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복10 봄날의 사랑 이야기 / 정연복 봄날의 사랑 이야기 / 정연복 사랑은 장미처럼 활활 불타지 않아도 좋으리 사랑은 목련처럼 눈부시지 않아도 좋으리 우리의 사랑은 봄의 들판의 제비꽃처럼 사람들의 눈에 안 띄게 작고 예쁘기만 해도 좋으리 우리의 사랑은 그저 수줍은 새색시인 듯 산 속 외딴곳에 다소곳이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 2011. 4. 10. 진달래 / 정연복 진달래 / 정연복 꽃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삼각산을 오르다가 나목(裸木)들의 더미 속 가녀린 여인의 몸 같은 진달래 한 그루가 몇 송이 꽃을 피웠다 수줍은 새악시 볼 같은 연분홍 고운 빛 그 꽃들은 속삭이듯 말했지 봄이다! 너의 그 가냘픈 몸뚱이 하나로 온 산에 봄을 알리는 작은 너의 생명에서 .. 2011. 4. 10. 봄 / 정연복 봄 / 정연복 늘 수수한 모습의 당신이기에 입술에 진한 루즈를 바르거나 손톱에 매니큐어 칠한 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곤한 잠에 떨어진 당신에게 이불을 덮어 주다가 불현듯 나는 보았네 연분홍 매니큐어 곱게 칠한 너의 발톱 어쩌면 이리도 고울까 마치 꽃잎 같애 진달래처럼 라일락처럼 너의 작.. 2011. 4. 2. 꽃들에게 배우다 / 정연복 꽃들에게 배우다 / 정연복 덩치 큰 꽃이라 뽐내지 않고 작은 꽃이라 기죽지 않는다 인적이 많은 곳에 피든 외딴 구석에 피든 꽃들은 그 모양이 한결같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꽃이든 이름 없는 들꽃이든 꽃들은 그냥 자기답게 핀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묵묵히 제 생명의 길을 가는 꽃들은 모두.. 2010. 8. 8. 코스모스 / 정연복 코스모스 / 정연복 코스모스처럼 명랑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순하게 코스모스처럼 다정다감하게 코스모스처럼 단아(端雅)하게 코스모스처럼 가볍게 세월의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코스모스처럼 꺾일 듯 꺾이지 않으며! 2010. 8. 8. 꽃잎 / 정연복 꽃잎 / 정연복 꽃잎만큼만 살고 싶어라 솜털처럼 가벼운 나비의 애무에도 견디지 못해 온몸 뒤척이다가도 세찬 소낙비의 앙칼진 강탈에는 그 여린 몸뚱이로 꿋꿋이 버티어 내는 저 꽃잎처럼만 살고 싶어라 가볍게, 하지만 가끔은 무겁게! 2010. 8. 8.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낙엽을 밟으며 / 정연복 한철 그리도 푸른빛으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하던 무성한 잎새들 한 잎 두 잎 쓸쓸히 낙엽으로 지면서도 알록달록 폭신한 카펫을 깔아 세상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 아래 제 마지막 생을 바치네. 인생의 사계(四季) 중 어느 틈에 가을의 문턱을 훌쩍 넘어섰으니 이제 이 목숨도 .. 2009. 12. 3. 길 위에 서다 / 정연복 길 위에 서다 / 정연복 세상의 모든 길은 어디론가 통하는 모양이다 사랑은 미움으로 기쁨은 슬픔으로 생명은 죽음으로 그 죽음은 다시 한 줌의 흙이 되어 새 생명의 분신(分身)으로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가만히 머무르지 말라고 길 위에 멈추어 서는 생은 이미 생이 아니라고 작은 몸뚱이로 혼신의 .. 2009. 10. 17. 터벅터벅 / 정연복 터벅터벅 / 정연복 평지에서도 산길에서도 그대의 걸음은 늘 터벅터벅 밝은 햇살 아래에서나 어스름 달빛 속에서도 느긋이 터벅터벅 그런 그대의 모습에서 고요히 뿜어 나오는 여유 있는 느림의 멋! 바람에 구름 가듯 살아온 그대의 남은 생애도 그 멋으로 곱게 물들어라 2009. 8. 31. 산을 오르며 / 정연복 산을 오르며 / 정연복 우람한 산 앞에 서면 나의 존재는 얼마나 작은가! 겸허하게 살자고 다짐하면서도 가끔은 교만이 고개를 치켜드는 아직도 많이 설익은 나의 인생살이를 산은 말없이 가르쳐 주지 높음과 깊음은 하나로 통한다는 것 깊숙이 내려앉기 위해 가파르게 오르는 아름다운 삶의 길을 어제.. 2009. 8.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