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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보석 같은 길 '남설악 흘림골'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7. 6.

한계령 보석 같은 길 '남설악 흘림골'

 

한계령 보석 같은 길 / 남설악 흘림골~등선대~주전골

 

설악산(1708m)은 한반도 최고 명산이라는 북녘의 금강산(1638m)과 쌍벽을 이룰 만큼 빼어난 자태를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한계령 남쪽에 있어 흔히 남설악이라 불리는 점봉산(1424m)은 온갖 기암괴석이 하늘을 향해 불타오르듯 솟아있고 그 사이를 흐르는 계류엔 수많은 폭포와 담(潭)이 연달아 나타나 선계(仙界)와 같은 곳이다.

그중 남설악의 핵심을 꿰는 흘림골~등선대~주전골~오색약수 코스는 눈과 마음을 놀라게 만드는 비경의 연속이다. 

 


한계령 정상의 휴게소에서 44번 국도를 타고 양양 방면으로 2.5km쯤 내려가면 오른쪽에 흘림골 입구를 알리는 입간판이 서 있다. 주목 벌채 사건으로 1985년 자연휴식년제에 들어간 후 20년간 속살을 드러내지 않다가 2004년에 개방한 흘림골은 1970~80년대 신혼 부부들의 단골 여행 코스였다.
 
흘림골 협곡 깊숙한 곳엔 한 줄기 가는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가 들어앉아 있다. 흘림골 명물인 여심 폭포다. 여성의 은밀한 부분을 닮았는데, 한자 표기가 ‘女心’ 아닌 ‘女深’이니 은근히 외설적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흘림골이란 여심에서 흘러내린 계곡이란 뜻으로 이 폭포수를 받아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 때문에 예전에 신혼부부가 많이 찾았던 것이라고 한다. 산길은 이곳 여심폭포부터 계곡을 벗어나므로 여기서 수통에 물을 담아야 한다.
 
신혼부부 단골 코스였던 흘림골 여심폭포
 
만물상 정상인 등선대(1002m)는 여심폭포에서 가파른 깔딱고개를 30분쯤 올라야 한다. ‘여심폭포 0.3km, 등선폭 0.4km, 등선대 0.4km’ 팻말이 서 있는 고갯마루 삼거리에서 송글송글 맺히는 땀방울을 훔치며 왼쪽 등선대 방향으로 5분쯤 오르면 남설악 최고의 전망을 선사하는 등선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정상은 큼직한 바윗덩이로 이루어져 있어 오르기가 조금 까다롭지만 중간중간에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 조심스레 밧줄을 붙잡고 정상에 오르면 기묘한 형태의 만물상이 와락 달려들고 대청봉은 저 멀리 아득하다. 승용차로 한계령 고갯길을 넘으며 감탄사로 올려다보았던 장관을 여기선 하나도 빠짐없이 내려다볼 수 있다.
 
등선대 조망을 즐긴 후 만약 출발지점인 흘림골로 가려면 고갯마루 삼거리에서 여심폭포 방향으로 되짚어 내려가면 된다. 물론 등선대를 본 것만으로 충분히 가슴 쓸어내릴 수 있었겠지만 기왕이면 주전골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자. 기암절벽과 짝을 이루는 남설악 속살 풍광을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겠는가.
 
주전골로 내려서는 길. 제법 급경사다. 조심스레 발길을 디디다 보면 왼쪽으론 하늘로 쭉쭉 뻗어 오른 기암봉이 나타나 자꾸 눈길을 빼앗는다. 이런 풍광은 무명폭포를 지나 다시 능선길로 이어지는 산길에서도 내내 이어진다. 어디서 이런 풍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고갯마루에서 계단길을 내려서면 곧 주전골의 12폭포. 산길은, 길게 반쯤 누워 있는 암반을 흘러내리는 와폭인 12폭포 왼쪽으로 이어진다. 이어 널찍한 웅덩이 같은 암반 가운데에 들어앉은 옥빛의 옥녀탕에 감탄하고, ‘용소폭 삼거리’에서 왼쪽 샛길로 내려서면 주전골 본류의 장엄한 풍광이 기다린다. 여기서 계곡가로 내려서서 왼쪽 등산로를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용소폭포를 볼 수 있다. 이 역시 폭포와 옥빛 소가 잘 어울리는 명품이니 잠시 발품을 파는 게 아깝지 않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움을 뽐내는 주전골
 
주전골은 옛날 도적이 숨어들어 위조 엽전을 만들었을 만큼 깊디깊은 계곡이다. 기묘한 암봉과 폭포가 연이어 나타나는 별천지를 걷는 맛이 아주 좋다. 만약 점수를 매긴다면 다섯 개 만점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온정골과 주전골이 합류하는 지점의 암반엔 제2오색약수가 솟는다. 예전엔 제2약수를 안내하는 팻말도 없었고 사람들의 발길도 뜸했지만, 요즘엔 주전골 풍광을 즐기려는 탐승객들이 자주 찾으면서 제법 인기를 끌고 있다.
 
