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교산&그너머 <704> 거가대교 개통 특집-거제 가라산
더 가까워진 거제 최고봉… 한려수도 비경 거침 없네
학동서 올라 다대마을 하산 약 8㎞ 코스
거제 10대 명산 중 가장 높은 봉우리
정상부 억새밭 운치·일망무제 풍광 압권
암봉인 선녀봉 경유 산행 재미 한층 더해
대한민국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도에는 10대 명산으로 불리는 산들이 있다. 이 산들은 저마다 빼어난 풍광과 독특한 산행의 맛을 품고 있는 까닭에 거제도라는 섬은 휴양객뿐 아니라 부산을 포함한 전국의 산꾼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동안 부산에서 거제도의 산으로 산행하려면 남해고속도로를 거쳐 마산에서 신거제대교에 이르는 국도를 통과해야 해 시간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주말이면 마산~통영 구간은 상습 교통체증 발생으로 악명이 높은 터여서 쉽사리 산행에 나서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거제 최고봉인 가라산 산행 도중 중간 경유봉우리인 선녀봉(뫼바위)에서 학동몽돌해수욕장 쪽 풍경을 살피고 있다. 취재팀 왼쪽 멀리 보이는 섬은 외도, 오른쪽 으로 뻗어나간 줄기는 해금강이다.
하지만 오는 14일부터 가덕도와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가 본격 개통됨에 따라 그 같은 부담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140㎞에 달하던 부산~거제 간 거리가 불과 60㎞ 이내로 줄어들고, 이동 시간도 2시간30분~2시간50분 정도 걸리던 것이 불과 50분 이내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산꾼들에게 거가대교의 개통은 '어느 산을 가더라도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하는 청정 남해안의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을 마음껏 조망할 수 있는 거제도의 명산들로 향하는 부산 산꾼들의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는 의미로 반갑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은 거가대교의 개통을 앞두고 거제도 명산 탐방에 나섰다. 그동안 근교산 팀은 거제도 10대 명산 중에서 산행 구간이 너무 짧은 앵산을 제외한 대부분을 한 차례 이상 답사, 코스 정보를 독자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이제 관념적인 측면뿐 아니라 실제 부산과 거제도의 거리가 가까워졌다는 것을 고려하면서 다시 한 번 거제도의 산으로 발길을 옮긴 것이다. '거제도 산의 재발견' 정도로 해석해도 되겠다.
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이 같은 의미에서 취재팀이 다시 찾아간 산이 거제도 최고봉인 가라산(加羅山·585m)이다. 흔히 '거제의 진산'을 시 청사가 자리 잡은 신현읍 일대에 우뚝 솟은 암봉인 계룡산(鷄龍山·566m)으로 칭한다지만, 엄연히 가라산이 거제도의 최고봉이자 수봉(首峰)인 것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가라산은 단독 산행지로는 제대로 취급을 받지 못했다. 산꾼 대부분은 흔히 노자산(老子山·565m)과 묶어서 '노자~가라 종주'라는 이름으로 가라산을 그저 거쳐 가는 산쯤으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혹은 '망산~가라산'으로 묶어서 산행하기도 한다. 솔직히 취재팀 역시 '노자~가라'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적도 있다. 가라산이 거제 10대 명산 중에서 키 높이로 보면 가장 첫손가락에 꼽히면서도 이처럼 조금은 서러운 신세가 된 이유는 다른 산들에 비해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미가 뒤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많은 산꾼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방이 확 트이지 못하고 정상 주변의 일부에 잡목이 빼곡했던 탓이리라. 하지만 이 같은 평가도 옛말이 됐다. 산행로 정비 사업과 맞물려 가라산 정상부의 잡목들도 많이 제거됐기 때문에 이제는 여느 산보다 뛰어난 조망을 자랑한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육산인 까닭에 걷는 재미가 덜하다는 평가는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다. 혹시라도 아쉬움이 남을 산꾼들을 위해 조망과 암릉미까지 갖춘 선녀봉(490m·일명 뫼바위)을 경유하는 코스로 엮었다. 뫼바위로도 불리는 선녀봉은 가라산과 노자산 중간쯤에 솟은 암봉이다.
