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내소사 전나무 숲길] 모든 걸 소생시키는 150살 전나무 숲
- 입력 : 2012.10.18 04:00
전북 부안 내소사 전나무 숲길
"쏴~ 쏴~."
초가을 숲 속을 스치는 바람이 전나무잎을 스치며 마치 파도 치는 것 같은 소리를 만들어냈다. 사찰 일주문에 들어서자 하늘을 찌를 듯 30~40m 높이의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나를 에워싼다. 울창한 터널을 이룬 전나무 숲길은 사찰 앞까지 600여m 이어진다.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 자리한 고찰(古刹) 내소사(來蘇寺) 앞 전나무 숲길이다. 숨을 크게 들이쉬니 전나무 특유의 맑은 향내음이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드는 듯하다. 바람이 부니 향이 더 진하게 코끝을 파고든다. 숲길을 따라 곳곳에 펼쳐진 풀밭에 소풍 나온 연인이나 가족 나들이객들의 모습이 정겹다.
전나무 숲길은 150여 년 전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에 이르는 길에 심은 전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면서 만들어졌다. 내소사 전나무 숲은 월정사, 광릉 수목원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힌다. 변산반도 남쪽에 자리한 청정자연 지역이라 밤이면 별들이 쏟아지고 나무들 사이로 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고 한다. 때마침 발갛게 물들어가는 능선과 노랗게 익은 감들이 가을 소식을 전해준다.
- 변산반도 내소사 앞 전나무 숲길을 찾은 연인들이 산책을 하고 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canyon@chosun.com
사찰은 전나무 숲길 양옆으로 이어지던 야트막한 능선이 끝나는 지점, 능가산 관음봉의 장대한 암봉(巖峰)이 병풍처럼 에워싼 곳에 자리하고 있다. 내소사는 '여기에 들어오시는 분은 모든 일이 다 소생(蘇生)되게 하여 주십시오'라는 염원을 담아 혜구두타 스님이 백제 무왕 34년(633년) 창건했다. 사찰로 들어가는 전나무 숲을 걷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지친 심신이 새로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다.
사찰 경내에는 새끼줄과 오색줄을 칭칭 감은 1000년 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버티고 있다. 매년 주민들과 스님들이 당산제를 지내는 '할아버지 당산나무'다. 일주문 입구에 있는 700년 된 느티나무는 '할머니 당산나무'라고 한다.
- 내소사 대웅보전의 꽃무늬 문살. 섬세하게 조각돼 꽃들이 살아있는 듯하다.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대웅보전 법당 안 부처님을 모신 불단 뒤쪽에는 벽 전체 가득 백의(白衣)관음보살좌상이 그려져 있다. 국내에 남아 있는 백의관음보살좌상 중 가장 크다. 이 관음보살의 눈을 보고 걸으면 눈이 따라오고, 그 눈을 마주치면서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내소사를 찾는 많은 이는 저마다 소원을 기원하며 백의관음보살좌상 앞에서 두손을 모은다.
내소사에서 출가하고 설법한 해안대종사(海眼大宗師)는 '나를 찾는 구도(求道) 여행'을 이렇게 노래했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香)을 사르고/산창(山窓)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어도 좋다//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구태여 시(詩)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시 '멋진 사람' 중)
대웅보전에 얽힌 또 하나의 전설. 법당을 완공하고 단청을 하기 위해 화공이 법당으로 들어가면서 "단청을 끝내고 나올 때까지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한 달이 되도록 화공이 나오지 않자 호기심 많은 한 스님이 살짝 법당 안으로 들어갔더니, 화공은 보이지 않고 영롱한 새(觀音鳥·관음조) 한 마리가 입에 붓을 물고 날아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스님을 본 새는 단청을 미처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날아가 능가산 중턱에 앉았는데, 그 자리에 세워진 것이 관음전이라고 한다. 내소사는 이 전설을 바탕으로 템플스테이 일정 중 하나로 '그림 그리는 새'라는 단청 그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곰소항 인근에 있는 곰소염전. 이곳에서 만든 천일염을 사용한 젓갈 맛이 일품이다. / 유창우 영상미디어 기자
내소사는 특히 '자연과 하나 되기'라는 트레킹 템플스테이로 유명하다. 사찰에 머물면서 산과 계곡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프로그램이다. 내소사를 출발해 직소폭포, 제백이고개, 관음봉 삼거리, 전나무 숲을 거쳐 다시 사찰로 돌아오는 코스다. 내소사 주지 진학 스님은 "우리 조상들이 호연지기를 기르기 위해 산과 들판을 걸으며 수련하던 것을 사찰에 맞게 바꾸어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내소사 뒤쪽 산능선에 있는 청련암에서는 변산반도 곰소항 바다가 멀리 내려다보인다. 내소사에서 곰소항을 잇는 국도변에는 코스모스가 한 무더기로 피어 있다. 곰소는 드넓은 염전에서 만들어내는 천일염과 근해에서 나는 신선한 어패류를 발효한 젓갈이 유명하다. 곰소항에는 각종 젓갈을 만드는 단지가 만들어져 있다. 식당에서 내는 젓갈정식에는 향과 맛이 다른 10여종의 젓갈이 나온다. 곰소에서 채석강까지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갯벌을 구경할 수 있다. 발길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아무 데나 멈춰서도 좋다.
■여행 수첩
서해안고속도로 줄포IC→보안사거리에서 좌회전→곰소→내소사. 호남고속도로 정읍IC→김제·부안방면→고부→줄포→보안사거리에서 좌회전→곰소→내소사
●내소사 괘불제: 내소사에서는 27일 불교종합예술제인 제1회 괘불재(掛佛齋) 및 10회 가을 산사음악회가 열린다. 대웅보전 앞에 당간지주를 세운 후 조선 숙종 26년(1700년) 만들어진 영산회상 괘불탱화(높이 10.5m, 폭 8.17m, 보물 1268호)를 걸어놓고 예불을 올린다. 내소사 괘불탱화는 날씬하고 세련되게 보이는 체구와 화려한 옷 문양, 화려한 채색 등으로 유명하다. 산사음악회에는 도신 스님, 가수 김태곤·안치환, 포크그룹 ‘자전거 탄 풍경’, 국악인 박선옥, 퓨전국악팀 ‘아이리아’ 등이 출연한다.
●내소사 템플스테이 문의 및 예약: www.naesosa.org, (063)583-3035
●부안 관광안내소: (063)580-4434
'▣산행·도보여행정보☞ > ♡ 산행·여행 지도 &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여행] 경기관광공사추천! 전철타고 가을단풍 산책가요 (0) | 2012.10.19 |
---|---|
[경기도 단풍 명소]'오색의 향연' 단풍의 자태를 만난다 (0) | 2012.10.19 |
바다, 한잔의 소주와 같은 바다였다… 그 바다가 있는 곳. 묵호 (소설 '묵호를 아는가'中) 논골 마을 담벼락엔 묵호항 사람들 이야기 담은 벽화 (0) | 2012.10.18 |
[횡성여행]가을 정취 만끽… 횡성으로 힐링여행 떠나요<스포츠월드> (0) | 2012.10.14 |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 선정 - 문화부ㆍ관광공사 (0) | 2012.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