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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좋은 시 모음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by 맥가이버 Macgyver 2005. 12. 14.

 
 

벗 하나 있었으면 / 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 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 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위 사진은 2005년 12월 9일 관악산 팔봉능선에서 찍은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