몽돌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동부면 학동리 거제 학동 학생야영수련원을 들머리 삼아 선녀봉을 거쳐 가라산 정상에 오른 후 망등까지 갔다가 남부면 다대리 다대교회 앞까지 가는 구간이다. 코스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학동 학생야영수련원(우리슈퍼 오른쪽 길로 진입)~갈림길~조밭골~뫼바위 이정표(거제지맥 주능선 합류)~선녀봉(뫼바위)~진마이재~쉼터~억새밭 갈림길~가라산 정상~헬기장~망등 앞 갈림길~전망대~학동재(왼쪽 길 선택)~농장~다대분교(폐교)~다대교회 앞 순이다. 총 거리 8.2㎞에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40분 정도 걸린다. 휴식 시간을 포함해도 5시간 내에 마무리하고도 남을 정도로 여유 있는 코스다.
가라산 등반 도중 되돌아본 노자산(왼쪽)과 선녀봉.
학동삼거리에서 해금강 방향으로 300m쯤 가면 거제 학동 학생야영수련원이 나온다. 그 오른쪽에 '우리슈퍼'라는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있다. 산행은 우리슈퍼 오른쪽의 콘크리트 마을 길로 접어들면서 시작된다. 고개를 들면 우뚝 솟은 산이 좌우로 보이는데, 왼쪽의 암봉은 선녀봉(뫼바위)이고 오른쪽 멀리 노자산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벼늘바위가 있다. 마을 안쪽의 펜션들을 지나며 4분쯤 가면 직진하는 계곡 옆 흙길과 우측으로 꺾여가는 콘크리트 길이 갈라지는 갈림길을 만난다. 이곳에서 콘크리트 길을 버리고 직진하는 등산로를 택해야 한다. 걷기에는 참 좋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길가에는 비자나무와 삼나무 등이 자라 있어 마치 휴양림 속에서 산책하는 기분이다. '경남소방 119 구조위치 거제 2-3' 표지 목을 지나서 계곡을 살짝 건너면 밀양 박씨 묘. 갈림길에서 17분 걸렸다. 무덤을 지나 외길을 35분쯤 천천히 오르면 거제지맥 주능선 상의 뫼바위 이정표에 닿는다. 대피소 겸 쉼터가 있다. 오른쪽으로 가면 노자산, 왼쪽(남쪽)으로 가면 가라산 방향이다. 왼쪽으로 꺾는다. 선녀봉으로 오르는 오르막인데, 눈앞에 집채만 한 암봉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로프나 안전봉을 잡거나 사다리를 이용해 암봉인 선녀봉에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천혜의 조망이 드러난다. 특히 동쪽의 학동 몽돌해수욕장과 외도 해금강 및 바람의 언덕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가라산 정상부, 북쪽으로는 노자산 정상부와 전망대 벼늘바위 마늘바위 등이 고스란히 시야에 잡힌다. 좀 더 멀리 계룡산과 선자산 북병산 등 거제도의 명산들과 멀리 가덕도 연대봉도 눈에 들어온다. 또 서쪽으로는 한산도와 비진도 통영 미륵산 등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이번 산행 중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멋진 풍광이다.
한 산꾼이 가라산 인근 선녀봉에서 풍경을 즐기고 있다.
선녀봉에서는 살짝 왼쪽으로 틀어 내려서는 듯하다가 다시 주능선 마루금으로 합류해 길을 진행한다. 산성 터 흔적이 있는 구간을 지나고 작은 언덕처럼 생긴 425봉을 넘어 진마이재까지는 편안한 능선길의 연속. 20분 걸린다. 진마이재는 교차로 역할을 하는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대밭골을 거쳐 학동해수욕장 남쪽 내촐마을의 천연기념물 제233호 동백숲 및 팔색조 번식지 부근으로 하산할 수 있고, 오른쪽은 탑포마을 위 1018번 지방도로 내려가는 길이다. 취재팀은 직진, 가라산 정상으로 향한다. 가팔라 보이지만 길이 순해 별로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30분이면 정상 100m 못 미친 갈림길. 억새밭에서 한 무리의 산꾼이 이른 야영을 준비 중이다. 왼쪽으로 내려서면 다대저수지를 거쳐 다대마을로 하산하는 길이지만, 정상 방향인 오른쪽으로 향한다. 1분 후 널따란 헬기장 옆에 정상 석이 서 있는 정점에 닿는다. 동쪽 일부를 제외한 모든 방향으로 전망이 확 트인다. 이곳에서 바라본 망산 및 대소병대도 일대와 햇살에 반짝이는 푸른 바다의 풍광은 가히 압권이다.
가라산 망등에서 바라본 거제도 남단의 오후 풍경.
