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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전라 도보후기☞/☆ 거제도의 산&길

근교산&그너머 <708> 거제 포록산~동망산

by 맥가이버 Macgyver 2020. 6. 23.

근교산&그너머 <708> 거제 포록산~동망산

거제 명산들 호위받는 작지만 아늑한 솔산

해발 300m 넘지 않고 총거리 8㎞ 남짓

융단 같은 등산로 주변 해송 홍송 군락

조망 빼어나고 삼림욕 효과도 '톡톡'

 

거가대교 개통 이후 거제도 산들이 한층 가까워졌다.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계룡산을 비롯해 노자산 가라산 선자산 가라산 망산 국사봉 옥녀봉 대금산 북병산 등 많은 유명한 산이 포진해 있는 거제도가 이제는 마치 옆 동네처럼 여겨지고, 이들 산 역시 자연스럽게 동네 뒷산으로 다가온다. 사시사철 산을 찾아가는 부산 울산권 산꾼들에게는 참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거제 동부면의 동망산 전망바위를 지나고 있다. 멀리 보이는 능선 왼쪽부터 노자산 선녀봉 가라산 등이 바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호쾌하다.
거제도의 명산으로 꼽히는 곳은 대부분 해발 400~600m대의 높이에 암릉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산행로 정비는 깔끔하게 이뤄져 있지만, 가족이 함께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거제도에도 비록 낮지만, 솔숲이 우거져 삼림욕을 원 없이 즐길 수 있고 조망이 빼어나며 마치 산책을 하듯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나들이 산행지가 많다.

이번 주 '근교산 & 그 너머' 취재팀이 찾아간 거제시 동부면의 포록산(抱鹿山·280.7m)~동망산(東望山·287m) 연결 코스도 바로 그런 산들 가운데 한 곳이다. 웬만큼 거제도 산에 대해 정통한 산꾼이라도 이 산들의 이름을 들어본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세간에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산들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숨어 있던 근교산'인 셈이다.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져 있는 포록산과 동망산은 거제도 지형도를 놓고 보면 중앙에서 서쪽 해안으로 치우쳐 있는 곳에 있다. 그만큼 거제 서부 해안과 남해군 방향 조망이 좋은 곳이다. 그리고 이들 산이 연결된 크지 않은 능선 주변에는 바다인 서쪽만 제외하면 북쪽으로 산방산, 북동쪽으로 계룡산 선자산, 남동쪽으로 노자산 가라산이 호위하듯 둘러 서 있어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사실 포록산과 동망산은 말 그대로 거제 동부면의 작은 야산에 불과했고 산행객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면사무소 측이 2009년에 희망근로사업으로 산행로 정비를 마무리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산행로가 개설돼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있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산행은 동부면 소재지인 산양리 오망천교 앞에서 시작, 가배리 덕원해수욕장 인근의 KT거제수련원에서 마무리한다. 코스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오망천교~삼거리 중간 등산안내판~능선 갈림길~윗재~포록산 정상~안부사거리~양지 갈림길~영북 갈림길~동망산 정상~전망바위~갈림길~동망산 봉수대~KT거제수련관 순이다. 총 거리 8.2㎞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 걸린다. 휴식 포함 4시간 정도면 산행을 마치고도 남는 여유로운 코스다.

동부면 산양리 오망천교 앞에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산양약수터가 있다. 이곳에서 식수를 준비한다. 포장도로가 Y자로 갈라지는 중간 지점에 등산 안내도 뒤로 산행로가 열려 있다.

완만한 오르막. 길은 더없이 순탄하다. 아름드리까지는 아니지만, 둥치 지름이 30~40㎝가량 되고 키도 20m가 넘는 곧은 소나무들이 산행로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어 겨울 산이지만 솔향이 진동한다. 이 같은 소나무 숲은 산행 내내 계속된다. 포록산과 동망산은 남도의 산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울 정도로 빽빽한 소나무 군락지다. 해송과 홍송이 섞여 있지만 애써 구분해서 무엇할까. 그 흔한 소나무 재선충 치료제 한 번 맞은 흔적 없이 그저 이렇게 싱싱하고 의연한 모습으로 숲을 이룬 채 살아 있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포록산 정상. 계룡산과 산방산이 보인다.
소나무 터널처럼 아늑한 길을 따라 15분쯤 오르면 해발 142m인 능선 갈림길. 우측은 오망천교 인근으로 내려서는 길이고, 왼쪽 주능선이 취재팀의 진행 방향이다.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계속되는 소나무 숲길. '사슴을 끌어안고 있는 산'이라는 의미의 '포록산'이라는 명칭과 참 잘 어울리는 길이다. 곧바로 임도처럼 널찍한 길을 만나고 3분만 더 가면 사거리인 윗재에 닿는다. 우측은 오송리로 내려서는 길이고 진행 방향은 포록산 방향으로 직진.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15분가량 삼림욕 하듯 걷다 보면 어느새 포록산 정상에 닿는다. 동그랗고 자그마한 정상 석이 앙증맞게 자리한 포록산 정상에서의 조망이 빼어나기 이를 데 없다. 단순히 산의 높이와 풍광이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거제만의 푸른 바다와 산방산 계룡산 선자산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 아래 거제면 들판도 한눈에 들어온다.



