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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자작나무 여자 / 최창균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2. 12.
 

                                                   

 

 

 

 

 

 

 

 

 

 

자작나무 여자 / 최창균

 

 

그의 슬픔이 걷는다

슬픔이 아주 긴 종아리의 그,

먼 계곡에서 물 길어올리는지

저물녘 자작나무숲

더욱더 하얘진 종아리 걸어가고 걸어온다

그가 인 물동이 찔끔,

저 엎질러지는 생각이 자욱 종아리 적신다

웃자라는 생각을 다 걷지 못하는

종아리의 슬픔이 너무나 눈부실 때

그도 검은 땅 털썩 주저앉고 싶었을 게다

생의 횃대에 아주 오르고 싶었을 게다

참았던 숲살이 벗어나기 위해

또는 흰 새가 나는 달빛의 길을 걸어는 보려

하얀 침묵의 껍질 한 꺼풀씩 벗기는,

그도 누군가에게 기대어보듯 종아리 올려놓은 밤

거기 외려 잠들지 못하는 어둠

그의 종아리께 환하게 먹기름으로 탄다

그래, 그래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

종아리가 슬픈 여자,

그 흰 종아리의 슬픔이 다시 길게 걷는다

 

                                                   

 

 

   

 

 

 

 

 

 

 

 

 

 

 

 

 

 

자작나무 / 김백겸

 

 

숲 속 자작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흰 눈이 내리고 햇빛이 찬란하게 비친 동지가 지난 어느 날 

자작나무는 성스러운 세계목이 되었다

구름 위의 하늘과 대지의 지하를 오르내리는 샤먼의 경배에 의해

온 우주의 소리와 빛을 보고 듣는 천수관음이 되었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전에는 그냥 평범한 나무였다

 

봄이 오면 새 잎을 피우고

가을이 오면 흰 가지로써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기는

뿌리에 온 몸의 생명을 내려보내 부활의 시간을 기다리는

목숨의 명령에 복종하는 노예였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어느 날 불멸의 환상을 품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를 믿기 시작했고

흰 몸과 푸른 잎들은 신의 마음으로 타고 있는 불길임을 자각했다

흰 몸과 푸른 잎들이 불사조처럼 날아가

빛과 하나가 되는 존재임을 믿기 시작했다

 

숲 속에 자작나무는 그 때부터 마음에 빛을 내기 시작했고

신의 모습을 본 모세처럼

숲의 운명을 나무들에게 빛의 침묵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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