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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글 모음

담쟁이에 대한 소고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11. 1.



 


 

담쟁이에 대한 소고 

                           

                                 - 이주환


담쟁이는
담을 넘어서려고 자라는 것이 아니다.

담쟁이에게 담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의 대상일 뿐이다.

담쟁이를 볼 때
정복이나 지배같은 남성적 시각으로 이해하는 것은
오류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담쟁이는 담을 사랑하기에
초록빛 천연화장품으로 그의 얼굴에 기초화장을 하고
가을날이면 붉은빛으로 색조화장을 해주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는
자신은 헐벗어가도 더운 가슴으로
찬바람을 막아주려고
꼬옥 감싸 안아주는 것이다.

담이라는 존재가
자존감의 근본이기에 여인의 마음으로 세워주려는 것이다.

자기존재의 바탕이기에
어머니의 마음으로 
보호 해주려는 것이다.

작은 바람결에도 파르르 떨던 자신이
담벽과 같이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존재로 바뀐 것이 고마워 그를 지켜주려는 것이다.

그가 덩굴인 이유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인연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기에
그에게 바싹 달라붙어
평생을 힘든
암벽등반을 하며 지내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나뭇잎들이
하늘을 바라볼지라도 덩굴잎이 수직인 것은
태양을 사랑하는 포도알이
해를 닮아 동그란 것처럼
담장을 본받으며 닮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지난 10월 22일 토요일에
백석동천(白石洞天) 찾아가다가 어느 집 담을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