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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특집 우중산행 | 막영] 너무 물 가까이 텐트 치지 말라

by 맥가이버 Macgyver 2012. 7. 11.

[테마특집 우중산행 | 막영] 너무 물 가까이 텐트 치지 말라

  • 글·한필석 부국장대우
장소 선택이 캠핑의 성패 가늠
▲ 1 심산유곡에서 캠핑을 즐기려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서야 한다. 응복산 합실골 최상류.

산중 야영은 낭만 넘치는 야외 생활이다.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고 산들바람이 불어대는 가운데 골짜기 물소리를 들으면서 보내는 한여름밤은 꿈결 같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맑은 날 캠핑이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라면 빗속 캠핑은 귀로 느끼는 즐거움이다. 빗방울이 후드득 텐트 플라이를 건드리면 걱정스러우면서도 어느 순간 자장가 소리로 바꾸어 깊은 잠에 빠진다. 그러다가 텐트를 무너뜨릴세라 강렬하게 두드려대는 소리에 놀라 잠이 깨었다가도 곧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이 또한 야릇한 즐거움으로 마음에 와 닿는다. 평소 부족한 잠도 보충하고 오랫동안 잊었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기회다.


텐트와 매트리스는 실과 바늘
이러한 캠핑에 가장 알맞은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무엇보다 여느 계절에 비해 가벼운 장비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비를 만날 확률은 그 어느 계절보다 높다. 따라서 비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캠핑 장비는 크기도 다양하고 용도에 따른 장비도 다양하다. 무엇보다 기본은 텐트다. 요즘은 오토캠핑 추세에 따라 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지만 짊어지고 다녀야 할 경우에는 가볍고 콤팩트해야 한다. 여기에 설치하는 데에도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텐트는 모양에 따라 돔형, 가옥형, 거실형, 티피형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콤팩트한 텐트로서 돔형을 꼽을 수 있다. 둥근 모양인 돔형은 산중 막영용으로 가장 인기 있다. 설치 공간 또한 가장 좁게 차지한다. 단, 입구 공간이 좁아 등산화나 장비를 놓아둘 장소가 넉넉지 않고 특히 우중 시 취사하는 데 불편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 가옥형은 돔형에 비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고 바람에 약한 면이 있지만 천장이 높고 입구 공간이 넓다는 점 때문에 한 곳에서 여러 날 머물 시에는 돔형에 비해 유리하다.


텐트와 깔개·매트리스는 실과 바늘 같은 관계다. 아무리 좋은 텐트라도 바닥은 방수처리와 관계없는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바닥의 습기를 차단시켜줄 수 있는 깔개는 필수다. 바닥 깔개가 습기를 막아준다면 매트리스는 냉기를 줄여주고 약하나마 쿠션 역할을 해줌으로써 숙면에 큰 도움을 준다. 여름철 침낭은 굳이 우모 제품이 아니라도 괜찮다. 얇은 담요를 선호하는 캠핑 마니아들도 많이 있다.


캠핑장의 밤은 생각보다 어둡고 일찍 찾아온다. 따라서 밤을 밝힐 조명구 또한 필수장비다. 조명구는 가스랜턴을 주로 사용해 왔지만 요즘은 배터리용 등불도 좋은 제품이 많이 나온다. 이와 함께 활동할 때 사용할 손전등이나 헤드랜턴도 준비하도록 한다.
빗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추도록 한다. 판초 한 벌이나 우산은 기본이다. 물을 뜨거나 설거지 등을 위해 텐트 밖으로 나갈 때에는 아무리 방수가 잘 되는 옷이라도 비가 퍼부으면 흠뻑 젖을 수 밖에 없고, 그러면 뒤처리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같은 이유에서 스펀지 샌들 한 켤레쯤 공용으로 가지도 다니는 것도 좋다.


고립될 위험 있는 지역은 피하라
아무리 좋은 텐트라 할지라도 제대로 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 없다. 무엇보다 좋은 장소를 선정하는 게 우선이다. 숲이 우거지고 개울과 가깝고 적당히 햇살이 들어온다면 최고의 캠핑장소일 것이다. 단, 물가에 너무 가까운 곳에 텐트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큰 산, 큰 계곡의 경우 별이 총총하게 떠 있다가도 느닷없이 날씨가 돌변하면서 폭우가 퍼부을 가능성이 있다.


▲ 2 약초꾼들의 움막터는 안전한 야영터로 이용되기도 한다.

절개지나 급경사 아래 지역은 피하도록 한다. 폭우 시 산사태나 낙석에 맞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 전국 곳곳을 강타한 게릴라성 집중 폭우는 지형이 변할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고, 이런 비를 위험지역에서 만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특히 사태 위험이 높은 곳은 피하도록 한다.


