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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때]다도해 최남단 거문도, 뱃길 3백리…파도가 빚은 조각공원

by 맥가이버 Macgyver 2010. 8. 11.

[여기 어때]다도해 최남단 거문도, 뱃길 3백리…파도가 빚은 조각공원

 

거문도·백도(여수) | 글·사진 윤대헌기자

 

ㆍ천혜 비경·역사 발자취…사시사철 관광객 북적
ㆍ등대로 가는 절벽 산책로 오르면 가슴까지 시원
ㆍ전설품은 39개 섬으로 이뤄진 백도, 탄성이 절로

거문도(巨文島)의 명물 거문도등대. 벼랑 끝에 세워진 관백정에 서면 다도해의 올망졸망한 섬과 함께 저 멀리 제주도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거문도(巨文島)는 하늘이 도와야 갈 수 있는 섬이다.
남도 끝 여수에서도 뱃길로 2시간을 더 내달려야 한다.
맑은 날에도 제법 바람이 심하면 그나마 뱃길도 위태롭다. 파도에 기우뚱거리는 유람선은 아슬아슬하다.
백야도, 개도, 손죽도, 초도가 길목에 놓인 연유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런 험한 섬에 사철 관광객이 몰리는 건 왜일까.
천혜의 비경과 역사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까닭도 있지만 신비의 돌섬 백도(白島)를 자식처럼 끼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거문도는 여수에서 114.7㎞ 거리. 여수와 제주도 중간쯤에 위치한 다도해 최남단 섬이다.
영국이 러시아 남하를 막기 위해 2년간 점령했던 ‘거문도사건’의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보는 이를 취하게 할 만큼 풍광이 아름답다.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삼부도, 백도군도를 아우르는 말.
본섬인 동도, 서도, 고도는 하늘에서 보면 꼭 말발굽 모양새다.
두 개의 섬이 거센 파도를 막아주니 안쪽 바다는 호수 같이 잔잔하다.
그 옛날 러시아, 영국, 미국, 일본이 탐낼 만한 천혜의 항구인 셈. 1905년에 이미 등대가 세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 최대의 거문도등대는 섬의 상징.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고도에서 삼호교를 건너 목넘이재를 지나 서도 수월산(해발 196m)에 있다.
수월산(水越山)은 태풍이 불면 바위지대를 파도가 넘나든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곳에서 등대까지는 1.2㎞ 거리다.
른편 절벽을 타고 가는 길은 산책로로도 손색이 없다.
파도가 때리는 절벽해안은 섬뜩하지만 시원스럽다.
길을 따라 늘어선 동백나무는 숲이 우거져 낮에도 어둡다.

백도전경


숲길은 해안선을 따라 이리저리 굽이친다.
중턱쯤 오르자 순간 하늘이 뻥 뚫린다.
바닷바람에 잠시 머리를 식힌다.
길 끝에 우뚝 선 등대는 프랑스제 프리즘렌즈를 달고 15초 간격으로 불빛을 밝힌다.
그 빛이 40㎞ 밖까지 뻗어나간다.

등대 옆에 세운 ‘관백정’이란 전망대가 멋스럽다.
관백정은 ‘백도를 바라보는 정자’란 뜻. 이곳에서 바라보는 쪽빛 바다가 일품이다.
날씨가 좋으면 제주도 한라산까지 보인다.
벼랑 끝에 세운 정자에 오르니 남해바다에 올망졸망 떠 있는 크고 작은 섬이 해무에 아른거린다.

거문도에는 등대 외에도 유림·이곡명사 해수욕장, 영국군 묘지, 귤은 사당, 만회 김양록 사당, 고인돌, 뱃노래전수관 등 볼거리가 많다.
또 삼부도와 대삼부도는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명소.
이중 삼호교 건너 거문도등대로 가는 길 초입에 있는 유림해수욕장은 가족피서지로 제격이다.
모래가 곱고 계단식으로 만들어져 아이들이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동도에 있는 귤은사당과 서도에 있는 만회 김양록 선생 사당도 필수코스.
거문도를 침략한 러시아 함선에 올라 필담을 나눴던 이들은 섬 이름을 ‘거문도(巨文島·글을 잘 아는 사람이 사는 섬)’라고 불리게 한 주인공들이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거문도 종주 트레킹도 나서 볼만하다.
서도 북쪽 음달산에서 시작해 불탄봉, 억새 군락지, 기와집 몰랑, 신선바위, 보로봉, 거문도등대까지 와서 낙조를 감상하는 맛이 쏠쏠하다.