제2약수에서 오색약수로 내려가는 도중에 만나는 성국사는 옛날 오색석사터에 새로 지은 절집. 전설에 의하면 후원에 다섯 가지 색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어 오색사라 하였다고 한다. 경내엔 원래 대웅전 동서에 통일신라 양식으로 쌓은 두 개의 탑이 있었으나 동탑은 허물어져 파편들만 남아있다. 오색리삼층석탑이라 불리는 서탑은 1968년 복원되어 보물 제497호로 지정되었다.
 
이어 널찍하고 평탄한 길로 조금만 걸으면 우리나라 탄산약수의 대명사인 오색약수. 톡 쏘는 맛이 강하면서 철분 맛도 진한 오색약수는 위장병, 신경쇠약은 물론이요, 피부병이나 신경통 같은 데에 좋다고 일찍이 소문이 났다.
 
오색약수터엔 모두 세 개의 약수공(藥水孔)이 있다. 아래쪽 물가에 두 개가 가까이 붙어 있고, 거기서 상류로 1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나머지 하나가 있다. 아래쪽은 남성들이 마시는 양(陽)약수요, 위쪽은 여성들이 마시는 음(陰)약수다. 예전엔 양약수의 물맛이 더 강했으나 요즘엔 음약수 물맛이 더 진하다. 물맛도 세태를 반영하고 있는가보다.
 
이렇게 오색약수로 갈증을 달래면 흘림골∼여심폭포∼등선대∼주전골∼선녀탕∼제2오색약수∼오색약수 코스를 모두 걸은 게 된다. 이 코스는 걷는 시간만 넉넉히 3~4시간 정도 걸린다. 흘림골~여심폭포~등선대~흘림골 회귀 코스는 2시간 정도 잡으면 된다. 또 노약자와 동행했을 땐 산길이 험하지 않고 걷는 시간도 왕복 2시간 정도면 넉넉한 오색약수~제2오색약수~선녀탕 코스를 다녀오는 게 좋다.
 
이 코스는 다 좋은데, 차량이 가장 큰 문제다. 흘림골 입구에서 한계령쪽으로 100m쯤 더 올라가면 도로변에 승용차 10여 대를 댈 만한 공터가 있다. 흘림골 입구 아래쪽에도 3~4대 댈만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 주차하고 산행을 한 다음 오색으로 내려섰다면 택시나 주민 차량을 이용해 올라온다. 택시(033-671-2300, 017-692-4809)는 인원에 상관없이 보통 1만원을 부른다. 또 식당을 이용했을 경우, 많이 팔아줬다면, 주인이 태워다주는 경우도 있다. 

 


여행정보
 
◆ 숙박
오색그린야드호텔(033-670-1000)은 오색약수와 같은 수질의 물을 받아둔 약수탕을 비롯해 여러 시설을 갖춘 온천사우나탕을 운영하고 있다. 개장시간 06:30~20:00, 입욕료 7,000원. 오색엔 원조급 여관인 용천장(033-672-3791), 설악장(033-672-2645), 현대장(033-672-4088), 오색장(033-672-3635), 약수장(033-672-3156)이 유럽풍 분위기를 풍기며 들어서 있다. 객실에도 모두 온천수를 공급한다. 이외에도 오색펜션(033-672-3700), 남설악펜션(033-672-8998) 등 숙박업소가 많다.
 
◆ 교통
서울→6번 국도→양평→홍천→44번 국도→인제→한계령 정상→2.5km→흘림골 입구→5km→오색약수 주차장<수도권 기준 3시간30분 소요>
 
◆ 별미
오색지구의 식당은 대부분 산채비빔밥과 산채정식을 기본으로 차린다. 여기엔 구수한 된장찌개가 딸려 나온다. 등선대식당(033-672-5525) 등 20여 호의 식당이 있다. 산채비빔밥 1인분 6,000원, 산채정식 1인분 8,000원.
 
◆ 참조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 033-636-8355, 설악산 오색분소 033-672-2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