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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좋은 힐링 숲길 ⑤ 최북단 화진포 가는 길

by 맥가이버 Macgyver 2013. 9. 4.

걷기 좋은 힐링 숲길 ⑤ 최북단 화진포 가는 길

[중앙일보] 입력 2013.09.03 06:52

푸른 동해 지키는 하얀 등대 지나 고운 모래밭 걸어요

 

 바다가 만들어낸 모래톱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화진포 호수길.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쭉 뻗은 길이 ‘해파랑길’이다. 부산에서 경북 영덕, 강원도 삼척·강릉을 거쳐 고성에 이른다. 푸른 동해 물결을 따라 장장 770㎞에 걸쳐 이어진다. 그 끝은 대한민국 최북단이다. 힐링트레일 전문여행사 블루라이프는 금강산에서 열릴 이산가족 상봉을 앞두고 대한민국 최북단 길을 걷기로 했다. 통일의 염원을 품은 최북단 길 중 거진항에서 화진포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거진리에 위치한 거진항은 1980년대 명태의 황금어장이었다. 당시 전국 명태의 60% 가량을 거진항에서 잡아 올렸다. 거진항 입구에는 화강암으로 빚어진 소년상이 명태를 들고 서 있다. 명태로 활력 넘친 거진항의 옛 성세(成勢)를 되찾고 싶어하는 듯하다. 거진항을 지나 항구 뒷편에 야산이 있다. 소나무들이 빽빽히 자라있다. 거센 동해 바람을 맞아서인지 꾸불꾸불 휘어진 소나무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이 곳을 밝히는 하얀 등대는 거진항의 명물이다. 등대 아래 뻗어 있는 국도는 바다 풍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해오름 전망공원에 다다른다. 십이지신상이 늘어서 있다. 인어상을 비롯, 돌로 만든 각종 조각작품을 전시해 놓은 산상 정원이다. 마치 로마시대 정원을 연상케한다. 동해가 보이는 이 길은 해안도로를 거쳐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 화포리의 화진포로 이어진다. 화진포호는 강물에 실려온 모래가 바닷물에 부딪히면서 길게 모래톱을 형성한 자연호수이다. 둘레가 16㎞나 되는 동해안 최대 호수이다. 잔잔한 호숫가에는 붉은 해당화가 가득 피어있다. 미류나무 잎사귀를 스쳐온 바람이 길게 자란 갈대들을 마구잡이로 흩뜨리며 지나간다.

이 화진포 호수길은 금강소나무가 모여 있는 화진포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금강소나무가 가득한 숲 속에 운치 있는 건물이 있다. 바로 ‘김일성 별장’과 ‘이기붕 별장’이다. 이 곳 화진포는 6·25전쟁 이전에 북한이 소유한 땅이었다. 해안 절벽 위 소나무 숲에 자리 잡은 ‘화진포의 성’은 1938년 건립된 후 예배당으로 사용돼 왔다. 이 곳을 ‘김일성 별장’이라 부르는 까닭은 고 김일성 북한 주석이 가족들과 종종 묵고 갔기 때문이다. 이기붕 전부통령의 별장 역시 과거 북한군의 귀빈휴양소로 이용될 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화진포 바다는 모래가 곱기로 유명하다. 초가을 고운 모래를 밟으며 걷는 바닷가는 금강소나무 숲으로 이어진다. 숲엔 산책하기 좋게 부드러운 모래가 깔린 오솔길이 길게 나 있다. 파도소리를 듣고 금강소나무의 자태를 보며 힐링의 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이 길은 화진포 호수의 섬에 지어진 ‘이승만 별장’으로 향한다. 거대한 호수의 풍광이 펼쳐지는 곳에 위치한 작은 집이다. 1954년 지은 후 이승만 전대통령 부부가 수시로 찾아왔다. 별장 안엔 집무실과 침실·거실이 있다. 이 전대통령 부부의 모습을 닮은 밀랍인형과 함께 침대·낚시도구·옷·여권·편지 등 유품 53점이 전시돼 있다.

산·바다·호수·섬·숲과 기암괴석이 있는 화진포 가는 길은 여기서 끝을 맺는다. 이곳에서 차로 20분 넘게 북쪽으로 달리면 고성군 명파리에 위치한 우리나라 최북단 식당이 있다. 돌아오는 길에 비무장지대 안 ‘건봉사’도 둘러볼 수 있다. 진신사리(석가모니 몸에서 나온 사리)를 보관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사진 블루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