호젓한 장소를 원하더라도 고립될 가능성이 있는 지역도 피한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꼼짝 못한 채 갇혀 있다가 티롤리안브리지나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되는 긴박한 장면은 여름 피서철 뉴스 첫 머리 소식으로 장식하곤 한다. ‘고립지역을 피해 캠핑하라’는 것은 캠핑 수칙의 첫 번째로 꼽을 만큼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조용한 물가 캠핑장의 유혹은 떨치기 어려운 일인 것이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낸다면 주변을 정리하고 환경을 파악해야 한다. 음식물 쓰레기와 같은 지저분한 곳이 있으면 깨끗이 치우도록 한다. 주변 지형 파악과 정리도 중요하다. 텐트 주변의 지형지물에 대해 익숙지 않은 상태로 한밤중 용변을 보러 텐트 밖으로 나갈 때 넘어질 수도 있고, 대피로를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폭우나 산사태와 같은 위급 상황을 만난다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소를 찾았다면 텐트를 치기 전에 우선 지저분한 것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거둬내면서 바닥을 잘 골라야 한다. 작은 돌멩이라도 등에 닿으면 깊은 잠을 자는 데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본체를 세웠으면 그 위에 플라이를 덮도록 한다. 이 역시 밤하늘에 별이 총총하더라도 괜찮으려니 생각하지 말고 꼭 플라이를 치도록 한다. 새벽녘 이슬을 막는 데에도 필요하다. 플라이는 본체와 닿지 않도록 잘 쳐야 비에 잘 견딘다. 플라이 끈을 팽팽하게 당겨 플라이와 본체 사이에 충분한 틈이 형성되도록 한다. 틈이 거의 없다면 본체 위에 얇은 비닐을 덮어준 다음 플라이를 치도록 한다. 그러면 어지간한 비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비닐이 없다면 나뭇가지를 사이에 넣어주는 것도 요령이다.


플라이를 설치한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배수로 작업이다. 깊고 넓게 판다고 만 좋은 게 아니다. 물이 잘 흘러내릴 수 있도록 수평을 잘 잡아줘야 한다. 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물가를 향해 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경사지게 하는 게 기본이다.


물고랑은 플라이 안쪽, 달리 말하면 처마 안쪽으로 파야 한다. 만약 플라이 경계선 바깥쪽으로 파게 되면 플라이를 타고 고랑 안쪽으로 흘러내린 물이 텐트 본체 바닥을 적시게 된다.


텐트 안에 짐을 잘 정리해 놓는 것도 중요하다. 텐트 안은 가급적 취침에 필요한 장비 외에는 넣지 않는 것이 쾌적한 캠핑 생활을 위해 좋다. 야영 중 잘 사용하지 않을 장비는 환기 외의 목적으로는 이용하지 않는 뒷문과 플라이 사이에 놓아두도록 한다. 이때에도 장비가 플라이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플라이에 닿아 있는 장비는 비가 내리면 젖어들 뿐만 아니라 수로 역할을 함으로써 다른 장비까지 젖게 한다.


 
▲ 물가 캠핑은 낭만적이기도 하지만 폭우로 물이 불어날 경우 악몽같은 상황을 겪어야 한다. 내연산 보경사 계곡 상류.

폭우 속에서도 조리 쉬운 식단으로 준비
애초 우중산행을 계획했다면 식단을 짜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한다. 무엇보다 폭우 속에서도 조리가 쉬운 메뉴를 선택한다. 굳이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면 내용물을 집에서 완벽하게 준비해서 가져간다.


수시로 사용해야 하는 취사구나 그날 먹을 음식은 입구 쪽에 놓아두는 게 바람직하다. 코펠과 버너 역시 비가 맞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버너는 젖으면 다시 불을 피울 때 애를 먹을 수밖에 없고, 코펠 역시 밖에 내놓은 상태에서 비를 맞으면 흙탕물이 튀어 빗속에 물가나 샘에 가서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미리 물주머니를 준비한다면 빗속에 텐트 밖으로 나가는 번거로움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야생동물의 기습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특히 수가 많아진 멧돼지에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까이 다가설 거리를 없애야 한다. 그중 음식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 식사가 끝난 다음 음식은 주머니 같은 데에 넣어 나무에 매달아두거나 코펠에 넣고, 본체와 플라이 사이에 옮겨놓은 다음 돌멩이로 뚜껑을 눌러놓도록 한다.


이와 더불어 쓰레기를 가급적 줄이고, 남은 쓰레기는 음식물과 분리해 반드시 쓰레기장으로 옮겨놓도록 한다. 또한 가급적 세제 사용을 절제, 강물이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자연은 후손들에게 계속 물려주어야 할 산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