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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과 깨달음☞/♡ 山과길의 글·시

산길 오르는 남자 / 전상열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1. 6.

 

 

        산길 오르는 남자 / 전상열   

 

 


 

 

등 구부정한 남자가 산길을 오른다.

배추흰나비 날개처럼 하얀 겨울 산을 오른다.

가파른 한 줄기 산길을 애벌레같이 걸어간다.

능선 길을 붙들고 있는 하늘 끝자락이 미끄러져 내릴 듯하다.


남자는 이따금 휘청거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잠시 오랜 세월 자신을 감당한 두 발을 내려다본다.

머리 위 청솔가지가 털어놓는 백분 같은 눈가루들.

햇빛으로 몸을 밝힌 미세한 것들이 파스처럼 얼굴에 내린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펄렁 돋았다가 묻히는 웃음.


남자는 산봉우리에 몸을 부린다.

이마를 쓰윽쓱 문지른다.

오뚝한 멍덜 위에 몽당연필만한 몸을 곧추세우고 세상으로 가슴을 내민다.

고함을 지른다 세상을 향해.

메아리가 되고 바람에 실려가는 이야기들.

냇내 같은 이야기들.


남자는 다시 배낭을 짊어진다.

이어진 연봉.

멧山 자의 한 획에 발자국을 찍으며 능선을 넘어간다.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파란 하늘 자락을 벌렁벌렁 삼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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