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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떠나 보자 / 원성스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12. 13.

 

 

  

 

떠나 보자 / 원성스님

 

 

외기러기 떠나가듯 떠나 보자
사랑의 향기 짙은 곳으로


어디엔가
눈 맑고 고운 소녀가 물을 건네 준다면
나는 소중한 염주를 쥐여 줘야지

 

바람이 등을 밀어 정처 없이 걷다 보면
늙은 소나무
드넓은 가슴으로 나를 드리워 주겠지

 

떠난다는 것
알 수 없는 미지의 땅으로
첫발을 내딛는다는 것

 

회색빛 하늘이 굳은 의식을 무너뜨리고
차가운 공기가 내 안을 청명하게 하면
그것은 이미 퇴화된 심연 깊은 곳의 감성을
되살리는 생명수와도 같은 것

 

혼자라는 서글픔이 함께 할지라도
고독이란 놈도
때론 훌륭한 도반이 되지
빈 방 한켠 좌복 위에서
작은 봇짐을 매어 본다

 

그토록 마음 속에서 고대하던 오늘
떠나 보자

 

 

 

위 사진은 2005년 12월 9일 관악산 팔봉능선에서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