬이라 이름 지었다. 자라섬은 오토캠핑장으로 유명하다. 자라섬은 원래 자연보전권역으로 묶여 있고 하천법의 규제를 받아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곳이다. 이런 조건 때문에 섬은 식당 하나 없이 자연 그대로 남을 수 있었고 천혜의 캠핑장이 된 것이다. 2008년 세계 캠핑대회를 유치하며 국제규격의 캠핑장 시설을 갖추었다. 캠핑장에는 움직이는 집인 모빌홈과 캠핑카인 캐러밴이 있어 텐트가 없어도 야영 가능하다.


동도, 서도, 중도, 남도 4개 섬으로 이뤄진 자라섬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시설이 있다. 오토캠핑장이 위치한 서도 일원에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이, 중도에는 지름 100m가 넘는 잔디광장을 갖춘 생태문화공원이, 자라섬캠핑장 서단에는 자연생태테마파크 ‘이화원’이 있다.


자라섬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면 어디로 가야 할지 당황하게 된다. 흔히 걷기 코스라 하면 이정표나 표지기, 바닥의 화살표 같은 것들이 갈림목에서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자라섬에 들어서면 그런 게 눈의 잘 띄지 않는다. 가평군에서 배포한 올레 안내도 역시 지나치게 축소된 그림 지도에 대강 루트를 표시해 놓아 정확하게 길을 따르기는 무리다. 군청 산림과 송근영 주사의 말에 따르면 지난 여름 폭우에 섬이 물에 완전히 잠겨 길잡이 시설이 거의 유실되었다고 한다.

▲ 가평올레 1코스는 자라섬이 가진 자연미를 실컷 누리도록 되어 있다.

표지기와 이정표 외에도 1m 정도 너비에 밧줄을 놓고 사이에 자갈을 깔아 자연스럽게 발길을 유도하도록 만들었으나 지금은 흔적을 찾기 어렵다. 그나마 현재 캠핑객을 맞을 수 있는 상태로 정비하는 데 한 달 이상 걸렸으며 민관군이 모두 동원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가평올레가 제대로 된 모습으로 불편함 없이 길잡이 노릇을 하려면 내년 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 한다. 자라섬 입구로 들어서서 이화원 앞을 거쳐 자라보도교를 지나면 본격적인 가평올레 1코스가 시작된다. 이전의 길은 여기까지 오기 위한 몸 풀기였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풍경이 달라진다. 다리를 지나면 장미터널이 친근감을 주는 긴 뱀 모양으로 나 있다. 비록 장미를 구경할 수 있는 계절은 아니지만 넝쿨의 흔적과 붉게 물든 남은 잎사귀들이 도시에서 가져온 묵은 긴장감을 서서히 무디게 한다.


넝쿨터널을 나오면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사이사이로 미루나무와 자작나무가 옹기종기 서 있다. 길은 이들 나무와 숲을 휘돌아가며 이어진다. 절정에서 내려서는 가을의 흔적이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대충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달력에 나오는 그림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은 풍경이다.


유럽의 고풍스런 분위기 연출하는 자작나무
유럽의 들판처럼 고풍스런 분위기를 연출하는 자작나무 아래 벤치에는 젊은 연인이 환하게 웃으며 귀한 추억을 만들고 있다. 그 뒤에서 사람을 맞는 갈대는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자라섬을 한층 단정한 이미지로 꾸며놓는다. 여기서부터는 길을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 가평올레 1코스 개념도

표지기나 이정표 찾기에 급급하면 자라섬이 가진 자연미의 진가를 놓치고 만다. 어차피 이정표는 거의 없다. 빨리 가기보다는 길을 음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섬과 물이 만나는 경계의 길을 따라 먼 데로 둘러가야 한다. 1코스는 지도를 보면 10분이면 갈 수 있는 직선거리를 곡선으로 빙빙 돌아가도록 해 놓았다.


숲이라 부를 정도로 풍성하진 않지만 드문드문 나무가 있는데 나무마다 사람 이름을 적은 작은 명찰이 있다. 송근영 주사의 말에 따르면 “이 길을 주민들이 산책 코스로 자주 이용하는데 언제부턴가 스스로 나무에 자신의 이름을 적은 명찰을 걸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 한 그루씩 애정을 담아 보살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나 싶다.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물은 수상클럽하우스다.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으로도 쓰였다. 길은 섬의 테두리를 따라 돈다. 안쪽 너른 터에는 캠핑장이 있는데 평일이라 텐트는 몇 동 없다. 그러나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찬다. 물가 곳곳에는 낚시꾼들이 터를 잡고 있다. 북한강에는 어름치, 열목어 같은 천연기념물부터 열목어나 쏘가리 같은 어종까지 다양한 민물고기가 산다. 송 주사는 “과거에 비해 고기가 많이 줄었다”며, “이곳 사람들은 낚시꾼을 좋게 보지는 않는데 이유는 낚시꾼들이 여전히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가기 때문”이라 한다.