포록산에서 동망산으로 가는 능선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아늑한 길이다.
포록산 정상을 지나면 일단 내리막. 고운 융단을 깔아놓은 것 같은 포근한 숲길을 따라 10분쯤 내려서면 안부의 동호리 갈림길에 닿는다. 우측으로 약 400m만 내려서면 동호리에 닿을 테지만 곧바로 직진한다. 6분쯤 가면 양지 갈림길, 이어서 영북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계속 직진해 짧은 오르막을 치면 전방이 탁 트이는 둥그스름한 봉우리에 닿는다. 이곳이 바로 지형도상에 한자로 동망산이라 표기된 곳이다. 해발 287m인 이 봉우리에서는 남쪽으로 율포만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길은 좌우로 갈린다. 왼쪽은 율포고개(일명 밤개재)를 거쳐 노자산까지 이어 가는 길이지만, 진행 방향은 이정표에 'KT 2.0㎞'라고 표시된 우측이다. 지나온 길처럼 융단 같은 길이 아니라 조금은 울퉁불퉁한 바위길이지만 걷는데 큰 지장은 없다. 10여 분 내려가면 우측이 탁 트인 전망대. 산행로 주변에는 그동안 좀처럼 보이지 않던 크고 작은 바위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어서 5분 만에 안부를 지난 후 만나는 전망바위에 올라선다. 오른쪽으로 우회해도 되지만 이번 산행 코스 중 최고의 전망을 보여주는 이 바위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오르기도 어렵지 않으니 지나친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포인트다. 전망바위에 오르면 발아래 율포만과 율포리 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는 왼쪽에서부터 노자산과 마늘바위 선녀봉(뫼바위) 가라산 등 거제 남쪽의 명산들이 이어서 달리고, 우측 맨 끝에는 망산이 용의 꼬리처럼 오똑하게 솟은 모습이 드러난다. 절로 입이 벌어지는 멋진 풍광이다.

전망바위를 지나 살짝 내려선 후 짤막한 오르막을 치면 12분 후 갈림길에 닿는다. 왼쪽은 율포마을로 하산하는 길이고 우측은 KT 수련원 방향이다. 우측으로 50m만 가면 봉수대가 있다. 가라산 봉수대의 신호를 받아 내륙으로 연결해주던 봉수대의 유적이 남아 있다. 이곳이 바로 동망산 봉수대. 지형도에는 한글로 '동망산'이라 적혀 있는 해발 289.1m 삼각점 봉이다. 하산길은 간단하다. 봉수대에서 계속 내리막을 타면 체육공원이 있는 등산로 입구를 거쳐 날머리인 KT 거제수련원까지 15분이면 충분하다.


◆ 떠나기 전에

- 산행 후 거제자연예술랜드 산방산비원 등 둘러볼 만

거제 포록산~동망산 산행은 사실 걸음 빠른 사람이라면 2시간30분 정도에 마무리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코스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장쾌한 능선이나 깊은 계곡을 걷는 맛은 기대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아늑한 솔숲을 걸으며 산책하듯 산행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누구나 갈 수 있고, 특히 가족 산행지로 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산이다.

이렇게 산이 작고 가벼운 코스이다 보니 주변의 가볼 만한 곳도 함께 둘러보는 나들이 산행으로 계획하면 좋다. 들머리인 동부면 소재지에서 차를 타고 학동 방향으로 5분만 가면 넓은 저수지에 오리배가 떠 있는 거제 자연예술랜드가 있다. 한 개인이 30여 년간 정성 들여 모으고 키운 각종 분재와 식물들이 수천 점의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또 동부면에서 거제면을 거쳐 둔덕면 방향으로 15분쯤 가면 산방산비원과 청마 유치환 생가, 청마기념관이 있다. 거제 10대 명산 중 한 곳인 산방산 자락에 있는 산방산비원 역시 이 지역에서 태어난 한 개인이 서울 등 객지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 세운 '비밀의 정원'으로 통하는 곳이다.


◆ 교통편

- 거가대교 경유 고현행 버스 이용 후 동부면 행 버스 환승

거제 고현으로 간 후 동부행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거가대교를 경유, 거제 고현으로 가는 직행버스는 오전 6시40분부터 오후 8시까지 40분~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교통 혼잡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평상시 속도를 고려하면 1시간20분쯤 걸린다. 요금 6700원. 고현버스터미널에서 동부면 동부농협 앞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수시로 있으니 교통편은 간편하다.

산행 후 가배리 KT수련원 앞에서는 52, 53, 53-1, 54번 버스를 타고 고현터미널로 갈 수 있다. 하루 7회 운행. 오후 1시40분, 오후 2시45분, 오후 4시30분, 오후 6시45분 등에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 거가대교를 거쳐 거제도로 진입한 후 새로 개통된 거가대교 접속도로를 탄다. 도로 표지판에서 고현 통영 방향 14번 국도 표시를 보고 우측 램프로 내린 후 고현읍을 지나 통영 방향으로 계속 14번 국도를 따른다. 사곡삼거리에서 동부 방향 이정표를 보고 우측 램프로 빠져나간 후 좌회전, 동부 거제면 방면으로 간다. 거제면 삼거리에서 1018번 지방도를 따라 동부 방향으로 10분쯤 가면 동부농협 인근 삼거리가 나온다. 율포 방향으로 우회전 100m만 가면 오망천교 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 공터 주변에 주차하면 된다. 문의=주말레저팀 (051)500-5169 김형규 산행대장 011-850-7272

출처 : 국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