정상 헬기장을 지나 200m쯤 가면 또 다른 헬기장 갈림길. 우측은 탑포마을 쪽 하산길이지만 직진한다. 1분 후 망등 이정표. 직진하면 팔각정에 올라 망산 및 저구항 일대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다. 이정표에서 왼쪽 내리막으로 길을 잡는다. 5분 뒤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는 또 하나의 전망대. 다대만과 다대마을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저구고개와 망산 대병대도가 드러나고 왼쪽으로는 해금강과 신선대 일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조금 가파른 길을 따라 내려서면 15분 후 학동재 갈림길. 우측으로 가면 거제지맥 능선을 따라 다대산성 저구고개를 거쳐 망산까지 갈 수 있지만, 취재팀은 왼쪽 다대마을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는다. 한적함이 묻어나는 평화로운 산길이다. 길바닥에는 낙엽이 수북해 초겨울 남도의 산들이 갖는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30분쯤 수월하게 내려서면 길이 넓어지면서 마을로 접어든다. 농장을 지나고 명사초등학교 다대분교(폐교) 정문을 지나면 14번 국도 변 다대교회 앞에 닿는다. 버스정류소 옆에 '가라산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 떠나기 전에
- 산행 후 해금강 신선대 등 주변 둘러보기 좋아
가라산 정상석
거제도 최고봉인 가라산 산행은 사실 걸음 빠른 산꾼이라면 휴식을 포함해도 4시간 내에 끝낼 수도 있는 수월한 코스다. 산행을 일찍 마무리한다면 주변의 절경을 감상하면서 여유를 부려보는 것도 좋다. 들머리인 학동과 날머리인 다대마을 사이에 바람의 언덕, 해금강, 신선대 등이 있어 산행과 여행을 겸할 수 있다. 또 학동 흑진주몽돌해수욕장에서 겨울 바다를 보며 해변 산책을 즐기는 것도 가라산 산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혜(?)라고 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아이젠 등 안전 장비는 휴대해야 한다. 또 암봉인 선녀봉(뫼바위) 주변은 항상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안전 산행에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산행 코스도 취재팀과 같이 학동재에서 다대마을로 하산하지 않고, 다대산성을 거쳐 저구고개까지 이어가거나 망산까지 좀 더 연장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저구고개까지 연장할 때 40분, 망산까지 올랐다가 명사해수욕장 쪽으로 하산할 경우는 2시간 이상 더 소요된다는 점은 알아둬야 한다.
◆ 교통편
- 14일부터 거가대교 경유 부산~거제 버스 운행
거가대교 개통일인 14일부터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ARS전화 : 1577-8301)과 거제를 오가는 시외버스가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다. 부산 서부시외버스터미널∼거제·통영, 경남 김해∼거제·통영, 울산∼거제·통영 등을 오가는 7개 시외버스 노선이 거가대교를 운행할 수 있도록 노선변경 인가가 된 것이다.
부산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신평역과 거가대교를 거쳐 장승포까지 가는 시외버스는 하루 왕복 18회 운행되고, 고현을 거쳐 장승포까지 가는 시외버스도 왕복 27회 운행된다. 또 서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김해공항을 경유해 장승포까지 가는 버스도 하루 왕복 15회 운행한다. 요금도 기존 1만5500원(장승포 종점 기준)보다 저렴한 9000~1만 원 선에 결정될 전망이다. 들머리인 학동까지는 고현이나 장승포에서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고현에서는 해금강행 55번 또는 56번 버스를 타면 되는데 오전 7시50분, 9시35분 11시35분 등에 있다. 장승포터미널 앞에서는 능포발 학동행 65번 버스를 탄다. 오전 9시20분, 낮 12시15분에 있다. 또 능포발 홍포행 66번 버스도 이용 가능한데, 오전 10시20분에 탈 수 있다. 산행 후 다대 버스정류소에서는 다소 불편한데, 홍포에서 능포로 가는 66번 버스 막차가 오후 4시10분쯤 있다. 이 버스를 놓치면 곤란하다.
자가용을 이용할 때 거가대교를 건너 장목IC에서 내린 후 58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옥포에서 국도 14호선 장승포 해금강 방면으로 합류, 학동마을까지 간다. 장목에서 학동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학동에 주차할 장소가 많다. 산행을 마치고 차량을 회수할 때는 홍포발 능포행 66번 버스를 다대버스정류소에서 오후 4시10분에 타야 한다. 막차라는 점 유념하자.
문의=국제신문 주말레저팀 (051)500-5169
출처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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