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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전남 진도 ‘신비의 바닷길’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8. 9.

[여기 어때]전남 진도 ‘신비의 바닷길’

 

진도|강석봉기자 ksb@kyunghyang

ㆍ한국판 ‘모세의 기적’ 전설을 잇고…
ㆍ걸어서 섬까지 2.8㎞
ㆍ25~27일 축제…뽕할머니 제사·씻김굿·북놀이·조개잡이 등 풍성한 공연
ㆍ남근바위·벼락바위…스토리텔링의 ‘보고


전라남도 진도는 그 자체로 자연 다큐멘터리요, 추억하면 대하 드라마다.
민초들의 사랑방 송사까지 걸쭉한 가락으로 담아낸 진도아리랑은 진도여행을 호기심으로 채워 놓았다.
마침 진도 여행의 절정기가 코 앞에 다가왔다. 놓칠 수 없는 하이라이트가 눈 앞에 펼쳐진다.
제32회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축제는 25~27일 고군면 회동리 신비의 바닷길 현장에서 열린다.

# 신비의 바닷길 축제

물고기 잡기 행사인 ‘개매기’


모세의 기적이라 했다. 바닷길이 열리면 처녀지는 사람들의 발길로 인산인해다.
뿌리 내린 해초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떨구고, 조가비들은 뻘에 고개를 처박은 채 전인미답으로 쏟아진 사람들의 물결을 애써 외면한다.
호랑이를 피하지 못하고 홀로 남겨진 ‘뽕 할머니’의 고사를 낳은, 열린 바닷길에는 두 손을 모은 어미들이 저마다 소망하는 기원을 농익히며 연방 허리를 조아린다.

‘뽕 할머니’ 기원상


매년 음력 2월말에서 3월초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의 바닷길이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펼쳐질 ‘신비의 바닷길’의 출현이 꼭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조수간만의 차로 해저의 사구 2.8㎞ 구간이 40여m의 폭으로 약 1시간 동안 바닥을 드러낸다.

언제나 그래왔기에 익숙한 볼거리였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하늘이 역사하심’으로 보였나 보다.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인 ‘피에르 랑디’가 진도 관광 중 목격한 이 현상은 충격이었다.
오래지 않아 프랑스신문에 소개되면서 진도는 세계적 관광명소로 성장했다.
일본인 장삿속도 한몫을 했다.
일본의 인기가수 덴도요시미우리는 이 신비의 바닷길을 주제로 한 ‘진도이야기’란 노래를 불러 인기를 모았다.

방아섬(남근바위)


뽕 할머니의 제사로 시작되는 이 축제는 원형 그대로의 민속·민요, 남도 들노래, 다시래기, 씻김굿,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와 만가, 북놀이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축제를 더욱 신명나게 만드는 물고기 잡이 행사인 ‘개매기’와 ‘조개잡이 체험’ ‘홍주시음회’ 등이 축제방문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 스토리텔링의 고장

조개잡이 체험


설화와 역사가 공존하며 꼬리를 무는 이야기는 진도여행의 감흥을 풍성하게 만든다.
배를 타고 진도 앞바다로 나가면 전설이 화수분이라도 되는 듯 쏟아진다.
그 정점에는 관매도가 있고, 그에 앞서 바다 위를 점점이 수놓은 다양한 자태의 섬에서 그 형상을 빗댄 수많은 전설이 할머니 속곳춤의 알사탕마냥 끊이지 않는다.

방아섬 정상에는 바위가 하나 우뚝 솟아있는데, 선녀가 내려와 방아를 찧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솟은 바위가 하도 요상해 남근바위라 불리는데, 그 이름이 공식적 명칭보다 더 그럴싸해 보인다.
섬 가장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진 꽁돌은 아래 부분이 움푹 파여 있는데, 손금까지 새겨진 손가락 자국이 이채롭다.
비오는 날이면 할미도깨비가 나온다는 할미중드랭이굴, 거친 파도에 밀려 섬과 섬 사이가 3m 절벽으로 갈라진 하늘다리, 하늘에서 내린 벼락으로 한 쪽 섬이 깎여져 나갔다는 벼락바위 등 기묘한 이야기가 숨은 절경과 어우러지며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지력산에 있는 동백사는 섬 이야기의 보고다.
스님의 깊은 불심이 변했다는 불도가 그 중심에 서있다.

외국인들의 장고·징 체험


이야기는 설화에 그치지 않는다. 진도의 역사는 불가능해 보였던 승전과 불가피한 패전으로 희비쌍곡선을 그린다.
승전의 역사는 잘 아다시피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기록이다.
3대 해전 중 하나인 명량대첩지 울들목을 빼놓을 수 없다.
동양 최대 유속인 11노트의 물길은 수많은 왜선을 집어삼켰다.
승전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진도군민은 고군면 벽파리에 이충무공전첩비를 세워 승리자의 역사를 찬미하고 있다.
바윗돌도 금세 굴려버리는 울들목의 기세는 오늘에 와서 조력발전소가 건립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군내면 용장리의 용장산성은 항몽의 마지막 근거지였다.
고려 원종 11년 고려가 몽골과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으며 개경환도를 결정하자, 분연히 떨쳐 일어나 목숨으로 자존의 역사를 지키려한 성지다.
퇴락한 용장산성은 터만 남겨진 채 묵언으로 패배자의 역사를 웅변한다.
삼별초 항거 당시 세워졌다는 삼존불은 산성터 앞 용장사로 옮겨 보존 중이다.
당시를 기억하는 삼존불은 후세 사람들의 애꿎은 장난에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이 그려진 채 패자의 원혼을 삭이고 있다.

<진도|강석봉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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