섬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차분해 보이는 섬 안의 호수가 있다. 작은 표지기는 나무다리로 인도한다. 수생식물이 풍성해 아늑해 보인다. 사진기자보다 더 좋은 카메라를 든 사진 동호인들이 곁에서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하며 셔터를 누르고 있다.

▲ 1 자라섬에 들어서서 자라보도교를 지나면 장미터널이 손님을 안내한다. 2 새롭게 들어선 경춘선 가평역.

주민들을 위한 운동시설도 눈에 띈다. 섬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설물은 줄어들며 자연 그대로다. 너른 잔디밭이 대부분이라 달리 보면 휑해 보이기도 한다. 이 너른 터는 매년 가을에 재즈페스티벌의 주무대로 쓰인다. 2004년부터 열린 축제로 우리나라 재즈 아티스트는 물론 해외 뮤지션까지 초청하고 있어 세계적인 재즈축제로 발돋움하고 있다. 북한강 잔잔한 물결 가운데 있는 너른 잔디밭에 재즈 음악이 흐르는 풍경은 꽤 분위기 있을 듯하다.


강 하구 먼 발치로 남이섬이 보인다. 800m 거리이며 남이섬보다 눈에 띄는 건 그 옆에 자리 잡은 번지점프대다. 주말 가평역이나 터미널에 내리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가는 곳은 자라섬이 아닌 남이섬이라고 한다.


놀이터를 지나 장승솟대 조형물을 지난다. 다음 섬으로 옮겨간다. 차는 들어갈 수 없도록 입구는 철문으로 닫혀 있다. 자전거 타기 좋은 임도를 따른다. 임도에는 외국 재즈 뮤지션들의 실물크기 그림이 10m 간격으로 서 있다. 섬 안에 들어서면 숨이 찰 때까지 맘껏 달려도 끝이 뵈질 않는 너른 잔디밭이다. 나무가 드문드문 있어 땡볕을 피하기 어렵다. 섬 안쪽에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궁도장이 있다.


한 바퀴 섬을 돌아 다시 나오는 길, 철새떼마냥 빼곡히 날개를 퍼덕거리는 갈대밭이 펼쳐진다. 갈대밭 안 벤치에 앉은 연인들이 즐겁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주변 풍경과 무척 잘 어울린다.


철문이 있던 섬 입구로 빠져나와 사거리에서 오른쪽 강둑길을 따른다. 강물을 바라보며 800m 걸으면 1코스가 끝나는 자라섬 씽씽겨울축제장이다. 겨울이면 강이 어는데 구멍을 내어 송어 낚시도 하고 썰매도 즐기는 겨울축제가 열린다. 지난해 겨울에 무려 79만여 명이 몰렸을 정도로 인기 축제로 손꼽힌다.

▲ 가평올레는 코스를 안내하는 세세한 안내판이 폭우에 유실되었지만, 코스에 연연하지 않고 누릴 수 있는 자연 환경이 매력이다.

걷기 길잡이 가평올레는 총 10개 코스 128km다. 지난해 개통했으나 올해 여름 폭우로 길이 유실되어 1코스, 2-2코스, 6코스, 6-1코스 정도만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1코스는 경춘선 가평역에서 출발, 자라섬을 둘러보고 나오는 코스다. 길을 친절히 안내하는 이정표와 표지기가 적은 것이 흠이다. 길에 연연하기보다 섬의 테두리를 따라 도는 큰 틀을 지키며 가야 한다. 완만하고 코스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어 아이들이나 노약자와 함께 걷기 좋다. 7.7km에 2~3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상봉역에서 경춘선 전철을 타고 가평역으로 간다. 요금은 1,800원이며 52분 걸린다. 종착지인 씽씽겨울축제장에서 가평읍내 쪽으로 200m 걸으면 버스터미널이다. 서울행 버스가 07:00~24:00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숙식 자라섬 오토캠핑장이 최적의 숙박장소다. 오토캠핑장은 대여료는 1만 원이며, 캐러밴사이트는 1만5,000원이다. 캐러밴은 주말 기준 8만 원, 모빌홈은 9만 원이다. 인터넷(www.jarasumworld.net)을 통해 한 달 전부터 예약 가능하다.  식당은 가평읍내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