거문도 일대에서 풍광이 가장 아름답기로는 단연 백도가 꼽힌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백도는 국가명승지 제7호. 거문도에서 뱃길로 20분 거리다.
섬이 100개에서 하나가 모자라 일백 백(百)에서 한 획(一)을 빼 백도(白島)라고 했다는 전설과 멀리서 보면 모두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하지만 실제 백도는 상·하백도를 합쳐 39개로 이뤄진 돌섬이다.

짙푸른 바다에 해무를 깔고 앉은 섬은 몽환적이다.
고성을 닮은 병풍바위, 무릎을 꿇고 있는 형제바위, 곡식을 쌓아놓은 듯한 노적섬, 매를 박제해 놓은 듯한 매바위, 남근을 닮은 서방바위, 서방바위와 마주한 각시바위, 불상 모양의 석불바위, 성모마리아상 바위, 피아노를 치는 여인상. 자연이 빚은 모양새가 제각각인 바위마다 전설을 품고 있다.
그 기이한 모습은 시선을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목넘이재


백도는 관광객의 입도가 금지돼 있다.
1987년 문화재청이 자연환경과 생태계 보존을 위해 내린 결정이다. 하지만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선상관광만으로도 백도의 아름다움에 충분히 감탄하고도 남는다.

그 덕에 백도는 동백나무, 후박나무, 눈향나무, 석곡, 풍란 등 350여종의 아열대식물을 볼 수 있다.
게다가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와 가마우지 갈매기 등 30여종의 조류와 17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어 ‘남해의 해금강’으로 불린다.

시인 이생진이 우리나라 무인도 중 최고의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그는 “섬에 가서 물끄러미 수평선만 바라봐도 좋다”고 했다.

뱃전을 항구로 돌리자 상백도 무인등대가 아스라하다.


- 귀띔 -

▲찾아가는 길:서울→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순천IC→17번국도→여수/여수항 여객선터미널에서는 하루 2회(오전 7시40분, 오후 2시) 거문도를 오간다. 여수여객선터미널 (061)663-0116

▲주변 볼거리: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여수는 오동도 입구에 여수세계박람회홍보관을 조성해 박람회를 미리 엿볼 수 있다.이외에 모사금·신덕·만성리·장등해수욕장, 마래터널, 진남관, 선소, 향일암, 돌산공원, 무술목, 해양수산과학관, 사도, 낭도, 금오도, 안도, 개도 등. 여수야간유람선투어 (061)663-4424, 시티투어 (061)666-1201


▲맛집:여수는 지금 하모(참장어)가 제철이다. 회로 먹거나 샤브샤브로 먹는데 스태미나 식품으로 인기다. 여수시내는 황소식당(게장&백반정식, 061-642-8007), 구백식당(서대회&갈치구이, 061-662-0900) 등이 유명하고 거문도에는 황금어장(061-666-7734), 백도횟집(061-666-8017), 산호횟집(061-665-5802), 매일횟집(061-666-8478) 등이 있다.

▲숙박:디오션리조트&파라오션워터파크(061-689-1000)는 여수의 대표적인 리조트. 6일 실외 야외워터파크시설을 포함한 17가지 물놀이시설을 오픈한다. 또 개장 2주년을 맞아 무료입장 및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 여수항만청 홈페이지(http://yeosu.mltm.go.kr)를 통하면 거문도등대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다.

▲여행상품:거문도관광여행사(080-665-7788)에서는 거문도·백도 패키지상품을 판매한다.

▲문의:여수시 관광과 (061)690-2037

<거문도·백도(여수) | 글·사진 윤대헌기자 caos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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